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2 - 건축가 김원 편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시리즈 2
이용재 지음 / 도미노북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쉰 번째 서평

궁극의 문화기행 2-이용재




건축과 예술 그리고 사람




오래전에 이따금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드라마가 생각난다. 귀로 듣는 역사 이야기였던 ‘격동 50년’. 지금은 세간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는 라디오 드라마와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은 역사를 다시금 들여다보는 관점에서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이를테면 격동 50년이 귀로 듣는 역사였다면 이용재가 쓴 책은 ‘눈으로 보는 격동 50년’ 쯤 되지 않을까 싶다. 시야를 조금 더 좁혀 들어가자면 건축역사의 50년 정도쯤 될 수 있을까.




출판사의 소개글에서 강조되어 있듯이 이번 책은 이용재식 글쓰기의 재미를 느껴보는 데 좋은 기회였던 것은 분명한 일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문법적으로 오류의 문장이다. 극단적으로 짧게 잘린 문장도 도드라진다. 그의 책 뒷면에 실렸던 ‘파격적인 문장’ 이란 수식어는 좀 과장된 이미지가 슬몃 들어가긴 했어도, 다분히 한 세계에 안주하지 않은 이단아적인 풍미를 풍기는 듯한 이용재식 글의 성격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 스스로가 건축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쟁이의 삶을 추종하며 건축과 작가라는 또는 택시기사의 삶 사이에서 이리저리 줄다리기를 하는 삶을 살아왔던 저자만의 시간이, 글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생각의 틀로 구성되어 독자에게 다가서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은 ‘궁극의 문화기행2’이라는 제목아래 ‘건축가 김원 편’이라는 소제목을 동행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 책은 저자 이용재가 ‘글 쓰는 건축가’? 라는 동맹으로 알게 된 인생 스승이자 선배인 김원에게 바치는 지고지순한 순애보와 같은 성격을 지녔다. 정나미 없이 뻗대며 ‘아니면 말구’식의 콧방귀를 끼고 돌아설 것 같은 이용재, 사실 김원의 영원한 팬이 분명하지 않을까.




김원이라는 건축가를 통해 들여다본 대한민국의 건축역사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당대의 정치 경제적 비화와 더불어 성장해왔다는 인식을 받게 된다. 어림잡아 60-70년대를 시작으로 거센 정치적 외압과 실용성만을 강조해왔던 낡은 건축의 의미지를, 예술의 한 경지로 끌어올리려 했던 건축쟁이들의 진실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

 

책은 실제로 김원이 작업했던 건물들을 찾아가며 각각의 에피소드와 건축물들의 정보를 싣고 있다. 문화시설, 교육시설, 주거 업무시설, 종교시설, 못다한 김원 이야기로 목차와 내용을 구분하고 있는 책은 각각의 장마다 독자에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선다는 메리트를 지닌 듯하다. 그 중에서도 제일 압권은 어쩌면 종교시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천주교 신자인 김원을 의식한 까닭일수도 있고, 김원이 천주교 관련 건축에 많이 관계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천주교 박해 관련 사적지를 소개하는 동시에 성당 건축과 관련한 스토리를 이어 쓰고 있다.




저자 이용재의 현란한 말재주와 다소 도발적이면서도 시원시원한 글쓰기식의 흐름에 지배를 당하고 만 결과일까. 책을 덮고나서 역시 건축은 실용성을 가슴에 품은 채 예술로 승화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를 두르라 하지 않았던가.

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신앙심은 오래전 고딕양식의 뾰족한 탑을 완성했다. 고딕양식의 뼈대를 물려받은 많은 건축물들과 함께 김원이 작업했던 어느 성당의 외벽을 생각한다. 끝날 기미조차 없이 하늘로 이어지는 성당 외벽의 계단이 갖는 상징성은 건축이 예술로 재탄생하고 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믿고 싶어진다.




실용성과 예술성의 적절한 조화가 어우러지는 건축문화의 이상을 현실로 끌어올리는데 청춘을 고스란히 반납한 어느 노교수의 이야기가 이용재식 표현을 만나 차가우면서도 진솔하다.




해도 좋고, 바람조차 부드러운 날이다. 책장마다 정성스럽게 실린 사진을 토대로

상춘객의 기분을 빌려와 잠시 떠나고도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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