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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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번째 서평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최윤필 지음




안과 밖, 그 경계를 허물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꽃향기가 진동하고 아스라이 먼 언덕까지 야생화와 귀한 풀들이 빼곡하게 깔려져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바깥은 지금 한겨울인 까닭에 귀한 산삼을 찾을 수가 없는데, 저 바위틈을 비집고 들어가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비밀의 문을 열고 가면 어린 소녀가 그토록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매서운 칼바람에 몸서리가 쳐지는 곳. 소녀가 서 있던 곳에서 문을 열고 보았던 곳은 또 다른 안인가 아니면 바깥인가.




안과 또 다른 공간 즉 바깥이라 명명되는 그곳은 같으면서도 다른 공간이다. 그 의미는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안이라고 본다면 저문 넘어 보이는 곳은 바깥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저기 멀리 보이는 곳이 안이라고 할 때, 내가 서 있는 곳이 바깥이 될 수밖에 없다. 바깥이라고 했다. 바깥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바깥을 논하는 그의 근거는 어디쯤에 두고 있는 것일까. 그만의 기준은 합당한 것이었던가. 사소한 것에 잘 예민해지는  어린아이처럼, 불현듯 새치름해진 나는 비교적 대수롭지도 않은 일에 딴지걸기를 시작한다.

처음 그들의 이야기 모두가 아웃사이더들의 아련함 동경내지는 아쉬움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저자 최윤필이 만들어낸 작고 귀여운 덫 같은 이미지였다는 것을 오래지 않아 알게 됐다.

저자는 신문사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는 그동안 그가 신문에 써왔던 원고를 모아 책으로 출간한 듯했다. 그는 의도적이었든 아니든지 간에 어쨌든 삐딱선의 배를 옮겨 탄 모양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사람들의 시선 바깥에서 머물고 있는, 그런 까닭에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어쩌면 조용하게 뒤로 물러나있는 듯한 이들에게 필이 꽂혔는지 모른다. 그 이유야 무엇이든 간에 최윤필은 흑과 백, 안과 밖 등의 이분법 논리로 정형화 되어있는 보통 사람들의 의식 속으로 시원스레 돌멩이 하나를 던진 셈이다. 그 돌멩이가 일으키는 파문을 따라 스물여섯 명의 바깥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따뜻한 안이 아닌 냉정한 바깥이라 해서 연상되는 처연한 이미지로 가득 찬 것이 아니다. 바깥도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것과 함께,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는 안과 밖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나름대로 깊이 있는 사색을 요하는 부분도 없지 않기에 단순한 가십거리로 치부하기에, 어느날.. 바깥으로 걸어 들어간 이의 이야기는 자못 무게감이 존재한다. 그래서 내심 철학적일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인생은 연극과 같고 또는 농도 짙은 철학적인 그 어떤 것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연극배우를 하다가 보다 현실적인 자아를 찾기 위해 택배기사의 직업을 따라야했던 전직배우의 이야기는 다소 씁쓸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의 쓸쓸함과 현실에서의 고단함을 함께 해야 한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그 너머의 것을 가리키고 있다. 비록 현실에서 고개를 숙인 연극배우의 꿈은, 방향을 우회하기는 했을지언정 아직도 현재진행 중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이성적이며 인간적인 선택은 없어 보인다. 바깥이라 해서, 사람들의 시선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해서, 바깥이라 말하는 공간에 적을 두고 있는 이들이 모두 낙담의 밧줄로 스스로를 묶어두지 않는다는 데 그 중요성이 있다.




어차피 안과 밖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구분해놓은 허상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한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안과 밖을 두루두루 경험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웃자고 하는 말이긴 하지만, 사실 안에서만 살아도 삶의 무의미함에 떠밀려 언젠가는 바깥으로 떠나고 싶은 것이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뒤미처 머릿속에 들어않는다.




신선한 소재와 다양한 인간군상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그들의 진솔한 얼굴과 그들만의 깊이 있는 마음의 울림을 들려주었던 이번 책이, 일상에서의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누군가에게 신선한 바람으로 다가서기를 바라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될 것 같은 기분이 자꾸만 든다.




“경계의 경계가 삼엄하지 않은 사회, 안과 바깥이 평화롭게 바뀌기도 하고 섞이기도 하는 세상, 아예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마당을 우리는 바란다.”

                                                    -책 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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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천예진 2020-04-30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년 전에 썼던 글이다. 십년 전에도 나는 여전히 끄적이던 중이었던가보다. 시간이 가면서 나이만 느는것이 아니라 사족도 느는 것인지. 예전에 기록물들이 더 좋아보이는 까닭은 무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