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숲에서 - 바이칼에서 찾은 삶의 의미
실뱅 테송 지음, 비르질 뒤뢰이 그림, 박효은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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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숲에서


내가 처음 바이칼 호수를 알게 된 게 언제였더라. 오래전 어느 작가의 소설 제목에서 들었던 기억이 처음 기억인 것 같다. 바이칼 호수라. 대륙 한 가운데 넓게 펼쳐져 있는 호수라고 했다. 한 시절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스로 인도로 떠나는 사람들 곁에서도 바이칼 호수라는 말이 오르내리곤 했던 것 또한 기억한다. 무언가가 있었던가보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아니 매혹시키는 그 어떤 것들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바이칼.. 호수 말이다.


책은 광대한 바이칼 호수 근처에서 홀로 6개월을 은둔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연으로 들어간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는 바로 책의 저자 실뱅 테송이다. 프랑스 출신의 그가 왜 러시아의 겨울 한 복판으로 들어가야 했던 것일까.

한편 책은 특이하게 그림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비르질 뒤뢰이의 그림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책에 실린 그림 아니 삽화라고 해야할까. 각설하고 그 인상은 단순히 그림으로 치기에는 상당히 세부적이며 정교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다가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하면 그림이 정서적으로 다가올 수가 있단 말인지. 적어놓고 보니 또 애매하긴 하다. 말로 혹은 글로 표현하기가 좀 어려운 건가. 전체적으로 보면 삽화마다 한 두 줄의 글이 실린 편집 구성이다. 개인적으로는 삽화를 이루는 컬러들이 밝고 화사한 색감이 아닌 낮은 채도 위주의 색감으로 느꼈다. 글이 들어간 구역은 하얗게 박스처리 후 글을 싣고 있다.

이제 실뱅 테송의 이야기에 집중해보자. 그는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바이칼 호수의 오두막으로 향한다. 책과 시가. 그리고 보드카도 잊지 않는다. 오두막에서 창문 앞에 앉아 있는 법을 배우고, 장작을 패고, 글을 쓰고, 그렇게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며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간다. 또 진짜 러시아인처럼 가방을 둘러메고 오두막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안착하기를 원한다.


-그곳에서 겨울과 봄을, 행복과 절망을 그리고 마침내 마음의 평화를 체험했다.

-침엽수가 우거진 깊은 숲속에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책의 초반 그가 남긴 글에서 발췌한 인용글이다. 이 짧은 두 줄의 문장으로 그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지인이 맡겨둔 두 마리의 어린 개는 후반부로 갈수록 실뱅 테송의 든든한 아군으로 등장한다. 러시아와 프랑스의 정치적인 이야기며. 사회적인 이야기 또한 등장한다. 그가 수많은 사람들과 세속의 것들과 결별하기 위해 바이칼을 찾아 들어갔어도 오롯하게는 사회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왜 사회적인 동물을 인지하는 동시에, 자주 그 상황을 외면하고 싶어하는 것일까를 생각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주장하던 학자들 역시 순간순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문득 인간은.. 무리에 속해있을 때조차 혼자 있는 것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다시 무리 안으로 돌아와 안착하는 존재라는 결론을 혼자 내려보곤했었다. 바이칼 호수로 들어가 고독 속에서 안정을 느꼈던 실뱅 테송도 일시적인 귀환일지는 모르겠으나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았던가 말이다.(이리 적어놓고 보니 내가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그가 바이칼 호수에 머물러 있을 때도 다양한 지인들과의 교감은 끊이지 않았다. 어찌보면 그는 사람에게 지쳤다기 보다는 도시적인 삶에 지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글 속에서 그가 지인들과 만나 보드카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며 만족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자연스레 소로의 월든이 연상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두 책을 비교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여튼 소로는 조금 더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것 같기도 하다. 실뱅이 느꼈던 자연의 교감적인 부분에서 보다 더 깊은 무엇이 담겼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소로에게는 지인들보다는 이른 아침에 날아든 새들이 더 친근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판단과 분석은 각자의 몫이다.


결론이다. 간략한 글과 삽화로 집중할 수 있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바이칼 호수 옆 거대한 숲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을까. 어인 까닭인지 흐릿한 듯 무거운 듯한 색감이 주는 분위기가 책의 무게감, 혹은 어쩌면 그 안에 잠재되어 있을 인간의 원초적인 고독과 고뇌라는 감정선들을 안정감 있게 받쳐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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