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쉼표를 찍다 -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명랑 가족 시트콤
송성영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쉰 여섯 번째 서평

촌놈, 쉼표를 찍다- 송성영 지음


    미쁘고도 치열한 이야기.

충청도 사투리가 구수한 우리시대 신지식인의 자연주의 귀농이야기다. 무채색의 향연이 소박하면서도 충만한 흑백사진은 시간의 흐름을 살짝 바꿔 과거로의 여정을 이끌어가는 듯하다. 더불어 오랜시간동안 사진을 붙잡고 견뎌내던 사진첩의 낡은 테이프 흔적처럼 노르스름한 띠를 디자인해 곁들인 것도 무심히 지나가기에 아쉬운 보석 같은 장치들이다. 찾아보면 조금은 독특하고 이례적인 저자 송성영의 이력을 살펴보고 있으면 고향땅에 그와 같은 존재들이 남아있다는 일이 복이며 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는 자본을 앞세워 고개를 드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적인 양태를 통으로 야산에 묻어버리고, 문명의 이기적인 혜택과 편리함을 뒤로한 채 야생의 순수함을 찾아 떠나는 이단아적인 인물이다. 남들은 다 앞으로만 나아가기를 원하고 지지 않으려고 옆도 돌아보지 않는 순간에, 그는 독야청청 홀로 뒷걸음으로 슬그머니 대열에서 벗어난다.




사람들마다 생각의 틀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까지 딴지를 걸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그 스스로가 만족하면서, 적극적으로 적응해가며 몰입하면 그것이 최선이 아닐까. 누가 뭐라고 하든지 나는 내 방식대로 산다는 말이 있다. 촌놈이란다. 그러나 분명 그냥 촌놈은 아니다. 당당한 촌놈이며 의식이 깨어있는 촌놈이다. 스스로의 존재를 지칭하는 저자 송성영이 말하는 책 속의 주인공 바로 ‘촌놈’의 안과 밖은 구수한 사투리 속에 당당함과 뿌듯함,  스스로의 존재를 다독여 줄 수 있는 내적인 충만함이 가득 차고 넘치는 걸 느낀다.

책 속에는 송성영 그가 선택한 귀향과 귀농의 생활이 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살아 꿈틀댄다. 개인 소유의 땅하나 없으면서 자갈이 뒹굴고 돌멩이가 박힌 투박한 땅을 옥토로 일궈가는 그의 소박한 삶은, 그 자신과 더불어 많은 이들에게 무한의 원동력이 되는 듯하다. 




그러나 시작도 부드럽고 사투리도 구수하지만 한편으로 책이 품고 있는 느낌은 때론 강직했던 것 같다. ‘촌놈, 쉼표를 찍다’ 는 피아니시모와 포르테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매력을 갖췄다. 이를테면 피아니시모처럼 마냥 여리고 살랑이지 않은 까닭은, 송영성의 삶의 모습이 어떤 포장이나 비유가 섞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호남고속도로 건설건으로 오래도록 정들어왔던 집을 떠나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갈등하고 번민한다. ‘사는 게 참 좋아유. 이렇게 행복해유’. 라고만 할 것 같은 그 역시 생존과 부조리 앞에서는 가열차게 할 말을 품어내는 뚝심 있는 한 사람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피아니시모처럼 부드러움과 관조적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시골 생활의 희노애락이 있다면, 포르테처럼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다른 하나는 현재 농촌이 맞닥뜨리고 있는 개발문명의 대한 고발과 부조리에 대한 저자 나름의 경고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성영의 이야기는 유쾌하다. 진실과 과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했던 그의 이야기만으로도 무게가 있으면서도 유쾌하다.

더불어 두 아들과 그림을 그리는 아내와 살뜰하게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웃들의 소박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이야기는 책이 갖는 유쾌함에 힘을 더하는 데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외지고 거친 곳에 터를 잡고 사는 까닭에 아이들 등교하는 길도 멀고 지루하다. 부지런떨며 새벽길을 나서는 아이와 아버지 사이에 펼쳐지는 교감을 그는 개똥철학이라는 말로 촌스럽게 풀어낸다. 말이 개똥철학일지 모르지만 좌우당간 철학임에는 분명하다. 어슴푸레 동이 터오는 버스정류장에서 저만치 달려오는 버스의 헤드라이트 불빛을 따라 조금씩 발을 움직이는 아이들의 사진이 기억에 남는다. 재래식 화장실 문을 열고 올려다보는 밤하늘의 별, 장마철이 되면 똥통에 물이 차올라 공습경보라도 울릴 것 같이 초긴장하면서 엉덩이를 들썩거린다는 그의 이야기가 따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까닭은 왜일까.




“이쁘쥬? 신기하쥬? 어디서 온 것일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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