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길라잡이 - 닥터몰리의 면역으로 치료하는 난치병
송창수 지음 / 부광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스물 네 번째 서평

아토피 길라잡이-송창수 지음




한방에서 본 면역질환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 편이다. 가끔 증세가 심해져 기관지염이 오기도 하고, 또는 임파선으로 염증이 퍼져 통증을 힘들어할 때도 종종 있었다. 우습지 않게 아프고 신경이 쓰이는 병이다. 물론 암환자처럼 힘든 건 아니다. 그런데 나름대로 투정은 부릴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중학교 시절부터 골골하고 살아왔으니 삶의 절반을 비염과 동거해왔다는 말이 될 듯도 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사람은 꼭 끼리끼리 뭉치고 논다는 속된말 하나가 떠오른다. 결혼 전에는 몰랐는데 남편도 역시 비염 환자였고, 다섯 살 배기 아들 녀석도 비염이 심한 편이다. 건강한 사람은 오직 딸아이 뿐이라는 사실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부모가 알레르기가 있으면 아이들은 대부분 알레르기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던 의사의 말이 참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항상 감기에 걸리면 코부터 말썽인 나를 닮은 아들은 감기에 걸리지 않더라도 아침이면 코가 막히고 늘 힘들어하는 것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가슴을 파고드는걸 느낀다. 소아과를 전전긍긍 쫒아다니며 한의원에도 가보고, 이비인후과에도 가보고해도 늘 약만 조금씩 달라질 뿐 거기서 거기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을 느낀다. 어디 무슨 한의원에 가서 아토피를 잡았다더라, 어디에 가면 천식 비염은 확실하게 낫는다더라, 자식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이런저런 소리에 귀가 쫑긋거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늘 그렇듯 나는 의심 많은 눈초리로 정말 그럴까? 를 중얼거린다.




책에 대한 특별한 끌림이란 게 있나보다. 송창수 저자, ‘아토피 길라잡이’는 꼭 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기대가 컸다. 그런데 코드는 달랐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책은 아토피와 더불어 면역체제 이상으로 오는 질환들 몇 가지를 더 소개하고 있다. 제일 잘 알려져 있는 아토피성 피부질환을 선두로 알레르기 비염, 천식 그리고 건선이라는 피부질환을 포함한다. 또한 류마치스 관절염, 루푸스 그리고 소화기 계통에 발명하는 질환인 크론병까지 거론하고 있다. 전체적인 핵심은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과 치료방안 그리고 예방법에 대해 제시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서양의학과 동양의학(한의학)의 차이를 견주어 보면서 그 차이점을 비교 평가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생각했었다고 한다면 너무 예민한 반응인가. 좋은 것만 취하려고 해도 자꾸 삐딱선을 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저자 송창수는 한의사로서 실제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치료제를 개발 활용함으로써 환자의 상태 호전 등과 같이, 많은 경험과 지식을 풀어내려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한의학의 관점에서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로이 하고,(질병만을 보지 않고, 전반적인 몸의 이상까지 확인하는 광범위한 탐색적 치료법)나름대로 질병의 상태, 진행정도 등에 따라 단계를 구분지어 때에 맞게 치료법을 응용하는 등 높은 성과도를 소개한다. 그가 계발한 ‘조원탕’(천연약재의 배합)은 질병과 그 상태에 맞게 적절하게 활용되는 듯했다. 이를테면 아토피 질환에 쓰이는 조원탕과 천식 또는 류마치스 관절염, 루프스 등에 쓰이는 조원탕은 포괄적으로 이름만 같을 뿐 세부적으로 기호도 다르며 다 다른 약재들이었다.

딴은 서양의학의 시각으로 굳어진 의료계와 환자들 그리고 대중의 시각을 조금씩 냉정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그것은 한의학의 가치를 새로이 인지하고 인정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일 것이다. 또한 이 책에 소개된 치료과정의 세세한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읽혀진다.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내용이 아토피 피부질환에 국한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아토피에 대한 분량을 제외하고는 그 외의 질환에 대해서는 단순히 소개하고, 치료법을 언급하며 실례를 드는 것에 그쳤다는 생각이다.

아토피 질환에 치료과정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방법을 뒤쪽까지 연계해서 크론병까지 치료과정에 대한 소개를 보여주었다면 보다 더 성의 있는 편집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저자는 한의학을 공부하고 한의술을 펼치는 의료인이다. 나는 문득 의료인이 써내는 책을 보면서 이따금 혼자 생각을 하곤 한다. 그것은 각각의 저자가 의료지식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에서 나오는 신뢰성과는 달리 전문가적인 식견으로 때때로 주관적인 시각의 글쓰기라는 함정에 빠지는 것을 볼 때가 아닐까싶다. 이런 문제들은 저자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에 대한 염려증이 극에 달한 현대인들에게 충분히 어필하고도 남을 좋은 내용의 이 책이 양질의 내용으로 접근하는 착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뭔가 허전함을 갖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스스로 고백했듯이 머리말 쓰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한 것에 대해 생각한다. 머리말을 읽느라 사실 조금 힘들었다. 저자는 자신이 배워왔고 지금도 실생활에서 한의사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의료인이다. 그러나 서양의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한의술에 대한 걱정이 너무 앞선 듯 보인다. 때로는 편파적이며, 감정적이고, 전문가다운 객관성 확보에 대한 실패, 차라리 중립적이지 못한 면모를 보이는 머리말에 대해 나는 편집자의 일 중에 교정 뿐 아니라 교열문제를 생각해야 했다. 중언부언 반복되는 이야기, 한 페이지에 똑같이 반복되는 어휘가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내용이 한권의 책의 흐름을 따르지 못한다는 인상을 크게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각설하고, 삼인행이면 필유아사(三人行이면 必有我師)라고 했던가. 내가 취할 것만 취하자. 이기적인 사고다. 그렇지만 그게 현실 아니던가. 비슷한 종류의 책은 너무 많다. 그렇지만 저자의 숨은 노력과 공로로 달라지고 있는 변화라는 것에 집중할 필요는 있어보인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알레르기성 면역기전 문제로 생기는) 질병의, 치료방안에 대해 기대치를 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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