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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가 자라는 성경 이야기 - 개정판
쟌 갓프레이 지음, 파올라 베르톨리니 그루디나 그림, 임금선 옮김 / 해와비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서른여섯 번째 서평
지혜가 자라는 성경이야기
쉽게 풀어쓴 성경동화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욕심에 선정했던 책이다. 자연스럽게 책의 크기나 일러스트를 보면서 아들이 자기 책이라며 가져가 줄행랑을 친다. 이제 막 한글을 깨치고 한자 한자 글을 읽는 재미를 만끽하는 아들과, 글씨도 모르면서 거꾸로 책을 펼쳐드는 딸아이와 함께 보면 좋을 법한 책이다.
제목처럼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성경의 그것과 동일하다. 다만 독자층을 성인이 아닌 유아와 아동을 대상으로 포커스를 맞춘 까닭에 문장과 분위기가 딱딱하거나 무겁지 않으며 아이들 수준에 맞게 편집하고 쉽게 풀어쓴 노력이 돋보인다.
책은 성경의 내용 중에서 어느정도 일반화 또는 대중화 되어 있기에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친근하게 느낄만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구약의 시작인 ‘창세기’의 천지창조부터 신약의 예수탄생의 기원과 성경에서 가장 마지막 장에 자리하고 있는 ‘요한계시록’의 순서까지도 차분하게 빌려오고 있다. 물론 성경의 모든 내용을 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 책을 통해 성경의 시작과 기독교가 갖는 종교관의 개념을 접하며 하나의 문화적 콘텍트로서 종교를 알아가는 그 첫 걸음을 순조롭게 내딛게 되는 일에 일임을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딴은 다소 글(문장)의 양이 많아 영, 유아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감이 없지 않은 듯하다. 부모가 먼저 읽어보고 요약해서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하나의 내용이 끝날 때마다 “엄마와 함께 하는 아기의 기도”라는 편집을 실어 아동의 입장에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거나, 내용을 다시한번 요약, 강조하는 친절함을 제공하는 것도 이 책이 갖는 색다른 장점일 수도 있다.
이제 이번 지혜가 자라는 성경 이야기를 접하면서 아쉬웠던 점들과 몇가지 생각했던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보자. 무엇보다 많은 생각과 아쉬움으로 작용했던 것은 이 책이 갖는 대중화와 일반화가 갖는 ‘범주의 한계성’이라는 데 있었던 것 같다.
성경을 바탕으로 하는 동화책의 주요 타켓이 각각의 연령층을 제외하고 타 종교관을 지닌 또는 지니게 될 대상자들을 수용할 가능성을 과연 얼마나 확보 하고 있는가, 라는 의구심 같은 것이다. 나는 어려서 기독교 가정에 태어난 축복으로 모태신앙을 갖게 되었기에 주일학교를 거쳐 중고등부로 올라가면서, 기독교라는 종교단체의 조직체계와 그 추구하고자 하는 내용에 낯설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해서는 어떨까. 불행하게도 내 아이들은 그런 환경적 조건에서 충족 받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다섯 살 아들이 내게 던졌던 그 수많은 질문들을 책은 완벽하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예수님이 누구지? 하늘나라는 뭐지? 요단강은 어디있어? 교회는 뭐하는 곳이지?’
물론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의 눈을 마주보면서 천천히 생각하노라면 모든 질문에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책이 지니는 목적과 기능적인 측면에서, 아이들이 던질 수 있는 의문과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생기더란 말이다.
책은 단도직입적인 시작을 한다. 종교관이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이들에게는 뭐가 무엇인지, 읽다보면 내용을 알게 되긴 하겠지만 사실 심도 있는 이해를 끌어내기란 역부족인 듯하다.
쉽게 가자. 그렇지만 천천히 가자.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이 되려면 보다 많은 질문이 쏟아질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상해야 한다. ‘사랑하는 ……에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책을 선물한다’,라는 포맷을 두기에 앞서, 성경 속 주요인물과 배경지식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요구된다. 하나님이 누구인지, 예수님이 누구인지, 하나님은 왜 예수님을 보내셨는지. 물론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어른들에게 일임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바로 그런 까닭에 이 한권의 책이 가져오는 다양한 영향력 중에 몇 가지를 놓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싶다. 이쯤되면 책은 단순히 어른들이 보는 성경을 아이들 수준에 맞게 재편집한 것밖에 그 이상의 것은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물론 기존에 나와 있는 종교관련 아동서적들이 이미 좋은 구성과 편집으로 완성도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편집과 구성이라고 해서 모두들 따라가기 식으로 해서도 좋은 것이 아니겠지만, 밋밋하게 옮겨 쓰기식 보다는 무언가 교육적이면서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살아있는 편집이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 기독교가 불교에 비해 그 역사는 짧지만 대중화에 있어 빨리 자리잡았던 것은 다양한 선교방법과 그 속에 진정성의 발로가 한데 작용해서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또는 기독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미래의 수많은 예비 성도들을 위해, 우리는 한번쯤 한걸음 뒤로 물러나 낯선 이방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는 시선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적어도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선교활동은 보다 친절하고 세부적이어야 된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해본다.
각설하고 책 덕분에 나 역시 성경책을 다시 들춰보는 은혜를 경험했던 좋은 시간이었던 것만큼은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