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 상처투성이 부부 관계를 되돌리는 감정테라피
박성덕 지음 / 지식채널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일흔 네 번째 서평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박성덕지음




세상의 모든 남편과 아내를 위한 책.




책이 주는 긍정적 효과는 배구에서의 시간차 공격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읽는 순간 아, 그렇구나! 정말이지 전혀 새로운 그 어떤 것이든, 익숙했으나 아련하게 멀어졌던 무엇이든 간에 현재 내 곁에 없는 것을 알아 가는 과정만큼은 무엇보다도 비교할 수 없는 감사와 행복감을 주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위험요소는 늘 잔존하는가보다. 이를테면 지속성에서의 문제가 그렇지 않을까. 물론 불행하게도 이런 이야기는 단순한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대중의 그것으로 옮겨가려드는, 이기적 욕심에서 발한 어설픈 오류 말이다.




책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를 읽는 동안 나 역시 달라지는 것들을 느꼈던 것 같다. 무덤덤하고 애교 없는 곰 같은 마누라에서 딴은 애교도 부리며, 없던 눈웃음도 만들어가면서 어설픈 그러나 사실은 노력하는 여우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전화를 받는 목소리도 달라져간다. 

그가 알아주기를 바랐던가. 아니다. 그저 내 마음에서 우러나는 변화였고, 이 변화의 결과에서 어떤 반응을 바랐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평온했던 감정을 스스로 즐겼던 것 같다.




부부 또는 가족의 갈등과 심리에 관한 책은 수없이 많다. 올해 들어 이런 내용의 책만 한달에 한번 꼴씩 접했던 것 같다. 부부싸움을 하고 난후에 밀려오는 낭패감과 회의감에서 어떻게 벌떡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칼로 물 베기라고 했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앙앙 거렸는가 하면서 좋아 죽을 지경인 남편과 내게 있어서도 외부의 자극과 도움은 필요했던 요소였는지 모른다.

책상 위에 올려진 책을 보고 남편은 말이 없다. 일부러 책상 위에 올려놓은 것은 아니다. 늘 책상 위에 책이 올려져 있으니까. 하지만 문득 나는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질문한다.




‘당신, 같이 읽어보지 않겠어요?’




정신과 전문의 박성덕의 책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가 지니는 가치는 자못 크다는 생각을 한다. 기존에 나왔던 비슷한 책과의 차별성을 찾아볼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은 기우가 되면서 슬쩍 뒤로 밀려난다. 물론 읽는 이가 어떤 마음자세로 읽고 있는가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구태의연하게 저명한 학자와 이론들을 소개하면서 부부간의 실질적인 예를 들면서도 기실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의 논리와 명확성을 증명하기 위해 틀에 맞게 짜 맞추는 듯한, 부부 혹은 가족의 심리를 다룬 책이 주변에 넘쳐나는 현실이 문제라면 문제이다. 무엇인가 얻고 싶은 것이 있어 책을 들었다가도, 겉과는 달리 속이 알치지 못한 뒷맛에 허탈해하던 적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반면 박성덕의 책은 거리감을 좁혀가면서 조금은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체적인 구성과 큰 틀에서 보는 내용은 기타 앞서 나온 심리관련 책과 비슷한 양태를 갖고 출발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획일적이며 이론만으로 모든 개개의 사연과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얕은 위로로 채워진 것과는 다르다.

어느 부부에게나 일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데 친근함이 묻어난다. 우리 집에서만 곪아 터져 냄새나는 줄 알았던 문제들이 이웃집에서도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모르긴 몰라도 묘한 안도감 내지는 연대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것이 사람의 복잡한 심리인가보다.




어딜 가든지 사람 사는 모습은 다 같다, 는 말이 생각난다. 부부가 티격태격하는 원인도 집집마다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저자 박성덕은 겸손한 의사다. 그는 직업적으로 의사이기 이전에 스스로가 한 가정의 가장인동시에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임을 이야기하며 우리 곁에 다가온다.

책 속에서 그가 풀어가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어느새 노여움이 풀려간다. 상처로 인해 이기적 발상에서 시작된 ‘내만 바라보기’가 아닌,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감정의 흐름에 의한 ‘배우자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꼼꼼하게 다시 배워가는 과정을 접하게 된다.

저자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한다.




무엇보다 그의 이야기 중에서 결혼의 시작과 동시에 부부는 불행(투쟁)을 짊어지고 간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결혼과 동시에 불행이 시작된다는 말이다.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는 이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말이지만 저자 박성덕은 부부가 처음 맞닥뜨리는 현실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부부간의 갈등은 일반적인 일이며, 두 사람이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런 문제라고 보는 인식이다. 때문에 불행하다고 슬퍼할 일도, 우울해할 일도 아니라는 박성덕의 위로는 나름 따뜻하다.




타인과 타인이 만나서 소리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침묵하는 것이 병이라고 했던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서로에게 상처받아 등을 돌려버린 부부에게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라 말한다. 서로의 마음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서 귀를 기울이라 한다. 그리고 주저하지 말고 무엇이든 표현할 것을 부탁한다.




살아가는 동안 언제고 그와 나는 다시 앙앙거릴 꺼리를 찾을게 분명하다. 주변에 작은 꺼리조차 없다면 어쩌면 없는 것을 만들어서 ‘땡’ 소리와 함께 권투 글러브라도 끼고 달려들어 보이지 않는 링에서 서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부부가 큰 소리를 내고 배우자에게 상처를 주면서 공격을 하는 것의 이면에는 자신 자신을 알리고 싶어 하는 인간 심리의 반응이 담겨져 있다는 저자의 말을 기억한다면, 그다지 링 위에서의 살벌한 시간을 오래 끌지는 않을 듯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에게, 특히 사랑으로 하나가 된 수많은 부부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회가 되면 남편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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