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과 체찰 - 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의 마음공부법
신창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스무 번째 서평

함양과 체찰- 신창호




그 마음, 언제나 명징하기를




 이미지라는 것은 한편으로 아주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이 고착화되고 나면 완전히 굳어져버리는 불미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 표지에 나와 있는 모습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문득 천원자리 지폐에 그려져 있는 인물상이 떠오른다. 퇴계 이황. 그의 이미지는 얇디얇은 종이지폐 속에 갇혔다. 냉정한듯 하지만 수심이 묻어나는 표정과 굳게 다문 입술에서 엿보이는 강직한 성품, 다소 양 끝으로 올라가 붙은 눈 꼬리에서 알 수 있는 예리하고 깊이 있는 통찰력 따위를 재빨리 구성해볼 수도 있겠지만 다 접어두고서라도 이황하면 꼬장꼬장한 할아버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려서 읽었던 교과서 속에 그 모습 그대로 남루한 의복에 늘 검소한 일생을 살다 간 학자.

 신창호가 펴낸 책 ‘함양과 체찰’은 퇴계의 글을 다시 요약 편집하고 읽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한글로 풀어 다시 세상에 빛을 만나게 해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은 퇴계가 완성한 문언 ‘자성록’에 기초를 두고 있다. 더불어 그가 평생을 두고 알고자 했던 학문과 스스로 걸어가기를 원했던 학자로서의 길, 또 같은 길을 가는 후배를 위한 일침과 조언까지 꼼꼼하면서도 섬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학자의 자리에서 알게 된 이들과 주고받았던 서신을 소개하는 형식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답신이나 별지를 첨부하여 퇴계와 교류했던 이들이 서로 간에 배움을 주고받으며 깊이 있는 학문을 전개시켜 나가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사단칠정이나’ ‘이와 기’를 논함에 있어 그 의미를 한 자리에 두고 들어가자면 읽는 이 역시 머리에 흰 띠라도 두른 채, 연필이라도 들고 책을 봐야할 분위기이긴 하다. 그러나 삼백페이지 정도의 내용이 모두 퇴계와 더불어 논박을 했던 기대승의 그야말로 ‘논쟁과 논쟁’으로 채워지지 않았기에 그나마 다행스러웠다면 우스갯소리가 되려는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 내가 더 원하고 알고 싶었던 이야기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무엇을 찾고 싶었던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하라 하면 머뭇거릴게 분명하지만 뭐랄까 인간적인 면모를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가 이룩해 놓은 학문이라는 틀이 너무 거대해서, 그저 무심히 돌아본 퇴계는 언제나 날카로운 이성의 흔들림 없는 냉철한 무심한 석상 같은 이미지였다면 한 학자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퇴계의 모습을 찾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찌되었나? 혹자가 질문을 한다면, 답을 얻었는가 묻는다면 무어라 말할까도 생각해본다. 그 답은 아직 더 알고 싶다, 로 기울어지고 있어 보인다. 책 한권으로 쉽게 판단할 소지가 못 된다는 뜻일까. 그의 책을 읽고 나니 생각하는 것조차, 글 쓰는 일 조차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건 퇴계가 일궈낸 그만의 사상이 빚어내는 힘의 영향일까




 책은 이황의 삶과 자성록을 소개하며 3부의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실천의 지혜를 실으며 목차를 구성한다. 자성록과 더불어 3부에 소개된 내용 또한 읽고 깨닫는 내용이 있으며 간단하게 정리되어 부담 없이 읽어볼만한 내용이다.

 저자 신창호의 소개에서도 언급된바 있듯이 이번 퇴계의 책은 마음을 수련하는 법이 강조되고 있다. 중국의 많은 학자 이를테면 공자나 맹자에서부터 그들의 수많은 제자들과 학파를 달리해서도 소개되는 장자와 그 제자들의 이야기와 인용 또한 광범위하게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결론은 한 가지 각자가 자신의 소신에 맞게 공부를 하라는 것이며,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바르게 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언제나 마음과 정신을 명징하게 닦아놓으라는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이를 따지지 않고 제자들에게조차 예의를 다했던 퇴계의 서신과 그 행적을 들여다보면서 다시 묘한 생각의 꼬리가 늘어지는 것을 느낀다.




 딴짓거리이긴 하지만 문득 특별히 무언가를 원하는 까닭은 아닌데, 아쉬움에 몸이 달아서 내게도 세상을 이야기하고 책을 이야기할 친구 하나가 그립다는 생각이 드는 것조차 외면하는 것이 측은하게 생각되더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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