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의 세 가지 거짓말 - 드라마를 통해 재조명되는 영조의 출생 비밀
김용관 지음 / 올댓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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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한번째 서평




영조의 세가지 거짓말-김용관 지음




역사, 군상(群像)의 이야기




자극적인 제목이다. 조금은 가볍게 옛날이야기 한편쯤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겉장을 펼쳐보아도 좋을 듯한 책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곧 빈틈 하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역사를 논하고 있으면서 다양한 사료를 참조하여 구성하고,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런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깊이감에서 아쉬움 감이 드는 것이 바로 빈틈의 한부분이 아닐까.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스스럼없이 선택했다. 내가 이 책을 사들고 나왔던 곳은 서점이 아닌, 병원 일층 로비 한 귀퉁이에 있던 작은 편의점이었다. 그리고 혹여 폐렴으로 입원해서 울다 지쳐 잠든 아이가 잠에서 깰까 싶어 서둘러 병실로 돌아와서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그저 편하게, 이 불편한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만한 책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깊이감이 느껴지는 책은 집에 가서 읽자는 심상이었을 게 뻔하다.

이를 테면 이번 책 같은 조선의 한 임금이 했다는 거짓말 따위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구태여 자꾸만 미끄러져오는 안경을 올리고 입시 공부하듯, 연필을 들고 정독을 하지 않더라도 내용은 잘 이해가 되는 동시에 시간은 잘도 가주리라는, 개인적으로 다분히 치졸한 계획을 세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책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책은 숙종과 영조 그리고 사도세자 정조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영조에 대한 비교적 자세한 저술은 기존에 고착화 되어왔던 영조라는 인물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 듯하다.

잘 알고 있는 숙종 시대의 장희빈을 시작으로 숙종과 장희빈 사이에서 난 경종은 영조의 형님으로 임금을 영조에게 물려주고 죽는다.

이쯤에서 독자는 영조가 했다던 세 가지 거짓말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라는 것에 집중하지 않을까. 그 첫 번째 거짓말은 바로 경종과 영조 사이의 관계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경종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두고 영조가 형인 경종을 죽였다는 것이 영조를 두고 조정과 민심에서 흘러나던 거짓말의 처음 시작이었다. 그리고 영조가 숙종의 아들이 아니라는 설과, 사도세자와 관련하여 그의 역모설에 대한 것들로 정리할 수 있다. 책의 저자 김용관은 영조가 평생을 살면서 이 세 가지 의문에 대해 나름대로 변명과 때로는 부적절한 항명 비슷한 행위를 했었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을 의심에 눈초리로 노려보는 노론과 소론의 대신들 앞에서 스스로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영조만의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었는지 모른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에 중요한 기반을 두고 이어져나간다고 할 수 있다. 경종의 죽음을 빌미로, 영조의 정통성을 부정하며 일어났던 ‘이인좌의 난’은 조선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민란이었다고 소개된다. 민란의 주체들이 주장했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영조는 숙종의 아들이 아니다. 그리고 두 번째 그들이 내세운 반란의 명분은 영조가 경종을 독살한 주범이라는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사도세자의 죽음과 연계하여 ‘나경원의 고변서’와, ‘임오년사건’ 등이 소개된다. (사도세자가 죽은 임오년의 사건을 중심적으로 소개함)




역사를 다룬 책을 접할 때마다 매번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을 책이 표방하고 있는 중심적인 시각이며 관점이라고 할수 있을까. 지은이가 갖고 있는 역사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지 또는 어느정도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책을 썼는가에 대한 생각은, 이번 영조의 이야기를 다룬 책 역시 그 절차를 뛰어넘지 않았다.

저자는 영조의 감추어지고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과 이야기를 독자에게 풀어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그것의 사실을 떠나서, 나는 언뜻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또한 저자의 비판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새로운 이미지의 영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가 독자에게 보여주는 영조의 모습은 저자의 주관적 느낌이 강하게 드러난 인물로 비춰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다른 저자의 역사서일 것이다. 애석하게도 어쩐지 나는 김용관이 소개하는 영조의 모습이 영조의 또 다른 모습의 일부분이기에, 이 느낌으로 한 인간을 전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고가는 듯한 책의 흐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참이다.

그러나 사적인 생각은 이쯤에서 각설하고, 영조가 독특한 인물이었음에는 분명한 듯하다. 당대의 노론과 소론의 틈바구니 속에서 임금의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이를테면 노련한 판단과 명석함이 묻어나는 아집으로 똘똘뭉친 영조의 참 모습은 세간으로 따지자면 고집스럽고 욕심 많은 어느 나이 든 노인의 모습이었다.

아들을 아들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경쟁자로 바라보는 영조의 시선과, 자신의 앞날을 위해 아비의 불행한 기억을 스스로 가슴에 묻어야했던 정조의 모습은 그만큼 조선의 정치와 임금이라는 자리가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수 있다.

 

500년 넘게 이어져왔던 조선이라는 나라는 겉으로 보기에 참 평온해보였던 것 같다. 물론 몇 번의 외침과 몇 번의 쿠테타와 내란을 제외했을 때를 말함이겠지만, 기실 그 내면은 설명하기조차 버거운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던 시대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를 알아갈수록 어쩌면 이전과는 달리 당혹스러운 감정을 새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역사란, 거창하다기 보다는 인간적인 것이라는 점일 것이다. 역사는 바로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임금도 사람이고, 임금을 보필하는 여러 당파의 많은 이들도, 모두 같은 사람이 아니던가 말이다. 사람이기에 분노와 시기, 질투, 모든 희노애락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아닐까. 역사란 그렇게 인간군상에 의해 만들어졌던 것이고 지금도 그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실질적으로 실록과 사료를 참고로 정확성과 명료성을 보이긴 하지만, 딴은 조선의 야사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 책이었던 것 같다. 그런들 어떠할까.

역사라면 골머리를 앓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책이 아닐까 싶다. 문득 책속에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당신을 노려보고 있는 영조를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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