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시에 매혹되다 - 한시에 담긴 옛 지식인들의 사유와 풍류
김풍기 지음 / 푸르메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여든 한번째 서평

옛시에 매혹되다-김풍기 지음




한시 속에 담긴 정서




한시를 소개한 책이다. 시기는 고려와 조선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부수적으로는 중국의 작품들까지 각각의 주제에 맞는 한시를 소개하는 형식이 이어진다. 어느 한 주제를 소개함에 있어 앞부분과 뒷부분에는 에세이 형식의 그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한권의 책으로 그를 다 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분명 그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어쩌면 이번 책 ‘옛시에 매혹되다’ 초반부에서 그렇게 많이 설명하고, 주지시키려 노력했던 ‘풍류’와도 연관성이 있어보인다. 결과적으로 한시는 풍류와 흐름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까.

풍류에 너무 연연해 한다는 인식을 받았던 것 같다. 김풍기가 풍류에 대해 그것도 한시를 거론하는 책의 맨 앞장에 떡하니 자리를 준비한 까닭에 대해 생각한다. 한시와 풍류의 관계에 대해서 말이다.

풍류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고 이해하려 한다. 적어도 내가 이해하고 해석했던 부분에서 배운 정보를 종합해보면 그렇다. 그 말끝에 춤과 노래, 절대적 풍경과 감상 또는 인간과 술에 대한 감상 따위를 붙여볼 수 있을 듯하지만, 기실 이 모든 것을 다 끌어안는 것이 언어적 표현의 풍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예술의 어떤 분과를 지적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러한 것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p21




한시를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풍류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우선순위일 듯싶다. 분격적인 운동에 앞서 하는 준비운동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적절하지 못한 비유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쨌든 풍류를 받아들일 자세를 위해 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에는 모두 열 입곱개의 주제에 의해 다양한 한시들이 소개된다. 내용은 옛 문장에서 자주 만나보았을 법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는 까닭에, 읽는 이로 하여금 그다지 큰 어려움은 느껴지지 않는 듯하다. 옛 조상들이 일상에서 느끼고 실천했던 대소사와 관련한 일들하며, 그 가운데 함께 했던 책, 자연, 계절, 세월의 무상함과 같은 이야기가 비교적 섬세하고 자세한 풀이를 빌려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지나치게 학문과 전문성에 치우쳐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한시의 분야를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차분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는 데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지은이 김풍기식의 글쓰기의 매력인가보다.

다만 고전을 비롯해 한시를 읽는 이유를 굳이 설명하려드는 그에게는 마치 어떤 완벽성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글을 읽고 난 후의 변화를 촉구하는 그만의 고집이 그것이다. 책 한권을 읽는 동안 자주 그런 분위기를 접할 수 있었는데, 그가 갖는 여유로운 사고에서 발현하는 글쓰기와는 다소 상반된 시각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역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의 생각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일까. 뒷부분에서 다소 유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정서적 교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옛 선조들의 삶을 공간적 배경에서 조금이라도 가깝게 느껴보기 위해서일까. 장마라든지, 외지의 고독한 변방이라든지, 대나무 숲, 산과 정원, 은거와 같이 열거하고 있는 장소나 소재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는 자못 비슷하다.

또한 지은이 김풍기가 소개하는 작품들은 시어나 표현에서도 감각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암울한 것을 끝간데없이 한스럽게만 서글퍼 하지 않았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일종의 비유와 상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장마의 정치적 우의라든지(벼슬살이 길은 칠월이라 진흙탕으로 어려운 걸....최립, 문수사스님의 시권에 차운하다p218),병의 상징적 의미와도 일맥상통했던 부분이다.(병이라 해서 모든 병이 몸의 쇠락과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p187)




 사회적 정치적 일사를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어떤 심상이나 느낌에 있어 그것과 자연현상과 더불어 개인의 상황으로 절묘하게 동일시하면서 작품성을 완성시켜가는 한시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책을 읽는 내내 큰 즐거움으로 함께 했던 시간이다.




생각해보면, 위장약보다야 한시 한수 읽어내는 일이 더 좋지 않은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