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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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서른 다섯 번째 서평

경성탐정 이상-김재희 지음

 

상상과 추리

 

  책 속에는 모던걸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모던걸. 여느 책에서는 신여성이라는 표현으로 익숙했던 표현일까. 프록코트와 모던걸이라는 단어가 친근하다. 책속에 자주 등장해서 더 반가운지도 모르겠다.

책은 535페이지의 제법 두툼한 두께를 자랑한다. 듬직하다. 제목에서처럼 이상이 등장하고, 청계천 주변을 배경으로 한 소설작품 천변풍경의 작가 구보 박태원이 등장한다. 그 외 1930년대 전후로 문화전반에 걸쳐 이름 석자로 유명세를 떨쳤을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김재희의 책 ‘경성탐정 이상’은 이상과 구보를 주인공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추리물이다. 이 책이 지닌 특징이라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등장인물의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사를 되짚어 시간의 추이를 거슬러야만 만나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 비단 문학계 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다양한 실존 인물들을 전자에 앞세워 스토리를 만들어간다는 것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적당한 몫을 해내지 않았나 싶다.

  그런 뜻에서 이상이라는 인물이 갖는 중요성을 또다시 생각하게 되는 듯하다. 그가 당대에도 그렇고 많은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인물로 기억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의 개성 넘치는 문학성도 그렇고, 난해하기까지 한 그의 작품도 그렇고, 금홍과의 인연이 담긴 그의 삶도 묘한 끌림이 있다. 어쨌든간에 김재희가 선택한 이상의 케릭터가 어쩐지 책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책은 1910년대에서 1930년대 전후로 종로와 그 주변 상황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간다. 모두 일곱 가지의 이야기가 실렸는데 동성애라든지, 명성황후에 관한 소재를 끌어오기도 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책이 지니는 힘을 받쳐주는 듯하다. 책은 비교적 탄탄한 구성을 갖추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추리물을 많이 접해보질 못해서 사실상, 비교와 분석에서 올곧게 말할 처지는 못 된다. 그러나 각설하고 책을 읽으면서 구성이라든지 인물에 대해 크게 의문을 삼지 않고 무난하게 읽었던 것 같다.

  이상과 구보를 등장인물로 내세우는 것과 더불어, 염상섭, 김유정, 윤심덕, 명성황후, 석재명과 같은 시대적 배경과 당대 문화적 배경에 어울리는 듯한 인물들을 주인공 내지는 주변인으로 대거 등장시키면서 사건을 연계하여 풀어가는 구성에서도 역시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전체적으로 어딘지 모르게 ‘염상섭의 삼대’나 ‘구보의 천변풍경’에서 느낄 수 있는 문장의 맛이 나는 듯하다.

 

  추리물이기 때문에 추리물이 지니는 특성으로 해석해야 함이 마땅하겠지만, 보편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철저하고 섬세한 사전조사의 노력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전문적인 의학지식과 더불어, 카메라 관련, 혹은 구체관절인형 관련, 레코드 관련한 정보 등 다양한 소재와 그와 관련한 지식과 정보를 완전한 퍼즐조각처럼 작품 속에서 잘 맞춰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설을 접하면서 셜록홈즈 시리즈를 연상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어쩌면 셜록홈즈 자리에 이상을, 그의 절친한 친구인 왓슨 박사의 자리에 구보를, 셜록홈즈와 쌍벽을 이루는 악의 이미지인 모리아츠 교수의 자리에 류 다마치 자작을 매치한 듯한 인상 때문일까.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상과는 달리 곁에서 딴은 수동적으로 조력자 역할에 만족하고 있는 듯한 구보라는 인물이 지닌 이미지에 대해 소심한 불만을 갖게 되는가 싶다.

 

 

  사건의 개연성에서 조금 더 치밀한 구성이 아쉽다, 라는 것이 추리물을 읽고 난후 갖는 느낌인가보다. 그러나 그것이 추리물만의 특성이 아닌가 하는 것이 솔직한 지금의 심정이다. 김재희의 책 역시 사건과, 사건을 풀어가는 인물들의 행동과, 사고의 연계성에서 무엇보다도 속도감 있는 전개가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셜록홈즈 시리즈물을 완전히 탈피한 새로운 구성과 소재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여담이기도 하고 욕심이기도 한 이 말은 정말 실언이어야 하는 걸까. 누구 말처럼 아직도 배가 고픈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읽게 될 추리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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