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사냥 스토리콜렉터 108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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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사냥


 

23. 8. 24일의 기록이다. 책 제목은 악의 사냥크리스 카터의 작품이다. 얼마 전 우연히 챗봇과 대화를 주고받을 때, 크리스 카터를 아는가, 라고 질문을 했던 적이 있었다. 처음 챗봇이 생각보다 많은 인물들을 나열했지만, 작가 크리스 카터에 대한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 끝에 질문을 바꿨다. 작가 크리스 카터를 아는가? 챗봇이 제공한 정보에 의하면 크리스 카터는 꽤 유명한? 작가인 듯했다. 뭐랄까. 범죄 스릴러를 다루는 장르소설에서 그는 이미 인정을 받은 듯했다.

 


스릴러 분야를 생각하면 생각나는 작품이 딱 한가지가 있다. 토마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이다. 다양한 작품을 접해보지 못했고, 또 일정부분 개인의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음을 기꺼이 고백하게 되는 지금에도, 개인적으로는 양들의 침묵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토마스 해리스의 작품은 스토리가 탄탄하고 구성에서 흔들림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뜬금없는 소리겠지만, 이제 두 작가, 두 작품을 비교할 수 있을까? 가만히 짐짓 망설이는 까닭을 생각한다. 이건 작품 분석을 위한 레포트가 아니기에, 학평의 시간 역시 아니기에....


 

크리스 카터의 이번 작 악의 사냥은 범죄자와 그를 쫓는 형사와의 두뇌싸움 혹은 심리게임과 같은 플롯을 갖고 있다. 두 인물은 과거 대학시절 어느 한 지점에서 친구로 지냈었다. 그리고 현재는 쫓기는 자(루시엔)와 쫓는 자(헌터)의 자리에서 대립각을 이룬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범죄자의 특성이 사이코패스 성향임을 감안해 루시엔의 성향을 조금 더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작품 안에서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것이 바로죄책감에 대한 두 인물, 아니 루시엔의 대사가 아니었을까.

자신의 범죄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 오히려 주변 이들에게 죄책감을 전이시켜 느끼게되는 무언의 압력을 형성하는 것. 그것으로 인해 쾌감을 느끼는 것. 그러면서도 작품 속 루시엔은 꽤나 복잡한 심리상태를 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내 계획은 네 삶과 항상 함께할 죄책감을 네 안에 불어넣는 거였어. 로버트. 내면에서부터 너를 집어삼킬 죄책감. 네가 절대 없앨 수 없고 죽는 날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죄책감-p468

 


-헌터는 알았다. 루시엔이 스스로 벌인 짓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숨 막히는 죄책감으로 가득 채웠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것을. 루시엔의 믿음을 부정할 이유가 없었다-p469

 


복수를 위해 살인을 하고, 서로가 마주해야 했던 두 인물은 사실 생각보다 가볍게 만남과 헤어짐으로 끝을 낸다. 나는 왜 생각보다 가볍다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는 생각의 차이라는 전제조건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소설은 일정부분 긴장감이 떨어지는 듯, 다소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인물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강조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전체적 흐름에서 타이트하지 않고 늘어지는 인상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택시를 타고 어디어디로 끌어들이는 과정은 그렇다해도, 옷을 완전히 벗고 헤엄을 칠 것을 강요하는 과정과 같은 장치들이 굳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설명할 때 필요한 장치였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뭐랄까. 나는 조금 더 심도 있는 심리전을 기대했었는지도 모른다.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그 어떤 무엇?

물론 작품에서도 좌절과 슬픔과 죄책감. 이 모든 것이 혼합된 미묘한 흥분과 같은 감정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그러나 그 흩어져 있는 것을 끌어모으는 힘이 부족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작품과는 별도로 여담으로 적는다. 따지고 볼 때 창작물이고 만들어진 플롯으로 들여다보면 또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긴 하지만 범인이 사이코패스 성향의 인물이라 하더라도 작가의 의도처럼 일부러 눈에 띄는 행동을 유발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점들을 생각하게 된다. 이 역시 개인마다 다른 문제일까?

우리 사회에서 사이코패스의 성향이나, 소시오패스나.. 그들이 위협적인 존재로 각인되고 있는 것은, 사실 겉으로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통의 인간집단에서 함께 생활해가고 있다가 어느 순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변한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또 한편으로 심리학자나 정신분석 학자들에 의하면, 때로는 어느 이들은 자신의 성향을 겉으로 과시하듯 잘 드러나게 행동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잘 인지하지 못하기에 여전히 암울한 뉴스는 진행형으로 전파를 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각설하고,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그것이면 다 된다. 그리고 말이다. 인간의 어리숙한 본성이 소설을 현실로 착각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짧게 하면서 중구난방 중얼거림을 마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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