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성경이야기 - 삶을 축복으로 이끄는 성경 레시피
유재덕 지음 / 강같은평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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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서평

맛있는 성경이야기- 유재덕 지음




준비된 만찬과 초대

새벽 한시가 막 지나간다. 이 시간에는 꼭 허기가 느껴진다. 저녁을 먹은 이후로 물만 먹고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정답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생활 습관과 환경에서 나오는 일종의 반복적 룰이자 패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늘 야식을 입에 달고 사는 남자를 수발하면서, 어쩌면 철저하게 야식에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던 인식의 사이클에 수정을 가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지나친 폭식과 과식이 아니라면 먹는 게 무슨 죄란 말인가. 잘 먹고 잘 자는 게 건강비결이란 말도 있던데...




 ‘맛있는 성경 이야기’ (유재덕 지음)는 말 그대로 기독교의 힘이자 핵심인 성경을 통해 들여다본 사람들의 먹을거리 이야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음식을 기본으로 음식과 함께 살아가는 성경 속 인물들의 생활방식, 그리고 종교적인 부분과 이를 뛰어넘어 다양한 문화적인 측면까지 총망라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성경을 통한 문화인류학 분야의 안내서 비슷한 이미지로 다가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 겉표지를 장식하는 먹음직스러운 빵이 먼저 눈을 매혹시킨다. 단순히 맛있는 빵 사진만 보더라도 벌써 입안에 침이 고이고, 조금 전까지 무반응이었던 텅 빈 위에서 위액이 흘러드는 것을 느낄 법도하다.   

 

 크게 모두 세 가지 내용(3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째가 ‘재미있는 식탁 이야기’, 두 번째가 ‘달콤 살벌한 먹을거리 이야기’, 마지막이 ‘즐거운 축제 음식이야기’ 등의 부제목을 달고 있다.

1부에서는 기독교인이라면 이미 친숙함으로 밀착된 성경책 속에서 많이 들어봤음직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야곱과 아비가일, 엘리사와 집을 떠난 탕자의 이야기도 들여다볼 수 있다. 

책 내용이 이어질수록 성경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이와 연계하여 같이 소개되었던 먹을거리, 이를테면 성경 속 인물들이 즐겨 먹었던 빵과 양이나 염소, 소를 재료로 해서 만든 고기류, 또는 물고기 등의 어류와 잡곡(옥수수, 콩류) 그 외에도 이스라엘 지방에서만 나는 특산물과 같은 다양한 음식재료가 소개된다. 더불어 이 재료들로 만든 음식을 사진으로 볼 수도 있는데, 만드는 방법도 소개하는 친절한 수고로움을 느낄 수가 있었기에 두 눈이 즐거워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소개된 것 중 일부는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재료와 음식을 만드는 방법이 낯설다는 인식이 발동을 거는 바람에 그저 눈으로만 즐기는 맛있는 음식으로 남아야했다.




 특히나 저자의 말을 빌어서 표현하자면, ‘성경시대’에 만들어 먹었다는 치즈와 요구르트, 버터의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건조하고 더운 이스라엘의 기후와 유제품의 궁합은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기우였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성경시대(나는 이 표현이 좀 낯설다. 오래전 예수와 관련한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에서 성경시대가 아닌 ‘예수시대’ 라는 표현을 써서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에 살았던 이스라엘 주민들은 가죽주머니에 우유를 넣고 계속 젓는 과정을 통해 버터를 만들고 치즈와 요구르트까지 별 어려움 없이 만들어냈다. 오래전 예수가 살았던 시대에도 치즈와 버터를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는 놀라움을 가져다주는 듯하다. 색색이 현란해 빛깔의 렌즈콩에 대한 이야기, 로마시대 토지 운영에 있어 ‘순환재배방식’의 소개와 안식년 제도를 땅에 적용한 ‘휴경제도’의 소개를 살펴보면 저자가 단순히 종교적 측면에서 머물러 책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대의 경작방법과, 과일종류에 따른 유입시기에 대한 정보 제공 따위는 마치 세계사 교과서 한 페이지나 세계 백과사전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저자 유재덕은 여기에서 주춤하지 않는다. ‘탕자를 위한 식사’ 이야기를 살펴보면 또 다른 보물을 찾을 수가 있다. 그것은 헨리 나우웬이라는 작가의 등장에서부터 시작한다. 램브란트가 그린 ‘탕자의 귀향’ 이라는 미술작품으로 영감을 받은 나우웬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유재덕은 종교에 관한 음식 이야기에서, 세계사 이야기, 더 나아가 미술 이야기까지 그 범위를 한정짓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2부의 ‘달콤 살벌한 먹을거리’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채식을 위주로 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육식을 하게 된 동기, 유대인들의 식사와 관계된 법규인 ‘카슈릇’ 이야기, 코셔(먹을 수 있는 음식) 트라이프(먹을 수 없는 음식)등에 대한 소개 역시 흥미롭다. 특히 2부에서 소개하는 쇼헷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애잔한 감동을 주는 대목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모든 생물을 다스릴 수 있는 권리를 허락했다. 그러니 우리는 하나님의 피조물인 생명체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이게 바로 쇼헷이 수행하는 세히타의 핵심이다.”




우리로 치자면 도축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 쇼헷이라 했다. 짐승을 잡는 일을 터부시해왔던 우리의 과거와는 달리 유대인의 세계에서 도축은 경건함과 엄숙함, 고귀한 일의 행함으로 그 가치가 월등해 보인다. 나이 많은 쇼헷을 대신할 젊은 사람을 뽑는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보더라도 그들이 갖고 있는 생명의 존귀함은, 어쩌면 인간에게로 향하는 하느님 내면과 마음의 소리와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싶다.




굳이 딴지를 하나 걸자면 3부에서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유대교의 전통과 음식, 그들의 문화에 대한 소개일 것이다. 이는 긍정적인 요소와, 다소 부정적인 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기독교의 ‘부활절’과, 유대교의 ‘하누카’ 의식의 통합론을 저자 유재덕은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실제로 3부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대교인들의 실생활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보수이론에 근거해서 본다면 기독교와 유대교는 엄연히 다른 차이점을 갖고 있기에, 이 책이 유대교와 유대인을 소재로 해서 쓴 책이 아닌 이상 지나치게 기독교가 아닌 유대교를 부각했다는 시각도 없진 않아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기독교가 있기 이전에 유대교가 먼저 자리하고 있었던, 성경의 시대적 상황을 바탕으로 둔다면 그리 복잡해 보이지는 않는다.

포괄적인 면에서, 종교적인 관점을 떠나 다양한 문화를 찾아 둘러보고자 했던 저자의 의도를 이미 앞에서 알고 시작한 글 읽기가 아니었던가.

    

음식과 함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한 ‘맛있는 성경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쩌면 보다 쉽게 보다 긍정적으로 ‘성경과 기독교’라는 하나의 커다란 상징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기독교 전파는 이미 대중화 되었기에 이제는 성경에 반영된 문화를 좀 더 깊이 이해해야 할 시기라는 ‘소망교회 곽선희 원로목사’님의 말을 상기하게 된다. 

기독교의 보편화를 뛰어넘어, 개개인에게 향해 열려진 친밀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기독교의 대중화는 이미 시작된 듯 보인다. 이제 준비된 만찬과 초대에 응할 일이 하나 남겨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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