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준이 아이의 수준을 만든다 - 장애영 사모의 주교양 양육법
장애영 지음 / 두란노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끊임없이 시험에 빠지다.  

(엄마의 기준이 아이의 수준을 만든다. -장애영 사모 저 )


 새벽이라 춥다. 9월 말이니 추울 만도 한데 워낙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라 양말은 꼭 챙겨 신고, 여태 버티다가 이제야 긴팔 난방을 걸쳤다. 그냥 걸치기만 했던 것을 오늘은 아예 팔까지 다 집어넣고 완전히 입고야 말았다. 추위를 잘 견뎌내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물론 따뜻한 차 한잔의 유혹은 너무나 감미롭다. 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매일 새벽 책상위에는 늘 반쯤 남긴 우유 컵이 놓여있다. 그나마 식어버리면 입에도 되기 싫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요사이 아들이 자꾸 전에 없이 자기감정을 드러내는데 엄마인 나는 적잖이 당혹스럽기까지 한다. 요 녀석이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을까?. 나쁜 말이라고 아예 단정지어버리고 나서 되풀이 되는 상황이 올 때마다 나는 매체를 들겠다고 아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그 방법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뒤미처 알게 되었는데, 아동학자나, 유아교육자들이 풀어놓는 방법이란 아이를 다그치지 말고 말로 풀어서 설명하라는 데 주요지로 보인다.  

 아.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매 순간 양육자(엄마)가 참아내야 할 인내의 분량과 다분히 의도적인 외면에서 받게 되는 무자비한 심적 고통을 어찌 견뎌내리오. 자녀 양육은 무조건 기다림의 연속이다. 

  이번 책 읽기는 솔직히 말해서 사뭇 어려웠다. 글의 내용이 어려운 것은 절대 아니었다. 종교적인 문화의 이질감 따위로 설명하기도 애매하다. 그다지 열심히는 아니지만, 나도 한때 저자와 같은 종교 생활에 심취했던 적이 있기에 전혀 낯선 문화와의 부딪힘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힘들었다. 중간에 책을 덮고 싶은 때가 몇 번 있었던가. 책을 읽는 일주일 사이에 두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고, 그날은 전혀 책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아직까지 약을 달고 사는 두 녀석들과 하루 종일 씨름하면서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있었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욕심에 읽기 시작했던 책읽기는 현실에서 묘하게 이질감만 커졌다고 해야 맞을 듯싶다.

 좋은 내용이다.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두고 쓰여진 자녀 양육서. 이 책에 정의를 내리자면 이쯤이면 좋을 듯하다. 나는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든다. 이번에 기독교 관련 자녀 양육의 책을 읽었으니, 다음번에는 불교의 정신을 근본으로 삼은 자녀 양육서를 꼭 읽어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장애영 사모다. 사모라는 말이 어색한가. 기독교에서 목사님의 사모님을 ‘사모’라 지칭한다. 그러나 교회에서 내는 소규모 책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름 석자 뒤에 ‘사모’라는 호칭을 붙인 것을 보면 이 책의 성향이 대충 어떠하리라, 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책의 내용은 서울의 모 개척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어느 부부. 아니 목사의 사모가 아들의 대한 양육을 기독교적인 배경과 함께 서술하고 있는데 종교적인 색깔은 아주 진하다고 봐야 한다. 각장의 부분 부분마다 저자가 선택한 좋은 성경구절들이 인용되어 있다. 읽으면서 감동받고 은혜 되는 부분마다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하지만 뭔가 갑갑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일렁거리는 것은 왜였을까.

 저자의 아들은 기독교 집안에 태어난 엘리트로 그려진다. 중학교를 자퇴하고, 일년 만에 검정고시를 통해 수능까지 원스톱으로 통과하고 사법고시에 패스한다. 사법고시를 거치는 동안에는 많은 인간적인 고뇌가 소개된다. 저자는 아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종교적인 것으로 풀어나가는데 심혈을 기울였으며, 자녀를 기르는 데 힘들어하는 모든 부모에게 실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종교관과 더불어 긍정적 마인드를 심어준다.

 그러나 내가 문득문득 힘듦에 지쳐 책을 덮고 싶더라, 는 말을 하게 했던 동기 역시 다시 생각해봐도 씁쓸한 뒷맛을 가져다주는 건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것은 지나치게 개인사를 다뤘다는 데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일 것이며 어찌 보면 이 책의 힘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부모들은 자녀 양육에 대한 책을 접할 때 무슨 무슨 대학의 교수나 전문가의 책도 선호하지만, 평범하게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쌓아올린 ‘노하우’가 담긴 이야기. 즉 실전 경험을 들려주는 보통의 여느 엄마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쉽게 기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점에서 개인사적 이야기가 너무 많이 소개되어 어찌 보면 종교의 차이도 물론이거니와, 공부를 아주 잘 하지 못하는 그저 평범한 이웃의 개구쟁이를 둔 부모의 생각에서는 다소 이질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삐딱선이라는 말이 있다. 이쯤에서 나는 이렇게 삐딱선을 타고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에게 당신, 참 삐딱하기도 하지! 하며 혼자 읊조리게 된다.

 이미 삐딱선을 보기 좋게 타버렸지만 그래도 좋은 것은 내 것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게 욕심인가보다. 파트 3의 ‘주교양 양육법 7가지 지침’은 현실에서 응용해볼 만한 실용적인 가치가 돋보이는 글이었다.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

 저자가 에필로그에 인용한 성경구절이다. 어쩌면 이 순간에도 나는 시험을 받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일일이 다 기록하기 뭐하나 생각 한 바, 느낀 바, 깨달은 바가 있기에  내 자신도 역시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본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도 어쩌면 신이 허락한 영원한 시험의 한 과정일지도 모를 일이다. 새벽 세시. 모든 것으로부터 시험받기 딱 좋은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