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하시겠습니까? -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김사과.김애란.손아람.손홍규.염승숙.조해진.최진영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기획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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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서적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서른 여섯 번째 서평

포맷하시겠습니까?-민족문학연구소 기획 소설집

 

포맷, 준비된 용기

 

  소설집을 선택한 건 ‘민족문학연구소’라는 이름에 끌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익히 많이 들어봤을 법한 문구다. 오래전 내가 아는 사람 누군가도 그곳 단체에 적을 두고 있었던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사설이다. 무엇보다도 소설책 말미에 실린 좌담 형식의 이야기가 무척이가 궁금했던가보다. 예전에 문학계간지에서 보곤 했던 말과 말 그리고 또 다른 말말말이 가져오는 말의 향연에 동참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기획의도는 자못 진지했다. 이 또한 ‘민족문학연구소’에서 추구해왔던 그들만의 어떤 기류는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번 소설집을 20-30대 젊은 작가들의 소설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담론의 일부로 받아들여도 좋을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실 2000년대 이후의 출간된 소설과 작가들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던 내게 이번 소설집은 일정부분 현대소설의 맥을 짚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던 차였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어떤 식으로 글을 쓸까. 그들이 지니는 생각의 흐름은 어떤 색을 지녔을까. 어떤 식으로 문제해결에 접근하고 있을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만으로 현대 작가들의 성향을 파악하기에는 일반화의 오류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각설하고, 나름대로 의미와 진정성이 돋보이면서 동시에 기성세대(기성 문인)들에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문제제기를 들이대는 식의 소설은, 수족관에서 바로 꺼낸 직후 살아 꿈틀대는 생선처럼 생동감과 신선미가 돋보였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현대의 주류일 듯한 이런 소설보다는 서사성이 돋보이는 소설이 더 좋아 보이는 것 까지 어이하랴.

 

  모두 8편의 소설이 실렸다. 좌담 부분에서도 논의된 바 있지만 전문가들의 식견은 잠시 배제하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 이야기를 해야 할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손아람 작 ‘문학의 새로운 세대’가 기억에 남는다. 신춘문예라는 하나의 정해진 양식과 틀 속에서 작가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전체적으로 작품에서 받았던 느낌이란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풍자의 묘미에 비판의 겉치레가 살짝 가려졌지만 그 의미는 퇴색되지 않았다, 라고 말이다.

  문학의 새로운 흐름과 기존 문학이 지닌 보편성과의 거리 사이에서 고민하고 노력해가는 작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는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 잠시 고민했던 것 같기도 하다.

  글 중에서 ‘시대가 바뀐다 해도 말이다.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작품을 문학이라 불러야 되지 않겠나.’(133P) 라는 말에 동조를 하는 나라는 사람은 이미 기성세대의 인식 그 끝자락에 묻어가는 사람으로서 한 시대를 접고 뒤로 물어나야 하는 것일까, 잠시 고민한다.

 

  손아람의 작품에서는 분명 문단의 표면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첫 번째 역할을 제시하는 동시에 앞으로 문단이 지향해야 할 어떤 정해진 방향성을 제시하는 듯한 인상을 직설적으로 받게 되는 듯하다.

  좌담부분에서 서영인이 말하기를 ‘문단 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맥락을 놓치고, 오히려 독자가 너무 직접적인 대상의 한계 속에 갇히는 결과가 되는 거죠.’라는 표현을 썼다.(314P) 그러나 이 또한 해석하기 나름의 문제이다. 서영인이 지적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맥락을 간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문단의 문제 앞에서 이어지는 유쾌한 비판은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신춘문예 당선작을 발표하고 당선자에게 들었던 한마디가 참 아이러니하다.

 

“글쎄요. 한국소설은 그리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서....”

 

-문학의 새로운 세대: 한국소설은 별로 안 읽었다 함.-

--- (140p)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포맷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자기 자신에 대한 긍지와 그에 상응하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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