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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 1 - 왕좌의 옆에 서다
서자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2월
평점 :
원경 1. 2
이번 책은 태종 이방원의 아내인 원경왕후의 이야기를 소설로 담아낸 책이다. 저자 서자영의 의도는 아마도 여성 작가의 시선에서 본 원경왕후의 당대 입지와 활약? 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익히 잘 알려진 역사를 통해 들여다보는 조선 개국사에서 원경왕후의 이야기는 지극히 제한적으로 남겨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긴급하고 절박한 순간에 기지를 발휘하였으며, 이방원에게 갑옷을 입혀주었더라는 설에 잠시나마 세상의 시선을 받았다가 사라져가는 그녀 민자경의 알려지지 않았을 진짜 이야기를 그려본다. 한편으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조선 개국을 이야기하는 역사에서 우리도 모르게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한번쯤 다시 상고해볼 만한 필요성을 생각했었다.
시작이 어째 좀 딱딱해졌다. 소설은 입에 단 잘 익은 감처럼 감칠맛이 도는데 말이다. 우선 저자에 대해 좀 알아보자. 작가는 특수교육학을 전공한 이후 드라마 작가로 전환했다고 한다. 드라마 대본을 써온 필력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의 소설은 일반적인 소설의 서사저인 맛과 동시에 대본이나 시나리오에서 느낄 수 있는 생생하고도 현실감 있는 찰진 대사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는 듯한 인상을 받곤 했다.
역사를 다루는 소설을 많이 읽어 보았을까? 생각해보니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를 소재로 한 책은 많이 읽어보긴 했지만, 뭐랄까. 이번처럼 작가의 상상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픽션의 역사 소설은 조금은 낯설게 다가오는 까닭을 나는 짐짓 알고도 남는다. 많이 접해보지 않은 탓이다. 역사를 전공한 사학자들이 쓴 책들이 생각나고 그들이 풀어가는 이야기의 방식과 비교를 하고 있는 까닭도 이를테면 내 경험치가 부족하기에 생기는 사소함의 일들일지도 모를 일이다.
책은 원경왕후 즉 민자경이 이방원을 만나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을 서술해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선 개국의 역사적 사실들을 소설 속으로 온전히 녹여가고 있어 역사와 소설의 재미를 동시에 접해볼 수 있는 순간일 듯하다. 어린 시절의 첫 만남과 서로가 알아보며 혼인을 하고, 대의를 위해 조력자로서 아내를 받아들이는 인물 이방원을 그려가는 과정에서두 사람의 힘겨루기? 등등. 소설은 작가 서자영만의 힘 있고 지치지 않는 독특한 상상력의 필력으로 독자를 쉼 없이 유혹한다.
혹 그 옛날. 이방원과 민자경이 정말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을까? 정말 이방원이 민자경의 존재에 이다지도 복잡한 감정을 표출했었을까? 여러 생각과 함께 자잘한 의문들이 이어진다. 작가의 의도를 들여다 볼 때 민자경 즉 원경왕후의 가려졌던 진면모와 함께 그녀의 묻혔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렇게 작가는, 조선 초라는 시대적 상황과 유교를 사상으로 건국한 정치이념. 이 모든 것을 훌쩍 뛰어넘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여성. 그 인물을 다시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포부로 읽는 이의 시선을 붙잡는가 싶었다.
표면적으로는 원경왕후에게 초점이 맞춰져있으나 계속 들여다보면 이방원이라는 원경의 주변인물에 대해 더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다. 작품 안에서 원경왕후를 사실적으로 더 강조하고 드러나게 하려다보니, 오히려 이방원이라는 인물의 복합적인 심리가 더 크게 표출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저러나 아무려면 어떤가 말이다. 소설은 매끄럽게 잘 읽히며, 읽는 재미와 상상력의 매력을 한껏 발하는 책인 동시에, 온전히 대중적인 느낌을 받게 하는 책이다.
1권에서는 개국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으며, 2권에서는 두 번의 걸친 왕자의 난과 함께 강상인의 옥 이야기를 끝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한 가지 소설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와 역사가 증명하는 이야기 사이에는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만큼 서로 다른 차이점을 지닌다, 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일종의 해묵은 잔소리이다. 혹여 혼돈의 늪에 빠질까하여 중얼거리는 개인의 노파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