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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교토 - 느릿느릿 즐기는 골목 산책 ㅣ 시공사 시크릿 시리즈
박미희 지음 / 시공사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아홉 번째 서평
시크릿 교토-박미희지음
교토를 예찬하다
여행은 언제나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하는 기회인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늘 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내게 있어 여행이란 어휘 자체만으로도 조금은 사치스러운 것으로 다가온다. 불현듯 배낭을 꾸려 떠날 수 있을까. 걸리는 게 너무나 많은데 정말 떠날 수 있을까. 문득 자문한다. 기화가 있을 때마다 한번씩 외국에 나가시는 부모님의 명언 하나가 기억난다. ‘한번 나가봐라. 또 가고 싶지.’
여권을 준비하고 비자를 챙기고 트렁크를 챙기는 분주함 대신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책을 선택한다. 책으로 얼마만큼의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하지만 늘 하는 말인즉 ‘책도 책 나름’ 이지 않은가 말이다.
박미희의 <시크릿 교토>는 보석처럼 이쁘고 아담하면서도 빛이 나는 책이다. 여행자들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한 정보의 메모 그리고 다양한 사진과 더불어 곳곳의 감상을 족집게 강사처럼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일본이 작은 섬나라라고만 생각했다면 박미희의 책을 통해 굳어져있던 하나의 통념을 깰 좋은 기회로 다가서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섬나라 일본 그 중에서도 교토. 저자는 교토의 구석구석을 찾아 카메라를 들이대며 발품을 팔아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초보여행자들의 길을 안내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교토를 구분하는 기준은 어쩌면 가이드를 직접 수행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교토는 저자 박미희가 새롭게 정하고 있는 인식의 흐름에 의해 나누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조용하게 생각을 정리하면서 돌아보면 좋을 곳, ‘철학의 길’로 유명한 지역의 산책하기 좋은 곳, 가장 볼거리가 많은 명소가 집중된 곳, 소설 설국으로 처음 알게 된 ‘게이샤(게이코)’와 게이코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에 있는 ‘마이코’를 만날 수 있는 곳(하나미코지), 그 외에도 교토에서 가장 번화가를 이루고 있는 곳과 더불어 유명사찰 내지는 차로 유명한 지역의 소개까지 박미희의 교토 소개는 이채로운 동시에 다양하다.
책을 통해 우리는 저자의 수고로 매번 새롭게 눈앞에 펼쳐지는 운치 있는 교토를 만난다. 각각의 지역마다 세심하면서도 다정하기까지 한 저자의 시선을 따라 섬나라 일본의 숨은 보석을 들여다보는 기회인 셈이다.
여행객을 위한 책인만큼 크고 작은 사진들이 함께 실려 있는 것이 호기심과 여행을 향한 의욕을 자극하는데 한 몫을 더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 ‘사라사니시진’(p229)과 직접 화과자를 만드는 체험을 해볼 수 있는 화과자점 ‘간슌도히가시텐(p281)’. 카페, 갤러리, 호텔이 한곳에 모인 신개념 '아파토텔인 ‘프린츠’(p63). 신비주의의 한 획을 긋는 듯한 분위기의 이끼로 둘러싸인 사찰 ‘사이호지’(p307) 등이 기억에 남는다.
명소마다 찾아가는 길에 대한 정보와 각각의 상점이 오픈하는 시간대, 연락처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같이 명시하고 있으며 부록으로 지도와 간단한 일본어 회화까지 함께 싣고 있어 책은 실제로 여행길에서 다른 안내 책자 없이도 요긴하게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유난히 사찰문화가 발달한 일본인만큼 책속에는 고즈넉하면서도 운치 있는 사찰이 상당히 많이 소개되고 있다.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곳도 많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도 여럿 눈에 띈다. 사찰과 쌉싸름한 맛이 난다는 차, 그리고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음식점과 잡화점 카페 등을 통해 여행을 위한 목적으로서의 일차적인 목적을 인정하게 된다. 더불어 한편으로는 일본의 다양한 문화적 컨텐츠로서의 의미를 생각하며 폭넓은 가이드 역할을 우직하게 끌어가고 있는 점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를 한번쯤 되새겨 볼일이다.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고 눈이 호사를 누렸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넓어지고 조금은 여유로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