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2 2 - 혼자 살다 갈 수도 있겠구나…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열 번째 서평

낢이 사는 이야기 2 -서나래

 

살아가다 보면....

 

  카툰집이다. 만화책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다. 하지만 누구누구의 이야기처럼 독특하지 않은가.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일이다. 언젠가 한번 스마트 폰으로 이리저리 손가락을 굴려가며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서나래의 카툰을 본적이 있었다. 유난히 큰 머리와 소소한 일상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내고 있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이 보는 허무맹랑한 무협만화보다야 스케일도 크지 않고, 내용도 잔잔하지만 그게 보통 사람들, 우리들이 사는 모습이 아닐까. 괜히 물위를 건너다니고 손바닥에서 바람이 나와 집 한 채를 쓰러뜨리는 식의 과장된 이야기는 그다지 구미를 자극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쯤되면 무협만화 신봉자들에게 몰매를 맞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개인의 취향은 그렇게 다 다른 거란 말이다. 남편과 내가 서로 다르듯이.

 

  카툰집 한권을 봤을 때 전체적으로 여백이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도 가능하면 한명 내지는 두 명, 배경으로 주변 인물로 스케치할 때를 제외하고는 강조할 주인공 수는 많지 않다. 물론 주인공은 작가 자신. 서나래의 카툰집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피소드 모음이다. 그런 까닭에 더 현실적이기도 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쉬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틈틈이 감초 역할로 등장하는 남동생과 부모님 그리고 또 하나의 가족들인 고양이 가족과 손톱만한 크기였을 때 입양한 달팽이 둥글레씨의 존재감도 사뭇 진중하다.

 

  소설이나 희곡 장르처럼 어떤 반전이나 극에 달하는 절정과 같은 구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어수룩한 분위기가 친근하다. 꾸밈없는 날것으로의 순수성이 우회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어쩌면 서나래의 작가정신과도 연관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몇 가지를 소개해보자. ‘우리들은 실수쟁이들’을 보면 사회초년생들이 직장생활과 업무에서 경험하게 되는 자잘한 실수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측은지심의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사회초년생들의 동질감을 끌어내는데 어렵지 않게 접근하고 있어 보인다. 작가가 마지막에 써놓은 문구는 과히 씁쓸하면서도 겸허하기까지 하다.

 

[우리네들은 이렇게 사회에서 제 몫의 실수를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P54)

 

  ‘심야 택시’의 내용은 작가가 우연히 야심한 시간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지인에게 전화를 하는 것처럼 연극 아닌 연극을 하는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는 이야기는 코믹함 가운데 사회적 풍자도 살며시 들어간 듯한 인상을 준다. 카툰이 갖는 본연의 역할을 잘 이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대목에서도 사회적 비판 같은 것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척, 처음부터 끝까지 순진하게만 보이는 듯한 작가의 멘트에 힘이 실린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것을 반어법과 언중유골의 조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보세요. 아저씨. 나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답니다. 없어지면 누가 찾을 거에요. 그러니 부디 나를 안전하게 데려다 주세요. ---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하며 마음은 좀 편해졌지만 동시에 좀 슬펐다] (P125)

 

  중간중간에 ‘싱글라이프’라는 제목으로 작가의 일상을 담아내는 코너가 실린 것도 눈에 띈다. 카툰을 읽으면서 쉬어가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접했던 부분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식용달팽이 둥글레 씨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관찰일지처럼 보여주는 작가의 사소하면서도 진실된 이야기. 어쩌면 그런 평범하면서도 섬세한 면모들이 서나래 그녀가 추구하는 그녀만의 세계의 장점이자 가장 강한 무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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