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로 생각 리셋
이정숙 지음 / 나비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여덟 번째 서평

좋은 엄마로 생각리셋-이정숙

 

그래도 소신 있는 엄마가 좋더라

 

  집에서 전업주부로 연년생 남매를 키우다보니 결혼 전에는 소형 마이크를 사용하면서 이야기하자고 요구해왔을 정도로 작았던 목소리가, 결혼생활 십년만에 기차 화통 삶아먹은 소리처럼 억세고 우렁차게 변했다. 사실 이 부분은 약간의 자조가 섞였다. 하지만 긍정의 변화라고 믿고 있다. 어쩐지 상황에 있어 구리구리한 과장이 섞인 냄새가 풍기지만 결국 아이들이 자라는 동시에 엄마도 변화 한가운데서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육아서는 잘 보지 않는다. 못된 엄마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솔직해지기로 하자면, 약간의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한 내가 갖는 그 부담감들이 현실적으로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아이들의 교육과 양육이라는 문제 앞에서 슬그머니 뒷걸음 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골치아픈 것은 절대 사절이다. 그런데 문득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자기 회의와 의문들이 쪼그라들어버린 엄마의 양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비굴하게도 약간의 위축이 자극제가 되었던 까닭이겠지만 접어두었던 관심분야의 책을 집어들었다. 그것이 이정숙의 책이다.

부모가 또는 엄마들이 육아서를 끼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나는 또 왜 여느 엄마들처럼 이 주제에 홀깃해서 이정숙의 책을 접하고 있는 것일까. 늘 되풀이되는 이야기. 그들이 말하는 내용과 정리하는 결론은 다들 비슷비슷했다. 그런 까닭에 매번 복습만 하는 기분이 든다.

  어쩌다 누군가 새로운 이론과 학설로 재무장해 책 한권을 내면, 다들 그와 비슷한 아류의 책들을 찍어낸다. 결국 원조격인 책과 후발주자로서의 출간된 책이 서점에서 같이 경쟁하면서 내용의 평준화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딴은 이 문제가 어디 교육관련 양육서적에 한한 일일까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의 생각을 읽어줄 때 가슴을 그 마음을 먼저 읽어줘야 한다는 것처럼 책을 만들어내는 저자와 관계자들이 형식과 기준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같은 의미에서 보통의 엄마들이 쉽게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 방식을 자주 찾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사실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포장을 바꾸고 약간의 상황설정의 변화를 가져와 새 책인 듯 내놓는 방식에 동조하기 어렵다. 이쯤에서 나는 나름의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또한 알고 있다. 과연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많은 얼마나 다양한 육아서를 읽었나 하는 비판이 그것이다.

 

  ‘스펙’의 사전적 의미는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네이버 사전에서 점 하나 빼지 않고 고대로 인용한 표현이다. 방송인이라는 직업을 접어두고 두 아들을 데리고 유학을 떠났던 책의 저자 이정숙의 교육관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책 ‘생각리셋’ 안에는 유난히 ‘스펙’이라는 신조어가 자주 등장한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나는 신조어 ‘스펙’ 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어휘를 두고 우습지 않게 반감이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스펙이 어쨌다는 건가, 라는 식이다. 글로벌 시대에 ‘모셔가는 인재(개인적으로 모셔가는 인재라는 표현이 좋아보이지 않는다)로 만들기 위한 교육지침서’라는 특명을 지닌 이번 이정숙의 책은 저자의 경험을 근저에 깔고 시작하고 있어, 보통의 엄마들에게서 신뢰감과 친근함을 끌어내는데 용이하다고 본다. 저자는 오래전 친정어머니를 대신에서 동생들을 키우고 가르쳤던 경험과 자신의 두 아들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느끼고 배워온 실제 경험들을 토대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어머니상과 동시에 바른 교육관을 피력하고 있다.

 

  개인적인 식견중 하나지만 모든 분야에 있어 나름의 비판 없는 수용은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정숙의 책 역시 비판과 동조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읽어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의견과 판단에 무조건적으로 동조는 하지 않는다. 다만 저자가 자신의 책에서 말했듯이, 육아는 예습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닌 것이기에 경험자들의 진실된 조언과 몸소 겪었던 다양한 체험을 통해서 내 아이의 상황을 보다 긍정적 차원으로 전환시키는 데 근본적이면서도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믿는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동안 교육방송에서 하는 ‘마더쇼크’ 라는 다큐멘터리를 접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마더쇼크’를 본 것은 행운이었다. 비단 그것을 대중매체가 갖는 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방송에서는 책과 달리 유연성을 엿볼 수 있었다. 책이 개인의 경험(물론 경험의 가치를 간과할 수는 없다)과 사고에서 기인하는 긍정의 마인드로 집약이 됐다면, 방송에서는 다양한 실험군의 비교와 이론이 뒷받침되는 과정을 통해 차분하게 방송의 주된 목적(자녀와의 관계에서 찾아야 하는 현명한 어머니상)을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점이 그 차이점이지 않은가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묘한 반감에 사로잡혀있던 나는 그 반감의 근저가 되는 원인을 ‘일반화의 오류’라는 나만의 독단적 사고에서 기인한다고 믿었다. 어쩌면 지나친 삐딱선을 탔는가도 싶다. 그러나 저자가 이야기하는 다양한 사례 역시, 각각의 문제상황을 구격화한 문제의 틀 안에서 풀이하고 해석하는 듯한 느낌에서 자연스레 갑갑증을 느꼈던 것 같다. 제시하고 있는 문제들과 해결책으로 과연 매 순간과 각각의 상황에 따라 무수히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백프로 다 담아내고 정리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차였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사례가 갖는 특성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갖는 일반적이고 가장 보편적이라기보다는, 그들 중에서도 특히 학업 내지는 학업과 연계된 인성, 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갖는 학생들이 갖는 그들만의 고충과 그들만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책을 읽는 독자의 자리에 서있는 부모와 특히 그 중에서도 주요 타겟인 엄마들은 지나치게 일반적이며 대중적인 동시에 또 지나치게 편향적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굳이 책이 갖는 문제점이라는 표현을 들기는 그렇지만, 비교 실험이라고 했을 때 실험군과 대조군의 한계와 구분이 명학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글로벌 시대에 부응하는 인재육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은 내 아이를 잘 키워내기 위한 유능한 엄마로 환골탈태하자는 데 있다. 그것이 이 책이 지니고 있는 가장 명확한 주장이지 싶다.

 

  저자의 시선으로 보자면 나는 사뭇 삐딱하고, 쉽게 말해서 더 공부를 해야 할 엄마로 낙인이 찍힐만하다. 엄마의 마인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저자의 이야기를 십분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자연주의에 근접하는 양육관 내지는 모성애에 더 많은 끌림의 작용을 중요시하고 있는 나는 딴은 아직도 갈길이 먼 과정에 이미 들어서버린 것은 아닌가. 이를테면 허접한 소신이 만들어낸 아집이다. 당분간은 소신의 의미를 되새겨 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에서 거론하고 있는 내용은 숙지하고 아이들과 같이 생활 속에서 경험해가며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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