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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50마일 ㅣ 시공 청소년 문학 49
조단 소넨블릭 지음, 김영선 옮김 / 시공사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서른 세 번째 서평
너를 위한 50마일- 조단 소넨블릭 지음
너를 위한 보우 제스트
갑자기 ‘청소년’이라는 뜻이 궁금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이라는 뜻을 정말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뜬금없이 ‘청소년’이라는 어휘에 집착 하게 된다.
청소년(靑少年)이란다. 네이버 지식백과와 한자 사전을 검색해보면 ‘청년과 소년(어린이) 사이의 중간 개념’이라고 명시한다. 어딘지 모르게 재미가 없는 표현이다.
딱 한마디만 하고 넘어가자. ‘청’의 뜻은 푸르다, 젊다 등 다양하다. 그런데 청소년의 청(靑)의 의미를 ‘젊다’라는 의미로만 못을 박지는 말자는 말이다. 푸르고 또 푸르다의 의미를 지닌 청을 선두에 세우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나는 청소년기를 삶에 있어 푸름이 만발하는 시기라고 믿는다. 어쩐지 젊다, 라고만 하는 것보다 푸르다, 라는 의미가 더 생동감이 느껴지는 건 혼자만의 생각인가.
조단 소넨블릭의 ‘너를 위한 50마일’ 겉표지에는 ‘청소년 문학’ 이라는 문구가 실렸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을 많이 읽어보질 못해서 일정부분 선입견도 작용했던 것 같다. 연애 내지는 학교 폭력, 자살 혹은 성적과 입시에 따른 크고 작은 사건들의 모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광범위한 의미의 ‘성숙’이라는 모티브가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청소년 문학의 보편적인 한계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조단 소넨블릭의 ‘너를 위한 50마일’은 이 보편성을 살짝 아주 살짝 비껴간다. 소설은 비극보다는 희극, 부정보다는 긍정성이 두드러져 보이는 그런 작품이다. 앞에서 중얼중얼 한소리 또 하고 또 해댔던 까닭이 아마도 이런 요소 때문이 아닐까. 긍정의 힘.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단지 젊기 때문이 아니라 푸름을 간직할 줄 알고, 꿈을 꿀 줄 아는 이상적인 이미지로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암에 걸린 두 소년이 있다. 제프와 그의 절친한 친구 태드가 주인공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제프가 풀어가는 이야기에 소설이 전개되는 형식을 갖췄다. 암에 걸렸고, 사람들의 측은한 관심 속에서 투병과정을 거치고, 그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며 의기소침해하는 제프. 역시 암에 걸렸던 과거의 경험이 있으며 투병을 했고 현재는 걷기보다는 휠체어를 고집하는 태드. 두 친구의 이야기는 슬플 것 같으면서도 유머러스하다. 걸을 때 혀를 내밀고 이상한 표정으로 걷는다, 는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은 태드. 그 이야기를 한 같은 반 여자친구에게 ‘여드름 고릴라’ 라는 치명적인 말로 되받아친 이후 자존심 때문에라도 휠체어만을 고집하는 태드라는 인물상은, 작품 속에서 시종일관 시니컬한 이미지를 유지한다. 제프가 타인에게 의지하려는 경향과 함께 소심하고 여성적인 면을 보이는 반면, 태드는 독립적이면서도 늘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서로 다른 이미지를 창조하는 두 주인공이긴 하지만, 묘하게도 잘 어울린다. 두 개의 톱니가 각각의 홈에 잘 들어가서 무리 없이 매끈하게 돌아가듯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서로만이 간직할 수 있는 우정을 쌓아간다. 그것은 어쩌면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하나의 핸디캡과 같은 암의 흔적 때문일 것이다. 초록은 동색이다. 동색이 아니면 어쩌란 말인가. 이미 이들은 같은 배에 올라서 지금까지 줄곧 같은 방향으로 항해를 해오지 않았나.
태드는 수학 과목 때문에 힘들어하는 제프를 위해 수학과외를 자청하면서 8학년을 졸업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을 약속한다. 더불어 두 소년은 휠체어 신세를 지는 태드를 위해 자전거 운동을 하면서 ‘졸업식 날 여러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자’,라는 하나의 목표를 갖는다. 서로가 세운 목표의 외적인 구성 요소는 달랐지만, 결국 이들은 같은 목표를 지닌 셈이다.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자기극복 내지는 자아성찰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둘만의 보우 제스트(아름다운 몸짓)가 인상적이다.
간단명료하면서도 거두절미식의 그들 10대들의 어휘와 표현들이 어쩐지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를 발랄하면서도 상큼하게 이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소설이 청소년 소설인 동시에 성장소설이라고 하는 까닭은 기실 마지막 부분에서 부각되는 듯하다. 미리 이야기하면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역시나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학생들이 읽으면 일정부분 공감과 혹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감? 역시 공유할 만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
현실에서 수학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소설 속 제프가 수학문제 때문에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의 위로가 섞인 유머에 공감하기를 바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