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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올바르게 느껴지지 않고 뭔가 빠져있다면 - 마음을 치유할 심리치료사의 핵심 아이디어
프랭크 탤리스 지음, 손덕화 옮김, 김정택 감수 / 더로드 / 2023년 12월
평점 :
삶이 올바르게 느껴지지 않고 뭔가 빠져있다면
우리는 인간일 뿐이다
오랜만에 문장 인용으로 부제를 적어본다. 무척이나 강하게 다가왔기 때문일까. 모든 게 다 이해되고 용서가 될 것만 같은 이 기분은 문장이 지니는 힘인지. 그 의미를 확인하고자 하는 의욕 때문인지 잘 알지 못한다. 어쨌든 우리는 그저 인간일 뿐이라는 문장에 무한으로의 위로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 정말 정확하게 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문제일까. 열길 물속보다 더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라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심리학 관련 책을 보고나니 어째 말투가, 아니 그보다는 빈 여백을 채워가는 문장의 흐름마저 책의 분위기를 따라가는가 싶다. 이런 건 또 뭐라 명명할 수 있을까. 주변 환경이나 분위기에 지나치게 잘 휩쓸리는 사람? 바로 전에 읽은 책의 어조나 전체적인 느낌을 한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것들까지 말이다.
그리고 문득 질문들이 생겨나곤 했었다. 차이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각자의 혼돈을 극복하고? 명징하게 진실만을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심리학의 시작일까, 하는 의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때로는 프랭크 탤리스의 이번 책을 읽으면서 광범위한 철학서적을 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뭐라고 할까. 이를테면 그의 책을 읽으면서 철학과 심리학을 넘나들며 종행무진으로, 마치 잘 조직된 코스로 달리기를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던가 보다.
한편으로는 책 제목이 생각보다 너무 길었던 것은 좀 아쉽다. ‘삶이 올바르게 느껴지지 않고 뭔가 빠져있다면’이라는 문장이 주는 느낌은 시종 공허함이었다.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아지는 걸까. 어쩐지 내 생활이 그런 것 같은데.
다소 긴 제목의 설정은 어쩌면 그만큼의 동질감과 위로의 작용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구성을 좀 살펴보자. 책은 결론을 포함한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명백한 저자의 의도였을 법한데, 책의 처음을 장식하는 소개의 글로 에리히 프롬의 글(자유로부터 도피)이 무려 30페이지 정도 실렸다. 이런 장문의 소개의 글을 본 적이 근래에 또 있었던가. 그렇기는 한데 왜 저자가 에리히 프롬의 글을 소개의 글로 정했는지. 이쯤에서 한번은 생각해볼 일이기도 하다.
목차를 들여다보면 13가지로 구성된 심리학 분야의 명제들과 그 안에 저자가 붙인 부제로 순서를 이루고 있다. 각각의 장들이 종합적으로는 심리학으로 이어지고 있는 하나의 맥락이긴 하지만, 13개로 구성된 명제들의 이야기는 또 나름대로의 독립성을 지녔다고 본다. 그 덕분에 어쩌면 관심이 더 가는 부분부터 읽어봐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였을까. 개인적으로 모든 책을 처음 목차부터 마지막까지 읽어가지만, 연필을 들고 우선적으로 관심 가는 장을 체크했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를테면 ‘3장 통찰: 마음먹음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5장 정체성: 분열된 자아’, ‘9장 열등감: 부족함이 주는 위로’, ‘11장 역경: 뿌리 깊은 슬픔’처럼, 개개인마다 유독 시선이 머무는 명제들이 분명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적어놓고 보니 개인적인 심리 상태가 확연히 드러나는 듯해 머쓱해지는 순간이다.
심리학 혹은 정신 분석학의 시작이 어디에서부터 이어져왔는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조금씩 배웠던 기억을 반추하며 프로이드와 융.. 그런 사람의 이름만을 중얼거릴 뿐이다. 책에는 수많이 심리학자들이 등장한다. 더불어 그들의 이론과 실제 사례(저자의 상담사례 포함)와 심리학과 정신분석 분야에서 어떻게 정착되고 발전해갔는지 소개한다. 각각의 장마다 주제를 정한 까닭도 어찌보면 다양한 학자들과 그들이 주로 연구했던 분야를 정리하기 위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말이다. 이번 프랭크 탤리스의 책이 다양한 학자들과 이론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무엇보다 저자의 시선이 보여주는 것은 모든 심리학은 프로이드의 이론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심리학의 시작이 역사적으로 볼 때, 프로이드가 시초가 아니었더라 하더라도 저자의 인식 안에 자리하고 있는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역사는, 프로이드에서 시작되고 프로이드에서 정착되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는 듯하다. 저자가 마지막 결론의 장에서 다시금 언급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프로이드였다는 점을 생각해봐도 그렇다.
책에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 성욕. 소유욕과 물욕. 정체성과 불안한 자아. 나르시시즘 혹은 죽음과 인간 존재와 같은 심오한 이야기들이 실렸다. 철학, 심리학, 종교학, 혹은 예술을 바탕으로 하는 미학이나 문학이든, 어떤 학문으로의 접근이든지 간에 이러한 주제의 접근과 탐구는 꽤나 치열하고 또 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가 그의 책에서 자주 언급하고 있는 미술작품(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 대한 분석과 사고 역시 심리학의 이색적인 접근방식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기실 모든 학문의 접근을 수용하고 있는 심리학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인상을 받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늘 불안 속에서 좌절하고 흔들리지만 수용과 극복의 과정을 통해 흔들려야 하는 것들로부터 다시 일어섰을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의 다양한 표현들이 생각난다. 불안한 자아와 마주할 수 있을 때(그것은 진정한 용기이다) 진보할 수 있는 방향성은 꾸준하게 제시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제 마지막이로 사설이다. 책을 통해 알게 된 ‘부루노 베텔하임’과 ‘알프레드 아들러’ 두 학자의 이론에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말을 쓰고 싶어진다. 그들의 이야기에 더 몰입하고 싶어졌나보다. 사실은 책 한권에 수십 개의 인덱스를 붙였건만,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나보다. 그래도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프랭크 탤리스의 책에 대한 경건함 마음을 기꺼이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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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의 가장 큰 미덕은 다른 지적 전통에서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인간의 측면을 기꺼이 알고자 한다는 것이다- p99
-아들러는 우리에게 용감하고 실패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한다. 중요한 것은 노력하는 것, 단순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는 약하고 결점이 있다. 우리는 인간일 뿐이다-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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