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모사 1867 - 대만의 운명을 뒤흔든 만남과 조약
첸야오창 지음, 차혜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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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모사 1867

 

오랜만에 읽고 쓴다. 한동안 쓰는 일에 등한시했더니, 어떻게 써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태풍이 지나가면서 아침나절까지 비가 내렸다. 요란한 태풍이었던가. 남부지방에 태풍의 흔적을 들여다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유비무환이다. 아들이 말하는 엄마가 좋아하는 말그 유비무환 말이다. 그렇기는 한데 책과 더불어 생각해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 한 민족의 역사가, 늘 유비무환의 공식으로 돌아가지만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실 씁쓸한 일인 동시에, 자연스러운 이치이며, 또 한없이 수긍해야 할 일인가도 싶다.

 

간만에 몰입해서 읽었던 책은 첸야오창의 소설 포르모사 1867’였다. 개인적으로 대만 출신 작가를 만나는 게 이번이 두 번째인가 싶다. 그러나 역사소설 분야의 작가는 처음이다. 그런 까닭에 이번 소설에 기대치가 더 컸던 것도 사실이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내가 대만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되는 걸까. 고작 중국 공산당과 장제스 관련 일들뿐이지 않은가 말이다. 중국 본토와 떨어져 있는 대만.

 

책은 대만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역사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픽션 위에 논픽션이라고 썼다가 다시 고쳐 쓴다. 작품 포르모사는 논픽션을 바탕으로 한 자리에, 픽션이 적절하게 자리를 잡은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허구와 사실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가에 따라, 작품에 대한 인상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물론 독자들의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법한 일이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역사적 논픽션이 더 짙게 배어든 작품을 선호하는가도 싶다.

작품 포르모사 1867’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정이 가는 작품이다. 누워서는 그 무게로 힘이들어 볼 수 없을 정도로? 꽤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는 이 책은, 에필로그 포함 687페이지로 편집됐다. 종이의 무게감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주 얇지는 않아서 더 두꺼워진 것도 같다.

 

이제 작품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자. 작품의 배경은 1867년 대만(포르모사)의 어느 해안가에 조난 당한 선박 사건에서 시작된다. 바로 소설의 주요 사건으로 등장하는 로보호 사건이다. 이때 선장의 부인과 몇 명의 선원이 당시 해안가에 있던 원주민 (생번)들에 의해 피살당한 역사적 사실이, 소설의 시작과 끝을 끌어안는 중심 사건으로 대두된다.

작품은 포르모사를 외지에서 보는 시각(양인의 시각), 내부에서 강조되는 시각(다양한 원주민들의 시각)에서 비교하며 분석해보면 좋을 것 같다. 쉽게 말해서 제국주의의 시초로 인해 강대국의 시선에서 내려다보이는 포르모사와, 반대로 섬 안에서 변혁의 시절을 살아가게 되는 일반 민초들의 생활사와 그들의 삶의 모습을 같은 선상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인가 싶은 거다.

 

특이한 점은 포르모사의 지역적 특성상 다양한 구성원들의 집합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각각의 집단들이 사는 지역에 따라 생번(고산지대) 혹은 토생자(평지)로 구분하고 있으나, 더 세밀하게 들어가자면 객가인, 북노인들의 등장까지 꽤나 복잡한 집단이 등장하곤 한다. 이들은 서로 반목하면서도 함께 공존하기 위해 안위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담이기는 하지만 어찌보면 중국 대륙조차 여전히 다양한 소수민족이 더불어 살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인상을 받는다.

에필로그에서 작가가 언급한 바와 같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여주인공은 허구의 인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물은 실존했던 인물이다. 지나친 스포일러 인듯해서 서둘러 여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야 할 것 같다.

 

각설하고, 소설은 중대한 사건을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력충돌. 바로 양인과 포르모사 사이의 전쟁이다. 어려운 과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인물들을 배치하고, 각각의 인물에 걸맞는 행동을 부여하는 작가의 사상과 의지가, 나름 확고하게 보인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하나를 언급하자면 어쩌면 시종 개인의 잡견일 수도 있겠지만, 이쯤에서 포옹과 화해그리고 '통합'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고 싶다.

 

-이제 접매는 스스로 사료 사람이 되었다고 여긴다. 송자는 앞으로 태어날 자녀는 토생자의 피와 북노인의 피, 객가인의 피, 생번의 피가 골고루 흐를 테니 모든 사람이 친척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p617

 

그들이 서로간에 반목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은, 포옹과 화해가 아니었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감상적 정서라는 한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감상평이다. 그렇긴 해도 이 대목이 좋아보이는 건 사실이다.

이제 마무리다. 포르모사 1867’은 소설 작품으로도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대만의 잊혀진 혹은 감추어진 역사를 다시 한번 배우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다준 책이다. 소설로서의 매력도 함께 갖추고 있어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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