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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명 대전대신고 이야기 - 글로벌 리더 인재양성과 자기주도학습
이강년.박영진.고봉익 지음 / 미디어숲 / 2012년 9월
평점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쉰 세 번째 서평
학교혁명, 대전대신고 이야기-이강년 외.
변화와 혁명
어디서 주워들은 풍월은 많은 듯하다. 입학사정관제도라든지, 자립형 사립학교라든지 하는 말은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언제부터 열혈 엄마가 되었나.
나는 그저 아이들이 스스로 책과 가까워지는 순간을 만끽하기를 바라는 엄마라고 생각해왔다. 올 겨울 아무 볼품없이 허허벌판이었던 길가 건너편 빈 농지 위에 시립 도서관이 생기고 개관을 한다더라. 논두렁 밭두렁 사이에 신작로를 넓히고 몇 해전 시립 어린이집이 생겨나더니, 이제는 도서관이 들어서고 있다. 그나마 마이너스대로 떨어져있는 근처의 지역 인지도에서 언감생신 플러스대로 진입할 수 있는 작은 긍정적 요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 가수의 ‘강남 스타일’이라는 뮤직비디오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강남이라는 지역이 지니는 특수성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한가를 달린다고 한다.
모순과 풍자 그리고 음악이 가미된 뮤직비디오를 접하고 있으면, 자본주의의 허와 실이란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듯하다.
사람들은 반복적 리듬이 가져오는 묘한 홀림과 주된 음악과 춤동작이 흥겨워서, 가수가 끝도 없이 망가지는 꼴이 친근하고 재미있어서, 한마디로 건방떨지 않은 후둘거림이 좋아서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서 마냥 좋아하는 눈치들이다.
구태의연한 사설은 여기까지.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강남 스타일은 현재의 강남의 한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는 강남의 또 다른 두 번째 모습을 잘 알고 있는가, 라고 되묻고 싶어진다.
나는 저 유명한 강남 8학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갖는 보통의 인식에서 그려지는 그런 모습과는 조금의 차이는 있었던 것 같다. 강남 8학군이라는 어휘가 가져오는 분위기나, 실제 학업과 관련한 평가는 과히 상대적이었다는 말이다.
강남에는 좋은 아파트만 있는 것이 아니고 5층짜리 낡은 아파트도 존재하며, 공부 수재들만 우격다짐으로 들어찬 교실이 아니라 나름대로 개성들이 넘쳐나는 순수한 많은 아이들이 한데 공존했다는 것을, 하필이면 왜 이 순간에 끽끽거리면서까지 굳이 말하려고 드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기대했던 것과는 잠시 진행 노선을(?) 달리하고 있는 이번 책 “학교혁명”과 관련해서 구구절절 할 이야기가 많아 보인다.
‘학교혁명’이라는 제목에 홀깃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책을 읽다보니 고개가 자주 갸웃거리며 흔들린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책은 일정부문 학교 홍보용 책자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아니라고는 하지 말자. 솔직히 그렇다.
대전 대신고의 이야기. 학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독특한 양식의 인재 양성 과정은 분명 긍정적 요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특히 1학년부터 체계적으로 시작하고 있는 ‘진로 페스티벌’ 프로젝트 실행과정은 말 그대로 체계가 잡혀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실 체계가 잡힌 양질의 프로젝트가 있다 하더라도 호불호의 호응도를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학교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정도의 수준에 맞게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이를테면 기업에서의 경영 노하우처럼 대신고 자체의 과학적인 노하우를 토대로 어떤 독보적인 무기를 비축하고 있는 듯 하다.
학생과 학부모의 호응도 정도는 매우 높았다. 여느 학교와는 달리 이 학교 학생들은 1학년 입학과 동시에 자신의 꿈과 미래, 혹은 자아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먼저 접하게 되는 셈이다. 자신의 꿈과 비전에 대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단계적으로 생각해본다는 일은 자못 가치 있는 일이다. 삼년 후 스스로에게 더 없이 좋은 긍정의 플러스 요소가 되어 진로 선택의 핵심 포인트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긍정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라도 우왕좌왕 갓 입을 한 학생들이 갖게 되는 어색한 분위기는 ‘진로 페스티벌’을 통해 무리 없이 잘 정리되는 눈치다. 이쯤 되면, 지금 이 순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엄마들의 귀가 솔깃하니 열리고 있지 않을까.
대전 대신고는 2013년 자율형 사립고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 학교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학생과 교사 그리고 자율적 학습 분위기를 위주로, 지속적인 고군분투의 정신으로 진행해간다면 굳이 유학이라는 어휘를 빌려올 필요성은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책은, 중립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하는 법이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시각을 시작으로 내용을 수용함에 있어 객관적 사고와 비판이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인행이면 필유아사라 했으니 선입견은 잠시 접어두고 한번쯤 편하게 읽어보는 것도 좋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