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별로 배우는 통합형 세계사 교과서 1 통합형 세계사 교과서 1
알렉스 울프 지음, 김민수 옮김 / 빅북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일흔 한번 째 서평




테마별로 배우는 “통합형 세계사 교과서”




다시 만나는 세계사 이야기




코 묻은 손수건을 가슴에 붙이고, 동그란 빵떡모자를 눌러 쓰면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80년대 초기 그 즈음에는 동네에 외국인이 별로 없었다. 어쩌다가 낯선 이방인들의 모습이 보일라치면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뒷걸음쳐 모여서는 경계의 눈빛으로 노려보곤 했다. 노랑머리에 파란 눈동자를 보면 다들 하는 말이 미국사람이다, 라고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 미국사람이다, 라는 말에 의아해하는 대꾸들이 들려왔다.

아니에요. 난 미국사람 아니에요.

에잇 거짓말. 코쟁이도 거짓말을 하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외에는 전부 미국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나보다. 하지만 진실은 꼬맹이들이 생각하는 사고의 틀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미국사람이 아니라고 끝까지 항변을 하던 그 외국인은 난 영국 사람입니다, 라고 했던 것 같다.




세계는 넓고 그들의 삶이 그려왔던 역사는 짐짓 시간 앞에서 길고도 농후한 깊이감으로 다가온다. 세계사를 한눈에 읽기란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아는 세계라고는 미국 밖에 없다, 라고 단정 지었던 그 시절이 단순한 세계에 갇혀있는 모순감이 있긴 했어도 외우고 생각하는 데는 쉽지 않았던가, 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한다.

책 제목이 딴은 매혹적이다. “테마별로 배우는 통합형 세계사 교과서” 란다. 구체적으로 어떤 테마를 선정해서 구분하고 다시 분류했는지, 우리가 잘 알고 있거나 혹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새로운 틀 안에서 다시 풀어가고 있다는 데 빨리 읽고 싶은 조바심이 생겼던 것 같다.

책은 전체 2권으로 구성되었으며 첫 번째 책은 선사시대에서 중세시대까지, 두 번째 책은 근세 시대에서 근, 현대 시대까지의 내용을 담는다.

부재에서 나왔던 하나의 어휘를 책 한권이 끝날 때까지 줄곧 잡고 있었다. 그것은 ‘테마’ 였다. 어떤 테마를 어떻게 풀어갔을까. 이미 기존의 세계사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의 전개와는 다른 새로운 것을 만나고 싶었던 게 분명했기에 처음부터 테마에 집착이 과했던 것 같다.




첫인상은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고 그저 알맞았다. 책은 기존의 것들을 밑바탕에 깔고 출발한다. 영원불멸의 법칙인가. 인류의 최초 조상에 대해서, 그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동하였으며,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국가라는 하나의 틀을 소개하는 것 역시 기존의 것과 다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선사시대와 고대시대 그리고 고전시대의 구분도 사실은 조금은 더 명확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세 가지의 시대를 구분했다는 것만으로 테마를 한정지을 수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이번 세계사 이야기를 읽으면서 전에 없이 새롭게 느꼈던 것은, 어쩌면 문명의 발생지에 저자가 더 오래 시선을 두고, 조금은 더 많이 생각을 하면서 책을 썼던 것은 아닌가, 라는 점이다. 보통은 그저 한번 눈으로 보고 지나갈 정도의 문명의 발생지를 논한다고 할 때, 이번 책은 이 부분에 중심 가지를 두고 점차 범위를 주위로 뻗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때문에 뭐랄까, 단순하게 연대기적으로 순열을 정리하기 보다는, 그때의 중심적인 사건(사건이라는 표현이 좀 거슬린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점이 될 만한 순간이라고 해두자)을 기점으로 해서 시선을 옮겨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그런 까닭에 ‘테마’로 보는 세계사인가.




전반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순차적 서술을 기본바탕으로 하면서, 주목할 만한 사항들을 중심으로 쉽게 말하자면 사건중심으로 풀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테마’에 집착하는 내게 책은 조금은 더 쉽게 다가왔던 것 같다. 세계사에서 기록할만한 사건과 사건들을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라와 나라의 흥망성쇠, 영웅의 이야기, 그 안에서 끊임없이 솟아나 서로 부딪히고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 본성의 모습들이 한권에 담겼다. 어쩌면 이다지도 많은 나라들이 생겼다가 없어지고, 서로들 이렇게도 많은 다툼 속에서 세대와 세대가 이어져 왔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책은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세계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릴적 배웠던 교과서보다도 더 많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어, 교과서로 하기에는 학생들이 고충이 많지 않을까 싶고, 다만 세계사를 이해하는데 용이하게 쓰일 어렵지 않은 책으로 알차게 품어볼 요량이다.

연대표를 활용해 길게 풀어서 서술해간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편집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지만, 사실은 기원전과 기원후가 뒤섞여 있어 그 부분에는 조금 더 세심한 정리가 필요하지 않은가, 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한다.




세계사라는 책 한권을 읽으면서 한국, 우리 땅에 대한 이야기는 단 두 번 등장하고 있다는 실정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종교에 관련해 귀퉁이에 아주 작게, 또는 중세시대 끄트머리에 한국과 일본이라는 타이틀로 소심하게 소개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더군다나 후삼국의 통일과 고려시기에 있어 저자는 “한국엔 한동안 통치자가 없는 공백 상태가 이어진다” 라는 표현을 썼다. 눈에 띄게 드러나는 인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당시 고려의 임금이 아예 없었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 마음에 걸려 인터넷을 뒤져 고려사를 다 찾아봤다.

또한 세종에 대한 언급은 단 한줄도 하지 않고 고려를 세운 이성계만 소개하면서, 사진은 이성계가 아닌 세종의 사진을 실은 것도 작게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볼 때,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책 한권에 실린 내용이 전부 겉과 속이 다르지 않는가, 라는 불안증이 갑자기 생겨나기 시작한다. 내가 꼬투리를 또 하나 잡은 셈인가.

사실 다른 세계사 이야기는 그렇게 꼬집어 딴지를 걸만큼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 대해서는 조금은 날이 선 시선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이것이 외국인의 시선에서 본 세계사에 존재하는 한국의 위치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생각이 많아지는 것까지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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