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 - 그 창조적인 역사
피터 투이 지음, 이은경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일흔 다섯 번째 서평

권태- 피터 투이




권태, 유쾌한 접근




흥미로운 책이다. 제목이 권태인 만큼 책 속에는 수많은 권태 이야기가 등장한다. 권태란 무엇일까. 익히 잘 들어왔음직한 표현이긴 한데, 딱 꼬집어서 말하기는 좀 어려워 보인다. 권태의 양상을 가끔 문학작품에서 엿보기는 하지만, 그것을 주제로 삼아 펴낸 책은 좀 생경스럽다고 해야 할까.

낯선만큼 신선한 의도가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자칫 제목이 가져오는 분위기에 압도당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권태가 풀어내는 어떠한 마력에 의해 잘 끌려가리라 믿는다.




권태는 지루함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늘 비슷한 주제와 소재를 가지고 창작되는 현대소설 내지는 문학작품을 대하면서, 고리타분한 틀에서 벗어나는 획기적인 무언가를 찾고 싶은 감정이 늘어나는 것과 권태를 연결 지을 수 있을까.

책은 권태를 소재로 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를테면, 다양한 학자와 철학자들의 이론들을 소개하고 또는 예술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권태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권태의 베일을 한 꺼풀 한 꺼풀 친절하게 벗겨내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일절하고 이제 책으로 들어가보자. 흔히 따분하고 지루하게만 느꼈을 권태에 대해서 속속들이 밝혀내는 일종의 ‘권태 해부’학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하다. 더더군다나 권태를 구분하여 종류별로 정리하고, 각각의 권태 즉 ‘일반적인 권태’와 ‘실존적 권태’에 따라 각각의 특징들이 인간과 현대사회 및 예술 작품 속에서 어떻게 잔존하고 표출되는가를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감정 따위를 논함에 있어 그것이 심리학 관련 서적이 아닌 이상,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책은 많이 접하지 못한 듯하다. 이 책이 주는 의미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접근 말이다. 기실 어쩌면 우리는 권태에 의해 수동적으로 따라오는 부수적 감정에 더 많은 가치를 두었는지도 모른다. 혐오감이나, 불만, 분노, 내지는 졸음과 지루함 따위의 부정적 요소에 대해서 조금은 더 수다스러웠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러나 각설하고 책은 권태가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권태는 특정 상황이 우리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조기 신호를 보낸다. 혐오감처럼, 권태도 적응적 정서로서 건강한 삶을 사는데 도움을 준다”    p237




권태에 빠진다는 표현을 한다. 저자 피터투이의 이야기를 들으면 권태에 빠지는 일은 어쩐지 꼭 필요한 일상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앞으로 벌어질 알 수 없는 일상에 대한 일종의 경고 내지는 의식이 담긴 중요한 메시지라고 한다면 오히려 가까이 할수록 좋은 것이 바로 권태가 아닌가.

물론 저자 역시 지나친 권태에 몰입하는 것을 염려하기도 한다. 또한 만약 우리 중 어느 한 사람이 지나친 권태의 늪에 빠져들었다고 하더라도 그 치료제는 분명 존재한다는 말로 분위기를 유하게 바꿔나간다. 그렇다면 그 치료제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개인의 또는 자기 자신의 감정의 흐름을 잘 파악하는 데서부터 플라시보 효과를 떠나 분명한 치료제로 확인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감정을 바꾸면 지독한 권태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현대 의학에서 보는 권태란 정신질환에 지나지 않는다는 편파적인 속설 앞에서, 권태란 아예 그 존재감을 무시하기 보다는 어느정도 즐기면서 각자가 이롭게 수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번 책 “권태”를 대하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총체적으로 볼 때 그 내용에 있어서 인간의 감정인 ‘권태’에 관해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저술된 신선미가 돋보였다는 점과 반면에 어휘 자체가 주는 위압감으로 인해 책을 읽는 일 자체가 권태로워질 수도 있겠는 생각을 불러들이는 책이기도 하다.

제목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 제목에 날개를 좀 바꿔주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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