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녹취록 스토리콜렉터 11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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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녹취록


날이 흐리다. 4월 22일 월요일 아침이다. 새벽에 한기로 자주 깼던 것 같다. 커튼을 걷어올렸기 때문인지 전기요를 꺼놓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기가 몰려들어 선잠을 잤다는 생각이 든다.

4월 말을 달려가는 이 시점에 어울리지 않는 전기요라니. 따지고보면 체질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어쨌든 모든 것들은? 아니 모든 결과들은 사람마다 다른 반응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지 묻고 싶다. 한여름도 아닌데 어인 공포물을 운운하는가, 라는 질문이 생겨날 것도 같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호러와 미스터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다. 각각 따로 생각해 볼 때의 느낌과 두 가지를 동시에 한 자리에 끌어왔을 때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지도 넌지시 물어보자.

인간의 내면에는 근원적으로 공포가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근원의 공포가 어디에서부터 생겨났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마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여다보면 어느정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도 싶다. 사설을 길게 늘어놓았다가 지운다. 말이 너무 많아보여서 말이다.


이제 책에 집중해보자.

이번 책은 미쓰다 신조의 ‘죽은 자의 녹취록’이다. 미쓰다 신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이번 한권의 책을 통해 어느정도 아니, 거의 확실하게 그의 작품세계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미스터리와 호러의 접목이 이처럼 또 하나의 장르로 그 자리를 만들어 갈 수도 있었구나 싶었다.


인간이 지니는? 아니다. 가지고 있는, 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도 같다. 어쨌든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공포와 현실에서의 정서적 혹은 육체적 결과물의 반응정도가 바로 미스터리와 호러 장르의 에너지원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참으로 묘한 것은 이런 분위기, 이런 스토리의 전개가 어쩐지 익숙하다는 점이다. 기승전결에 있어서도 시작과 과정은 비교적 뚜렷하나 결과에 있어 분명한 결론을 지을 수 없는 미온적이면서도 흐릿한 결과들도 그렇다.

이를테면 어린시절 언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혹은 그런 분위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 방향에서 봤을 때 미쓰다 신조의 작품은 익숙함 가운데에서 독특함을 끌어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오래도록 전해지는 전통적인 구비문학 어디쯤에서,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생기와 더불어 등줄기가 뻣뻣해질 것만 같은 공포감을 구현해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니 말이다.


소설은 미스터리 호러작가인 주인공이 우연히 얻게 되는, 자살을 앞둔 이들이 남겼다는 녹음 테이프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되는 내용이 큰 맥락이다. 이와 더불어서 다양한 단편이 함께 실려있다. 이번 책은 작품으로 볼 때 구체적인 완성도를 따지기보다는 각각의 스토리가 갖고 있는 작품에서 전해지는 그대로의 공포와, 그 공포에 반응하는 우리들의 잠재되었던 두려움과 솔직하게 마주하는 것이 주된 관건일지도 모른다. 다만 일본어를 잘 알지 못해서 마치 일본어의 유희 같은 대목에서는 살짝 주저함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작품 안에서 앙화, 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네이버를 찾아보니 어떤 일로 생기는 재난 혹은 지은 죄의 앙갚음으로 받는 재앙이라는 해설이 있었다. 책에서 쓰이는 앙화는 어떤 안 좋은 영향이 자신에게 미치는 걸 이야기하는 듯하다. 죽은 자들이 죽기 전에 녹음한 테이프를 계속 듣다보면 생겨나는 안 좋은 현상들이 그 예라고 하면 이해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이 번 책을 읽는 독자들의 걱정 또한 잊지 않는다. 책을 읽다가 비슷한 앙화 현상을 받게 될까 염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번역한 역자 역시 비슷한 경험 내지는 작가와 비슷하게 앙화 이야기를 조심스레 언급하고 있다. 이쯤되면 이번 책을 더 보고 싶은 묘하게 비뚤어진? 욕망이 작용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기분 탓일 수도 있다. 그렇기는 한데 말이다. 책에 깊이 빠져들수록 그렇게 몰입할수록 어쩌면 다양한 앙화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멀쩡하던 체중계가 갑자기 혼자서 불이 번쩍거리며 빠르게 점멸해 새벽에 여러 번 깨서 급기야 건전지를 빼고 다시 잠이 들었던 것은 그저 소소한 일이라 생각하려 한다. 한번은 말이다. 우연이든 어떻든간에 책을 읽고나서 있었던 일을 같이 이야기해봐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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