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상처를 말하다 -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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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아흔 세 번째 서평


예술, 상처를 말하다-심상용


가려진 실존과 부조리


책 표지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영원의 문에서>라는 그림이 실렸다. 한 노인이 고개를 숙인 채, 주먹 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다. 눈에 확 드러날 다른 정물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노인이 앉아있는 목재 의자와 동일한 목재로 된 마룻바닥 그리고 한 곁에서 타오르는 벽난로가 보인다. 이 그림을 두고 세간의 시선과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심상용의 시선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서로 엇갈린다.

이번 책은 어렵다.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깊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다만 보통의 독자가 인내심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책을 붙잡고 있을까, 라는 지극한 소심한 걱정을 하게 된다.

책을 읽고 기록으로 남길 때 나는 늘 내가 읽은 책을 완전히 소화해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인 동시에 힘든 일이다.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알지 못하는 무지함에서 오는 가벼운 말놀음은 책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읽었던 책 모두들 진정 백프로 이해하고 수용했다고는 말할 수가 없을 듯하다.

심상용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 덫에 걸려들었음을 알았다. 저자의 이야기가 실린 ‘들어가며’ 부분을 읽는 순간 이번 책이 어떤 성격으로 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작가의 문체 그리고 풍기는 분위기에서 대번 책의 느낌을 찾는 일은 그닥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고통의 시대, 상처의 예술’, ‘이방인’, ‘혼돈의 시대가 남긴 상흔들’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획을 그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책에 실린 글들은 같은 다소 시간의 흐름을 갖고 작성된 듯한 인상을 받는다. 초반의 심상용의 글과 후반부에 들어가는 그의 글이 주는 느낌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달랐기 때문이었을까. 물론 그가 설명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주제와 대상이 다르고, 그것을 중점으로 풀어내야 할 이야기의 성격이 다른 까닭이기도 한 이유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보다도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그만의 글을 읽어내는데 그만큼 익숙해진 까닭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 그의 글은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토로하는 듯 보였으며, 다소 격양되어 보이기도 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는 말처럼 그가 적어나간 문장과 단락 안에는 비판과 회의가 확연하게 드러나 있어서 일정부분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1961년생인 저자가 쉰을 넘긴 나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표현은 어쩌면 다분히 전문가만의 현학적 냄새를 지나치게 많이 풍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문장 안에 다소 많은 한자어를 가져오기도 했고, 지나친 비유를 쓰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 표현이 적절한 비유인가, 라는 낙서를 참 많이도 적어놓았던 것 같다.

그러나 각설하고 그가 처음 이야기했듯이 이 글은 현실비판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현실 비판이란 그동안 우리가 안일하게 수용하고 인지했던 보편화된 상식의 틀을 깨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을까.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새롭게 접해봐야 한다는 내용 속에는, 속 쓰린 이야기지만 현실에서 예술이 존립하기 위해 부득불 공유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실존의 부조리들을 들춰낸다. 동시에 저자 심상용은 그것들을 주르르 펼쳐놓고 조목조목 따져 비판하고 있었다.


심상용은 예술가의 실존에 시선을 고정한다. 무엇보다도 현실에서의 예술과 인간본연의 실존이 문제인 듯하다. 이렇게 끄적이고 보니 어쩌면 내가 심상용의 이야기를 잘 이해했는지 잘못 이해했는지 의문이 든다. 


그가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예술가의 초상 앞에서 나는 잠시 머뭇거린다. 그것은 기존에 알고 있었던 세계와의 관계를 잠시 단절하고 저자가 이끌어가는 길로 걸어가기 위한 준비운동일지도 모른다. 고통의 시대, 상처의 예술 편에 소개된 빈센트 ‘반 고흐’, 그리고 한때 심취해있었던 ‘프리다 칼로’를 심상용의 시선으로 다시 새롭게 만날 수 있어 신선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방인 편에서 만난 ‘권진규와 이성자’에 대한 이야기 역시 기억에 남을 듯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책은 저자가 선별한 예술가의 일생과 업적을 통해, 독자에게 진정한 예술의 가려진 측면을 보여주기 위한 일련의 기회로 작용 하지 않을까싶다. 쉽게 쓴 문장에 익숙해진 책 읽기에 딴은 아주 천천히 되짚어가며 정독해서 읽어야 했던 할 말이 많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는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명언을 비롯해 심상용 그 자신이 남긴 내실 있고 속 깊은 그런 까닭에 튼튼한 뼈대가 서있는 글들이 실렸다. 하나하나 찾아보면 좋은 공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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