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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을 그리다 - 문학과 회화의 경계
위안싱페이 지음, 김수연 옮김 / 태학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백 서른 일곱 번째 서평
도연명을 그리다-위안싱페이, 김수연 역
이상과 꿈을 그리다
제목이 ‘도연명을 그리다’이다. 제목이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다, 라는 어휘가 갖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먼저 회화기법이 생각난다. 그림을 그리다, 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연명이라는 인물을 그리워하며 글로 표현하는 것 또한 넓은 의미에서 ‘그리다’(그리워하다) 라는 표현으로 또 하나의 의미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제목이 주는 의미가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까닭이다.
책은 도연명에 대한 그림과 글, 각각의 작품의 시대적 배경 그리고 그림을 그린 화가 내지는 글을 써 완성한 작가들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제공을 하고 있다.
깊이감으로 따지자면 결코 가볍지 않다. 꼼꼼하면서도 상세하게 각각의 시대 순으로 비교분석하면서 작품을 해석하고 있다는 데 저자의 성실함과 노력이 여실하게 드러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연명과 관계하여 회화작품을 놓고 이야기하는 저자 위안싱페이의 글은 마치 미술평론가의 면모를 보는 듯하다. 그림 하나하나 기본적인 설명을 시작으로 해서 주변풍경의 상하좌우 그리고 핵심인물의 위치와 동작과 동선의 절묘한 묘사까지 저자의 시선은 부드러운 동시에 날카롭다.
한발 더 가까이 접근해 보는 과정을 살펴보면 구체적인 회화기법을 논하는데 있어 당대 또는 전 후 시대와의 비교와 분석을 통해 차별성을 찾아내곤 한다.
도연명을 소재로 한 시와 문장 소개에 있어서도 역시 회화에 대한 접근성과 동일하다. 문장과 회화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위안싱페이 그만의 분석적인 시선이 동일한 패턴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송대이전, 송대, 원, 명, 명말 청초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회화기법의 변화양상을 구체적으로 작품을 대상으로 비교분석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책 속에는 무수히 많은 작가들의 그림과 글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는 저자 역시 이야기했듯이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 받은 까닭에 일정부분 비슷한 면모를 갖고 있는 듯한 작품도 있으며, 명말 청초시대 화가였던 ‘진흥수’의 도연명처럼 독특한 화가 자신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 또한 발견 할 수 있다.
도연명이라는 한 사람이 지니는 문화적 영향력의 크기가 어느정도일까. 책 속에서 간간이 문화적 콘텐츠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대중의 인지도를 위한 콘텐츠활용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고차원적인 문화의 인식이 일반의 대중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다소 그 가치를 폄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듯해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각설하고, 도연명이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아우라도 그러하거니와, 시간이 흐를수록 도연명의 그림자를 더욱더 강하게 추종하려하는 후대인들의 다소 맹목적일 정도로 보이는 듯한 그 심리 또한 묘한 끌림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유행일까? 우리는 이 유행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일까? 괜찮은 문화는 인위적인 작용의 맛을 보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순응하면서 지속성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늘 현실에서의 반감으로 현실 아닌 그 이상의 무엇을 추종하는 묘하면서도 삐딱한 심리를 갖는다. 도연명의 삶에서 인간은 스스로가 꿈꾸던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인지도 모를일이다. 어쩌면 나 조차도.....
그런 까닭에 굳이.. 문화적 콘텐츠나 유행 따위의 세속적 어휘를 가져다붙이지 않는다하더라도 어쩌면 도연명, 그에 대한 그리움은 계속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