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조네스의 나라에서 북소리 사막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백 마흔 두 번째 서평

오르배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 아마조네스의 나라에서 북소리 사막까지)

 

환상 속에서 더 빛나는 인간미

 

  오르배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권에는 4가지 이야기가 실렸다. A에서 시작해서 B.C. D의 순서로 이어진다. 단순히 알파벳 순서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는 형식이긴 하지만, 각각의 스토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독특함과 묘하게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는 분위기는 책 속에서 독자를 압도하는 듯하다.

 

  책이 뿜어내는 분위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마치 천일야화의 그것과 같이 야기는 끊임없이 계속해서 영원히 이어질 듯하다. 신탁으로 몸부림치는 신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인디언 부족의 이야기가 연상되는 듯도 하고, 과거 원시 부족사회에서의 충돌을 엿보는 듯도 하다. 이따금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나디아 연대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용이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날아다니던 장면이 뒤미처 따라오기도 한다.

 

  모든 것은 환상이다. 꿈이고 상상력이다. 환상과 상상력으로 하나의 세계가 생겨나고 그 안에서 끈적이고, 후끈하면서도 뜨거운 생명력이 꿈틀대는 말 그대로의 살아있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바로 오르배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안에 가득 들어차 있다. 이쯤되면 작가가 궁금해질 법도 하다.

 

  ‘프랑수아 플라스’ 그는 작가인 동시에 책 속에 그림 삽화까지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림은 얇은 펜촉으로 그려낸 듯 선의 경계가 뚜렷하면서도 세부사항까지 꼼꼼하게 묘사한다. 한편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등장했던 배경이나 인물들을 독립적으로 구분하여 따로 소개하는 형식을 띄고 있는데 그림과 함께 부연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문장은 어떨까. 현실세계와는 다른 그 어떤 과거로 이어지는, 미지의 세계로의 긴 여행 앞에서 불쑥 생겨나는 독자의 갈망은 무엇일까.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한 세한 묘사일까. 묘사를 뛰어넘는 스토리의 힘일까.

책은 두 가지 요소를 잘 접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엇보다도 환상과 상상이 뿜어내는 마력에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행복한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빠른 전개와 마치 지금 눈에 보이는 듯한 상황 묘사는 감각적이면서도 구체적이다.

 

  “말들은 흘러가는 구름과 시합이라도 하듯 힘차게 내달려 풀숲 사이에 가느다란 고랑을 만들어놓았어.” 14P

 

  "곰 노인은 무당의 망토를 벗어 사내의 발치에 떨어뜨렸다. 망토는 죽음을 맞을 때의 경련처럼, 혹은 분노할 때의 발작처럼 부르르 떨었다.” 42P

 

  개인적으로 ‘B 쌍둥이 호수가 있는 바일라바이칼’과 ‘D 북소리 사막’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이 두 이야기는 겉으로 드러나는 매력적인 이야기 전개와 함께 무언가 짧게 생각해볼만한 요소가 있는 듯하다. 이를테면 바일라 바이칼에서 볼 수 있는 대목이 그렇지 않을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분위기와 상황에서 소개되고 있는 성경이 그것이며, 이 성경이 갖는 문화적 특성이 소설 속 이야기의 핵심에서 어떤 영향력을 부여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자못 흥미롭다. 새로운 문화의 수용과 흡수, 이러한 동기부여를 위해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하는 것은 무엇이며 수용과 동시에 일정부분 포기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꿈보다 해몽이다.

 

  둥둥둥 환청처럼 이어지는 북소리를 소재로 한 ‘북소리 사막’은 진시황 능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더불어, 사카르라는 인물에 대해 몇자 기록한다. 그는 특별한 주인공도 아니고 매력을 끌만한 인물로 앞에 나서지는 않는다. 다만 그에게 느껴지는 품위는 전통과 역사 혹은 고단한 삶의 경험자라는 수식어이지 않을까. 그런데 그 고단한 삶의 경험자라는 것이 어쩌면 그 자신을 옭아매는 굴레는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청동산의 북소리가 영원히 잠들어버릴까봐 두려웠고, 쓸모없는 노인네가 된 자신의 늙은 심장이 어느 순간 박동을 멈춰버릴까봐 걱정스러웠다” 76P

 

  전자에 등장하는 성경이 가져오는 파급효과와 결과, 그리고 고집스럽게 자신의 것을 수호하려하는 인물인 사카르의 이미지에서 무언가 엇비슷한 그림을 그려보게 되는 건 정말이지 말 그대로 꿈보다 해몽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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