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웃는 집
법륜스님 지음 / 김영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열 번째 서평

날마다 웃는 집- 법륜 지음




내 마음. 그 안에서 해답을 얻다.




 요새는 웃을 일이 별로 없어 보인다. 새벽에 하는 유선 방송으로 지나간 예능오락 방송을 보면서 깔깔거리고 웃지 않으면 그다지 웃을 일이 많지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가끔 큰 아이가 작은 아이에게 훈계조로 어른 흉내를 내는 모습을 보거나, 작은 아이가 귀여운 짓을 할 때면 그 모습에 사랑스러워 웃기도 하지만 솔직하게 따지고 보면 육아는 즐거움 보다는 힘듦과 고충의 연속인 듯 보인다.




 무엇보다도 책 제목이 좋았다. 날마다 웃는 집이란다. 이 책을 선정 했을 때 나는 책을 읽으면 매일같이 웃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깐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했었다. 생각해보면 매일같이 웃는 것도 정상은 아닌 듯했다. 언젠가 친한 친구가 집에 왔다가면서 내게 종이 한 장을 건네고 갔는데, 제목이 웃음 10계명이었다. 한국웃음연구소에서 나온 작은 전단지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웃어라’ 를 강조한다. 이를테면 크게 웃어라. 억지로라도 웃어라. 함께 웃어라. 마음까지 웃어라 힘들 때 더 웃어라, 고 조언한다. 친구는 내게 말했다. 그냥 의식적으로라도 웃어보라고. 그러나 맹목적인 웃기연습은 사람을 실없이 만든다는 조소 비슷한 감정에 빠져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스님의 이야기는 웃음 연구소에서 제시하는 그 웃음하고는 뭐랄까 느낌이 다르다. 웃음을 소재로 한 것은 같지만 웃음을 향해서 걸어가는 길과 방법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법륜 스님의 행적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더 확실히 알게 된 것이 바로 ‘즉문즉설’ 이었던 것 같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의 양장으로 된 책 안에 담겨진 스님의 ‘즉문즉설’ 형식에 의한 달변은, 마치 거대한 방패와 창처럼 읽는 이의 상처를 보호하고 쓰다듬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스님은 직설적이며, 거침없는 화법으로 사실을 분명하게 직시할 것을 이야기 한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역시 스님의 달변이 최고 중에 최고구나. 막힌 체증을 훅 뚫어 주는듯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속이 후련해진다는 말을 하고만 싶어진다.




 아무 조건도 없이 그저 웃으려고 노력하세요. 했던 웃음 10계명 보다는 스님의 딱딱 짚어주는 위안과 조언이 더 내게 다가왔던 것일까. 책은 쉽게 풀이되어 있는 인생의 사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읽는 이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는 스님만의 배려가 깔려진 내용은, 불교에 몸담고 있는 이가 세상 사람들에 들려주는 이야기건만 불교 경전에 지나치게 치우침 없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가운데 시작되는 크고 작은 일과 그 사이에서 생겨나서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갖가지 일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해 길을 터주고 있었다.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딴은 비교적 밝고 호탕한 스님의 성격을 엿보는 듯한 분위기의 글을 통해, 책을 읽는 동안 조급함 없이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은 날마다 웃는 집을 위한 부모와 자녀의 관계, 부부의 믿음, 가족의 마음가짐, 엄마의 마음결이라는 주제로 구성되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나와 내 부모이야기)를 시작으로 부분간의 문제 마지막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나와 내 아이의 이야기) 특히나 어머니와 자녀와의 관계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건 여담이지만 인생의 지혜 중에는 나를 유쾌하게 만들었던 문구도 있었는데 그건 바로 “안녕히 계십시오” 라는 구절이었다.

 서로가 맞지 않는 부부가, 같이 살고 싶은 의욕이 없을 때는 ‘헤어지세요’. 라며 인사를 하면서 돌아서라는 말이었다. 헤어지는 마당에 인사는 무슨 인사인가 싶은 생각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그것이 어쩌면 미련도 후회도 남은 인정도 없이 깨끗하게 마음을 정하고 돌아서라는 스님의 충언 같아서 웃음 속에서도 마음 한 자리가 뜨끔하게 저려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모든 문제는 내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책 한권을 읽고 나서 나는 스님이 기특하게 생각할만한 수 하나를 찾아낸 듯하다. 그것은 바로 나를 힘들게 하는,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많은 일들의 원인이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자식이 말썽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고민 하지 말고, 자식이 말썽을 일으키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고민하는 내 자신이 더 문제인 것을 깨닫는 것이 먼저라는 이야기. 남편의 외도로 고민하는 이에게 남편의 행실은 밉지만 그것을 남편에 대한 미움으로 가득 차 있는 내 마음부터 다스려야 할 것을 권하는 이야기 또한 기억에 남는다.




 한권의 책이 그렇지만 특히 마지막 장에 ‘다시 웃는 우리 집’ 에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이런 문제들을 풀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 라는 개인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스님의 명쾌한 이야기가 실렸다.




“괴롭고 괴롭지 않고는 다 자기 마음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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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인생을, 주어진 시간을,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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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지 말고 행복하게 만들어 가며 사세요.”




‘내려놓다’, 라는 말을 가끔 생각한다. 나는 그 말을 때로는 내가 가질 수 없는 것, 또는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악을 써도 할 수 없는 일 앞에서 겸허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내 자신에게 그만 인정하라, 말할 때 ‘내려놓다’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러나 그 말을 하고나서 돌아서는 나는 늘 마음이 무겁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하지만 어쩐지 스님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으니 돌아서는 마음이 무겁다는 느낌 그것마저도 내려놓아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날마다 웃는 집’은 깨달음과 연륜으로 깊어진 스님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또는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렵지 않은 인생 지침서로 한권의 가치가 충분하고도 넘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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