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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의 총구다 - 남자현 평전
이상국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스물 네 번째 서평
나는 조선의 총구다-이상국
독립과 남자현 그리고 여성
[일제의 심장을 겨눈 독립투사 ‘만주의 여호(女虎)’]라는 부제가 붙었다. 남자현 평전은 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두께면서도 얇은 편에 속하는 책이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후반부에 삽입되고 있는 후손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남자현과 비교해서 읽어볼만한 내용의 부록 ‘다시 쓰는 여성사’을 제외한다면 남자현에 관한 이야기는 그다지 많지 않은 분량이다.
각설하고 이번 책이 지니는 의미는 ‘남자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접근이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에게 고하는, ‘나라와 독립’이라는 주제에 대한 의미 있는 자각이 아닐까 싶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녀에 대해 알고 있을까. 책은 남자현의 가계를 중심으로 시대적 정치적 배경과 그 안에서 얽힐 수밖에 없었던 불운한 시대를 살아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기에는 남자현의 조부와 부 그리고 역시 독립운동을 하다가 전사한 그녀의 남편인 김영주에 대하여 출신과 사회적 배경, 인과관계를 소개하고 있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만주로 이주한 그녀의 행적을 쫒아 독립군에 깊이 관여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에 대한 소개와 이들과의 관계, 그리고 사건들을 자세하게 기록한다.
전장에서 남편을 잃고 유복자로 아들을 키우던 남자현이 장성한 아들을 데리고 만주로 이주한 것은 그녀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아니었을까.
그녀 남자현은 초기 만주로 건너가 서로군정서에 몸담게 된다. 만주이주 초기에 그녀의 행적은 구체적으로 독립군에 편입되어 전선을 누비지는 않았지만, 아동과 더불어 부녀자에 대한 교육사업과 교회관련 일에 매진했다고 기록한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선장에 서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만주 이주 후 7년이 경과한 시점이었다고 한다. 이때쯤에 와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독립투쟁의 목표로 ‘사이토 총독’ 시해를 동지들과 결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불발로 돌아갔다.
남자현 평전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손가락을 잘라가면서 피끓는 통한을 쏟아냈던 독립투사의 한 사람이었던 한 여성이 있었음을 화인처럼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여자 안중근이라는 이야기가 따라붙는 까닭은 어쩌면 그녀가 스스로 손가락을 절단하면서까지 의지를 굳혀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책이 너무 여성성에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그녀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자못 강조하고 있다. 여성이라는 신체적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독립을 위해 투쟁하다가 영면한 남자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각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된 요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성이라는 독립투사 표현이 어쩐지 자꾸 눈에 거슬리는 것은 왜일까. 그녀가 여성이기에 더 불필요하게 따라붙는 수식어가 과연 필요한가, 라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남자현은 여성 독립투사가 아닌 우리가 미처 잊고 지냈던 여느 독립투사 중 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라의 존망이 절체절명 위급한 시기에 남녀의 구별과 신분의 격상이 갖는 의미는 무의미하다는 취지로,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을 시작했고 순국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를 굳이 남녀라는 인식으로 구별하여 여류라는 표현을 써야 하는가, 라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남자현 그녀는 분명 여성이다. 만주의 독립군들에게 정신적인 어머니의 자리에서 또 적장의 목숨을 노리는 투사의 자리에서도 그녀는 항상 뜨거웠고 치열했다. 그녀는 한 사람의 아내였으며, 어머니였고, 우리네 이웃 아주머니였지만 기실 남자현 그녀는 한 사람의 우국충절의 정신으로 나라의 안일을 걱정하던 독립투사였다.
책은 만주와 연해주 근처 독립을 위한 단체들에 대한 소개와 그들의 반목과 경쟁, 창조파, 개조파, 고수파로 나뉘어 갈등하는 조선 독립군 단체의 상처를 드러내기도 한다. 조선 독립운동의 계보라고 할 수 있을까. 비록 남자현을 중심으로 그 주변의 환경을 더 중심으로 기록하고는 있으나 책을 통해 당시 조선 독립운동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