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테이키 作庭記 - 일본 정원의 미학
다치바나노 도시쓰나 지음, 김승윤 옮김, 다케이 지로 주해 / 연암서가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습니다.

 

 

 

마흔 번째 서평

 

일본정원의 미학 사쿠테이키-다치바나노 도시쓰나

 

 

원칙으로 짓다.<그들만의 요산요수>

 

 

  독특한 책이다. 정원에 대해 이렇게 상세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을 전문 서적이 아닌 일반 교양서 수준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일지도 모른다.

  물론 유감스럽다거나 조금은 미안한 일도 존재한다. 그것은 처음에 품었던 어떤 환상이 같은 것들이 빗겨가는 현실과 대면하는 일이었을까.

 

  내가 기억하는 정원은 크지도 않았고 화려하지도 않았으며 아담하고 소박했다. 대문 바로 옆에는 장미나무가 있고, 그 옆에 석류나무가 있었으며, 비교적 키가 컸던 이 나무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앉은뱅이 꽃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정원은 그냥 검소하기 짝이 없었던 꽃밭의 모양새 그 자체였다. 맨 앞줄에는 꽃잎을 떼면 꿀이 맺힌다던 붉은 색의 수술이 달린 꽃들이 있었고, 그 뒤로 분꽃이나 봉숭아가 저마다 피고지고를 반복했다. 그 정원이 일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그 집이 일제시대에 지어졌으며, 해방이 되기 전까지 일본인이 살았었다는 이야기를 통해서 미루어 짐작했었는지도 모른다.

 

 

  사쿠테이키. 책은 내 환상을 보기 좋게 뒤틀어 버렸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정보와 지식을 쏟아내는 듯하다. 책은 헤이안 시대에 만들어진 책으로 정원 만들기에 관한 가장 오래된 책으로 알려진 책이다.(24p) 이번 일본정원의 미학이라는 다소 현학적 냄새를 품기는 책의 구성은 비교적 간단하다. 사쿠테이키의 번역과 주석, 그 다음으로 해설이 실려 있어 이해를 돕고 있으며 마지막으로는 일본어로 쓰인 원본이 실렸다. 따라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번역과 주석 부분에 비해 뒤따라 나오는 해설 부분은 반복과 강조 혹은 부연설명의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사쿠테이키의 시작은 명료하면서도 강단 있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정원을 만드는 일은 먼저 그 요지를 심득해야 한다’(33p) 여기에서 '정원을 만드는 일은 ‘돌을 놓는 일’로 표현되어 있다(33p 각주부분 인용)

 

 

  책 속에는 정원을 구성하는 구성요소와 재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이를테면 돌이나 기둥, 흙, 물의 흐름과 방향, 폭포의 유형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정보를 거론하고 있으며 수치상으로도 정확한 계측과 계량의 결과로 분석적인 인상을 풍기는 듯 하다. 그러나 반면에 기복신앙과의 주술적인 관점에서 정원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식의 인식은, 풍수에 의존하는 부분이나 금기사항을 준수하는 것과 함께 비교적 까다롭게 규정한다. 비단 정원을 구성하는 일이 미적인 만족도를 위해 준비되고 형상화되는 수준이 아니라 그 너머의 것과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는 대목인 듯하다.

 

 

  돌의 모양과 위치, 돌을 세울 것인지, 눕힐 것인지, 나무의 종류와 나무를 옮겨놓을 위치와 같이 구체적으로 정원과 관련 있는 부분들 뿐 아니라 주변의 건물들과 융화되는 조화로움 역시 강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감상만을 위한 정원이 아닌 정원의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는 것 같다. 돌 하나, 바람 한 자락, 물 한 줄기에게도 의미를 부여하고, 신성시하는 인식의 에서 개인과 가족을 위한 기복신앙과 혹은 토테미즘이 가미된 믿음과 신뢰가 돋보이는 듯 하다.

 

  사쿠테이키... 어쩌면 책을 보고 감상하는 이들이나, 연구하고 땅 위에 정원을 수놓는 사람들이나 모두 그들 내면에서 나름대로의 정원을 꿈꾸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만의 요산요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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