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 - 조선 최고의 공부 달인들이 알려주는 학문의 비법
이수광 지음 / 해냄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열다섯번째 서평

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 이수광 지음

 

공부. 왜 할까

 

 

 

  제목이 상당히 시니컬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다보니 갑자기 질문이 생겨난다. 뻔한 질문이고 어쩌면 뻔한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인데 그래도 다시 자문한다. 공부. 왜 할까? 무엇을 찾으려고, 무엇을 얻으려고 아등바등 목을 매는 걸까.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은 비교적 두껍지 않은 분량으로 부담 없이 다가온다. 무엇보다 무겁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손목의 힘과 책의 무게를 생각하는 것은 분명 사심이고 사족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싶다.

  일절하고 조선사와 관련된 책은 이미 수없이 많이 출간되어 왔었다. 동일한 시대적 배경과 혹은 비교적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책이라 하더라도 ‘어떤 기획의도를 가지고 주제를 정했는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미 안정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조선조 역사와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 유명세 때문에 오히려 하나의 맹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주제로 접근하지 않은 이상 그 내용은 기존에 대중과 독자들에게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 된다.

 

  이수광의 ‘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이 지니는 책의 접근성과 기획의도는 신선했을까. 책이 갖는 주제와 의미라든지 다소 길게 느껴지는 제목을 보면 이색적인 끌림이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책속에 등장하는 몇몇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이미 친숙한 인물들. 그들의 일생과 업적을 다루고 있다는 데서 이수광의 책은 여느 조선사를 기록하고 있는 책과 큰 차별성은 없어 보인다.

책이 갖는 장단점에 대해 고민한다. ‘공부에 미친 16인의~~~~’이 갖는 장점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장점이 단점이며 단점이 장점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어 보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늘 생각했던 점이 바로 그 문구였던 것 같다.

 

  우선 장점부터 생각해보면 무엇보다도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주는 친근함이라고 할 수 있다. 김종직과 이황, 이이와 조식, 정약용과 박지원, 유득공과 같은 인물은 이미 대중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이들의 공통점을 학문이라는 틀에 국한시켜 굳이 ‘공부 차원’으로 일축하기에는, 거론되고 있는 이들이 지니는 역사적 존재가치와 의미가 너무 광범위하다. 소개된 인물들은 ‘학문과 공부’라는 틀에서 재론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당론이라든지, 왕권과 관련해서 혹은 개인적 사상과 학문체계의 완성도 높은 추구라는 측면에서 수없이 많이 거론되었던 인물들이다. 그럼 점에서 책의 절반이 넘는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는 위의 인물들을 열심히 공부한 선비라는 조금은 비좁은 형식적인 틀에 가두고 있는 듯한 이번 설정을 책이 지닌 단점으로 생각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찌보면 책은 공부 달인의 노하우를 전수하기 보다는 전자에 언급한 인물들의 삶과 학문 혹은 정치적 업적을 요약해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몇몇 이들은 꼭 제외해하고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 외 대부분의 이들은 열심히 살았고 후세에 남길만한 업적도 쌓았으며 그 과정에서 공부에도 열심히 매진했다는 식으로 정리하면 간단명료할 듯하다.

 

  책이 조선조 여류문화를 엿볼 수 있는 몇몇의 여류문인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 잠시 주목하게 된다. 유교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여성이면서도 꾸준히 책을 가까이 하고 창작을 해왔던 인물과, 반면에 굴레를 벗어버리고 자유를 꿈꾸던 인물로 저자는 빙허각 이씨, 난설헌 허초희, 금원 김씨, 정일당 강씨등 네 명의 여성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관심을 끌었던 여류 문인들에 관한 이야기도 기존에 이미 다뤄진 이야기여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듯하다.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마지막 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야기인데 천한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또는 극복하기 위해 애쓰며 고군분투하는 중인과 노비를 대상으로 소개하는 대목이다. 어쩌면 나는 마지막 장과 같은 이야기를 더 많이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책이 주는 아쉬움은 이를테면 조선의 공부벌레들을 소개함에 있어 각각의 대표주자 선정을 지나치게 대중성과 보편성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게 된다.

  구태여 딴지를 걸자면 엄밀하게 볼 때 제목과 내용은 서로 약간의 이질감을 갖는 듯하다. 제목이 내용을 다 받쳐주지 못하는 듯 하고, 내용이 제목을 품어주기에는 그 범위가 넓다.

미주알고주알 많이 뜯어놓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고, 에필로그에서 언급하고 있는 저자의 사려깊은 의도까지 쉽게 간과하는 일은 예의가 아닐 듯싶다.

 

‘공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열정이다. 열정이 가득한 사람은 어떤 조건에서도 성공을 이룬다.’p307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맥이 담긴 구절이다. 가난해서 혹은 양반이 아니어서, 남자가 아닌 여자이기 때문에 배우지 못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한 자만이 그 너머의 학문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풀이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현실 극복이며 열정일 듯하다.

 

  책은 깊이감 보다는 포괄적이면서도 쉬운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깊이 있는 독서를 원한다면 각각의 인물을 대상으로 출간된 기존의 책을 같이 읽어보면 좋을 듯싶다. 반면 그런 책들에 부담감을 느낀다면 이수광의 ‘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을 권한다. 공부 이야기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전치적인 기획의도를 떠나서 조선의 이런 멋있는 사람들이 살았었다는 것을 알아가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독서가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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