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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우주 - 잠들기 전 짤막하게 읽어보는 천문우주 이야기 ㅣ Collect 22
김명진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평점 :
90일 밤의 우주
UNIVERSE SPACE COSMOS
드디어 비가 그쳤다. 이틀 동안 주룩주룩 내렸던 비가 삼일 째 되는 날 오후에는 해를 데려다주었지만 사실 사일 째 되는 오늘까지도 하늘은 여전히 흐리다.
문득 생각나는 건 어제 오후에 반짝 하늘이 개었다는 것과 함께 낮달을 보았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사람들 중 어떤 이들은 낮달을 보며 즐거워하는 이들도 가끔 존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윤석중 선생님의 ‘낮에 나온 반달’이라는 동요 가사를 기억하는 세대만큼은 적어도 낮달에 대한 아득한 동경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 딱히 반달 동요를 기억하지 않더라도 연신 내리는 비구름이 지나간 자리에 뜬 반달의 자태는, 나름 아름답지 아니한가 말이다. 그렇다는 말이다. 달 이야기였다.
그런가하면 아이와 말 놀음을 주고받을 때 쓰는 표현 얼마만큼 사랑하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다시 생각한다. 우주만큼 땅만큼. 그 말을 듣고서 에잇! 입을 삐죽거리는 아이에게 눈을 흘기며 나는 말한다. 너는 우주를 아직 모르는구나. 우주면 끝난거야. 더 비할 것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우주는 그런 존재다. 더 비할 데 없는 무한의 어떤 무엇.
무한의 어떤 무엇이라고 해두자. 그게 그저 별과 달, 우주를 바라만 보기 좋아하는 평범한 나 같은 이에게 있어서 그나마 설명하기가 쉽다.
책을 읽는 동안 아들이 자꾸 관심을 보였다. 재미있겠단다. 무엇이 녀석의 뇌세포 가득 호기심을 불러들였을까. 녀석이 천체학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생각해보니 녀석도 나 같이 그저 그런 부류의 사람인 게 분명하다. 깊이 들어가기에는 부담스러워 언제나 그 언저리에서 별과 달을 생각하고, 우주를 상상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 말이다.
책은 여덟 명의 공저로 탄생했다. 각자가 전공한 분야는 비슷한 듯 닮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또 조금씩은 다른 차이를 지녔다. 그런데도 이들의 이야기들은 서로 참 잘 어울린다. 마치 UNIVERSE, SPACE, COSMOS 라 했던 책의 제목처럼 말이다.
책의 부제를 살짝 들여다보자. ‘잠들기 전 짤막하게 읽어보는 천문우주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다. 잠자기 전에 볼 수 있는 우주에 관한 책이라니. 설정도 내용도 편집자의 의도조차도 딱 들어맞는 조합이다.
책은 소소한 에세이 형식으로 친근하게 다가서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전문적인 지식을 소개하기까지 다양한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 알파벳 이니셜로 누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표기하기도 해서 나름 개성이 돋보이는 글들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이렇듯 8인 8색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보다 친근함으로 조금 더 가까이 우주와 대면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가하면 이번 책은 개개인의 기억과 추억을 소급함에도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던 것 같다. 어릴 때 가을과 겨울 언저리께 별자리를 찾아 목이 뒤로 꺾인 채 하염없이 올려다보던 기억들. 아무리 찾아봐도 내가 태어난 그 별자리를 찾을 수가 없어서 실망하던 순간들.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일랑은 서른이 지나고 마흔이 훌쩍 지난 과거 어느 해 확연하게 알아보았기에 아이들 보기 더 부끄러웠던 순간들. 그런가하면 소행성과 혜성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밝은 대낮에 맨눈으로 볼 수 있다던 어느 혜성을 찾아 운전하던 오래전 기억이 떠오르곤 했었다.
누구나 자신의 추억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미래에 만나게 될 우주의 진짜 날 것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행성과 별자리. 개기일식 그리고 역서와 양력. 우주 날씨? 우주 왕복선과 저 유명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에 대한 이야기들. 인공위성과 외계 생명체까지. 책은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아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그거 알아? 우주 정거장이 2030년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래. 그리고 ‘포인트 니모’에 영원히 수장될 거란다.(인용 P229)
구소련과 미국의 공동 작업의 토대로 이루어진 우주 정거장이 곧 지구로 귀환한다는 이야기는 많은 부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 다 계획이 있지 않겠는가. 그들만의 새로운 우주 시대를 준비할 또 다른 계획 말이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지구와 행성의 충돌’ 이야기의 첫 출발지였을 아포피스 소행성 이야기도 저자 M의 이야기 속에 담겨있다. 2029년 4월 13일 충돌 이야기는 걱정을 내려놓아도 될 듯싶다. 스포이기는 하지만 꽤 중요한 내용일 수 있기에 살짝 언급하고 가자. NASA에서 지난 2021년 아포피스 소행성의 지구 충돌 확률은 사라졌다고 선언했다는 내용이 호기심 많은 내 시선에 포착되기도 했다.(P250)
개인적으로는 고천문학을 다루고 있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는 고천문학자 K의 수고 덕분이다. 덕분에 천문학을 우리의 시선과 눈높이로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하지 않겠는가. 라는 표현을 자꾸 쓰게 되는지라 유감이다) 각설하고 책의 깨알 정보 팁 큐알코드 역시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에 찾아보는 재미를 안겨주고 있음도 가벼이 지나치지 않고 꼭 언급할 일이다.
우주는 영원히 팽창하고 새로이 탄생하며 동시에 소멸해간다. 이 역시 대자연 대 우주의 이치이다. 그에 반해 인간은 너무나 나약하고 또 연약하지만 그래도 뭐랄까. 지금까지 잘 해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득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것들이다. 그냥 이렇게 다시 겸손함을 배워가는 순간이었다, 라는 그 말 한마디?
PS.
지난 5월 25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에 대한 짧은 기록도 이곳에 함께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