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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에게 인생을 배우다
전도근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2년 5월
평점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스물 여섯 번째 서평
다산에게 인생을 배우다-전도근
정약용, 긍정의 효과
다산 정약용. 퇴계와 더불어 깊이 파고들어가고 싶은 인물이다. 생각과는 달리 노력의 부조화로 퇴계에 관한 책 서너 권을 읽은 것이 다인 현실에서 새롭게 다산이라는 인물을 접하자니 슬그머니 주눅이 든다. ‘다산에게 인생을 배우다’는 적어도 내게 있어 다산과의 첫 만남이라는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책은 ‘다산 정약용의 삶에서 배우는 인생 지침서’ 서라는 부제가 붙었다. 부제의 존재감이 이렇게 확연하게 느껴진 적이 또 있었던가. 붉은 글씨로 도드라진 문장이 책의 성격을 명확하게 대변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갖는 이유는 아마도 몇 가지 이유가 따라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에 대한 개인의 평가는 상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중얼거리게 된다. 물론 객관적이며 보편적인 시각으로 그에 대등한 기준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정답이기는 하지만, 책을 읽은 후에 받는 느낌은 일차적으로는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사견이 십분 작용한다는 보통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지 않은가 하는 딜레마에 줄곧 빠져드는 것이다.
이번 책 ‘다산에게 인생을 배우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산에게 인생을 배우다’는 긍정의 내용과 더불어 긍정의 효과로 알맞게 절충되는 책이다. 기획 의도에 있어 주제를 정할 때 다산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일정부분 다산 ‘정약용’표 긍정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학문을 두루 섭력하면서 평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 인물에 대한 보편적 인지도의 후광을 받으며 출발선상에 서 있는 것도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리더십’ ‘창의력’ ‘공부방법’ ‘미래(미래를 바라보는 방향성 혹은 예견하는 식견)’ ‘인내’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내용을 쉽게 요약하자면 위에 언급한 짧은 주제를 다산의 삶과 접목시켜 독자의 이해와 절대적인 수긍을 이끌어내는데 노력하고 있다. 정조의 총애를 받으면서도 세 번의 유배를 떠난 다산. 정치적으로 기복이 심했던 삶을 살아왔던 인물이었지만 개인적인 삶의 굴곡에 굴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작을 남긴 진정한 학자 다산의 삶 속에서,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선별적으로 찾아 현대적 시각과 흐름에 맞게 부각시키는 듯하다.
따라서 부제 ‘다산 정약용의 삶에서 배우는 인생 지침서’라는 부제는 정말이지 아귀가 딱 들어맞는 제대로 된 표현인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책은 너무 평이하게 혹은 너무 가벼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한 개인적인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이러한 책을 일반적인 실용서적의 범주 안에 넣어야 할지 아니면 고전과 실용의 새로운 접근방식이라고 해야 할지. 범주를 어떻게 정해야할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이 범주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하겠지만 어쩌면 퓨전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를 상기하게 되는 것이다.
퓨전이 갖는 힘은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오감이 느끼는 이전의 것과는 다른 특별한 것들의 발현이라는데 나름의 정의를 내려본다. 퓨전이 갖는 독특한 에너지는 다채로운 효과가 가져오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딴은 퓨전의 바람 속에 점점 사라지고 있는 고유의 맛과 멋이 아쉬운 때가 있더란 말이다. 어느 한 개체가 지니는 독특하고 고유한 그 무엇에 대한 갈망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말이다. 본래 퓨전이라는 어휘가 갖는 호불호와 어느 정도 경중을 떠나서 어쩐지 이번 다산의 책에서 그 퓨전의 냄새가 느껴진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고전과 실용서적의 퓨전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일까.
책은 비교적 쉬운 구성과 일반적이면서도 보편적 이해도를 요구한다. 물론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여느 책처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장황하게 잔소리를 하긴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책이 갖는 깊이감 내지는 진중한 어떤 면에서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을 하고 싶어지는가 보다.
각설하고, 다산에 대해 깊이 들어가기 전인 지금의 시기에 참 적절하게 읽어낸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남편 눈치 한번 보고 슬몃 책상 앞에 다산이 지었다는 ‘사의재(四宜齋)’ 의미를 붙여놓고 싶어지는 저녁이다.
‘생각을 맑게 하되 더욱 맑게, 용모를 단정히 하되 더욱 단정히, 말을 적게 하되 더욱 적게, 행동을 무겁게 하되 더욱 무겁게’ -200p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