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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평점 :
마흔 한 번째 서평
사는 게 참 행복하다-조중의 지음
삶의 예의(행복예찬)
사람들은 이중적이면서도 때로는 이기적인 생각을 동시에 갖고 사는 듯하다. 이중적이며 또는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해서 특별나게 악의가 숨어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심신의 안정이라는 두 가지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흔히들 시골에 내려가 안착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막상 시골에 내려가면 한 시대 내지는 한 사회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 요소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낙오되어, 한 곁으로 빗겨나 다소 소박해진 삶을 살아갈 것에 대한 조용한 걱정이 앞서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늘 그렇게 듣는 잔소리이겠지만 이를테면 인식의 전환으로 귀결될 문제가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는 버리고 와야 한다는 식의 똑 부러지는 이분법적 사고는 때때로 사람들을 허전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무려면 어떤가. 동전의 양면이 있듯 무엇이든지 간에 장단점은 있기 마련이니까 너무 의기소침해질 일은 아니다. 스멀거리는 더운 대기의 열기에서 벗어나 한적하고 상큼하기까지 할 법한 우리네 고향 어디쯤 그곳에서부터 불어오는 수줍고 포실포실한 자연의 숨결을 친구삼아 귀거래사를 선택하는 일도 역시 내가 결정할 자유 의지에 의한 가치 있는 풍요로움이 아닌가 말이다
‘사는 게 참 행복하다’는 저자 ‘조중의’ 씨의 전원생활에 대한 에세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장을 뜯어보면 시처럼 그 느낌이 살아있으며, 한편 한편의 수필로 볼 때도 역시 문학성과 감수성을 한껏 드러내는 말 그대로 예쁜 글들의 모음집이다. 전원생활의 시작인 집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주변의 이웃들의 소박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이 주는 풍부한 감성에 기대어 매일 조금씩 기록으로 남긴 그만의 기록인 것이다. 비단 시골 생활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심의 북적거리는 일상에 비해 조금은 너그러운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 볼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해주는 곳에서 바라보는 하늘빛은 그만큼 많은 느낌과 색감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책은 우리네 삶에 대한 애착이 고스란히 들어차 있다. 삶에 대한 저자의 넉넉한 시선은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긍정적 마인드의 핵심일 것이다. 또한 관조적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그만의 삶의 예찬도 함께 접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기록으로 남긴 글처럼 어여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같이 편집해 보는 이로 하여금 정서적으로 더 깊이 공감하고 매려 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좋아 보이는 요소였다. 아무리 말로 좋다고 설명하더라도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좋은 효과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던가.
사실은 밤새도록 환한 불빛에 지쳐 잠못드는 생활이 안쓰럽기 그지없기에 소박할지언정 내 자신에게 조금은 더 충만한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한 떠남이 바로 시골 생활이겠지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바로 ‘동화’라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저자 ‘조중의’는 그 동화(同和)를 유별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원주민들과의 교류를 통해 동화를 이룩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우리가 로빈슨 크로스처럼 외딴 무인도에 들어가지 않은 이상 항상 주변과 교류해야 한다는 점이기에 이 책이 더욱 그 가치를 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나름의 의미를 두는 것이다.
수채화처럼 색 고운 스토리를 담고 있는 이야기 속에서도 사회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슬쩍 올려놓고 돌아가는 저자의 글쓰기는, 독자로 하여금 하나가 아닌 몇 가지 생각의 여운을 맛보게 하는 작은 숙제를 던진 셈이다.
각박하다고 했다. 사는 게 영 재미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뭔가를 바꾸고 실행하기에는 너무 내 자신이 나태해졌다는 생각이 들어버린 까닭에 갑자기 보따리를 싸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책은 나태함과 주저함으로 뒤에 물러 앉아있는 우리들에게, 손을 흔들며 과감하게 시골로 돌아가는 이들을 매개체로 삼아 용기 내지는 대리만족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도와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도 지금 바로 가방 하나 챙겨 떠나라고 하기에는 역시나 조금 무리인가. 그렇다면 ‘조중의’가 나직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면 어떨까.
오늘 비록 그대가 도심 속 비좁은 카페에 앉아 있더라도 잠시나마 정신적 휴양을 떠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