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의 공부 벌레들 - 조선 최고 두뇌들의 성균관 생활기
이한 지음 / 수막새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마흔번째 서평

성균관의 공부 벌레들- 이한 지음




성균관, 유쾌한 분석이 시작되다




드라마의 영향이 미치는 범주는 파급적이다. 한때 성균관이라는 어휘 자체가 유명세를 탔던 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 즉 대중매체의 영향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한 편의 드라마가 종영이 된 이후인 시점에서 바라보는 성균관은 다시 차분한 옛 모습으로 되돌아간 듯한 인상이다. 들썩이던 성균관의 기와가 모두 제 자리를 찾은 듯하면서도 부지불식간 찰나에서 영원으로, 사람들의 먼 의식 속으로 되돌아간 아쉬움이 남는다.

실질적으로 드라마를 통해서 성균관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기회를 맞보았다면, 이번 ‘성균관의 공부 벌레들’이라는 책을 통해서 보다 심도 있는 성균관 관찰일지를 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 이한이 새롭게 세상에 내놓은 책 ‘성균관의 공부 벌레들’은 성균관의 공간적 배경의 겉과 안 그리고 시대적 배경에서의 세상 밖으로 드러난 것과 안으로 감추어진 것들의 유쾌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지금부터 작가 이한이 풀어내는 성균관의 모습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보고 생각해볼 시간이다.

우선 이한이 바라보는 성균관의 공부벌레들의 이미지는 측은지심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 유학이 굳건하게 존립하며 그 위상을 키워갔던 성스러운 공간인 성균관은, 우리들의 평범한 인식과 구태의연한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기대치가 그대로 완벽하게 들어맞지는 않았던 듯 싶다. 필부필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성균관은 그들 나름대로 구성하고 완성시켜 놓은 긍정적 선망의 대상에서 약간의 일탈이 존재했던 공간이었다는 뜻이다. 그것을 일탈이라고 해야할지, 삶의 한 흐름이라 할지, 학문하는 이의 고충이라고 해야할지 그도 아니면 이 모든 것들을 한데 모아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잠깐 고민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학생들의 고단한 일상, 학문과 정치의 연계선상에서 유생으로서 미래의 학자라는 신분으로서 지켜져야 했을 학문의 열정과 순수성이 현실적 문제 앞에 잠식되어가야 했던 당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사족의 사설들을 무시하고서라도 이번 이한의 성균관 이야기는 크고 작은 사소한 재미가 꿈틀댄다. 이를테면 역사의 해박한 전문성과 일반인의 흥미를 유도하는 대중성까지 모두 균등하게 확보한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각각의 지방에서 시험을 치르고 그 합격자들이 모인다는 조선의 국립대한 ‘성균관’은 들어가기도 힘들고, 공부를 하는 과정 역시 힘든 시간의 연속임을 소개 하고 있다. 입학과 관련해서 성균관 입학의 필요충분조건이었던 시험 종류와 제도, 또는 성균관 안에서 시행되었던 다양한 시험제도와 그 점수의 기준 등이 소개 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시험은 많기도 하고 쉽게 넘어가지 못할 산과 같은 부담감으로 다가왔던가 보다. 상투를 틀고 갓을 쓴 채 가부좌를 틀어 앉은 젊은이와 현재의 학생들이 밤잠을 줄여가며 책을 보는 모습이 겹쳐지면서, 시대가 변해도 한결 같은 것이 여기 또 하나 있다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 조금은 냉정하면서도 우울한 일이지 않은가 말이다. 지금 학생들이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는 것처럼 조선의 학생들 역시 밤새워 글을 읽고 시문을 지으며 가문과 자신의 입신양명을 꿈꾸었던 것이다.

 성균관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으뜸이라 할 것은 성균관 내 존재했던 재회, 즉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해서 실세를 이어갔던 학생회 성격의 단체가 아닌가 싶다. 물론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이며, 흑과 백은 항상 공존하기 마련이기에 이 자치기구 역시 희비가 엇갈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던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임금에게 ‘이건 아니다!’ 라고 주저함 없이 청춘의 대쪽 같은 열정으로 직언을 상소로 올렸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다.

아주 먼 시간. 몇백년이 지난 현실과 비교해 봐도 사뭇 비슷한 면면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자주 눈에 띄곤 한다. 결론은 이런 것일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공부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며, 학문을 바탕으로 수행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고충은 그만큼 심신의 바닥이 다 드러나 구멍이 보일 정도로 애가 타는 일이었을 법하다.




책은 성균관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제시해 그 안에서 유학을 세워가며 조선을 지켜왔던 젊은 학자들의 학업과 일상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정치 사회적 흐름을 포괄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나 가장 중심적인 것은 역시 성균관 내의 청춘들의 이야기라고 할수 있다. 당대 조선의 역사에서 아린 상처로 남아있는 당파의 갈림이 성균관에서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경쟁 없는 조직관계는 타성 즉 매너리즘의 덫에 쉽게 노출되기 마련이 아닌가. 적당한 견제가 서로의 인식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면 지금의 현실은 어떻게 달라질지, 오랜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 성균관의 모습은 또 어느 색다른 두루마기를 걸치고 우리에게 다가왔을지 혼자만의 질문을 꺼내본다.




성균관 이야기를 함에 있어 그 주변의 사회 문화를 소개하는 ‘반촌’에 대한 저자 이한의 이야기는 성균관 유생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조선의 생활사, 선조들의 사람 사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이한은 말한다.




  “책을 통해 성균관을 좀 더 가깝게 느끼기를 바랐다.”




드라마의 유명세에 편승해서 세간에 주목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한의 ‘성균관의 공부 벌레들’이라는 이번 책은 나름의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한 메리트가 충분하다. 그래서 더욱 친근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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