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 뮤지컬 《순신》, 영화 《한산》 《명량》 《노량》의 감동을 『난중일기』와 함께
이순신 지음, 장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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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이순신의 일기다. 그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영웅이니까.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졸업한 초등학교에도 이순신과 거북선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세종로 광장이든 이웃의 학교든 공원이든 역사적 유적지든 자리를 가리지 않을만큼 그는 모두에게 존경받는 그런 인물로 각인되어왔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필독서와 같은 개념의 난중일기를 이제서야 읽는다. 난중일기를 읽을 생각에 앞서 이순신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기를 원했다는 고백을 하고 싶어진다. 언제나 강한 이미지, 영웅의 이미지가 아닌 갈등하고 고뇌하고 흔들리는 보통의 인간적인 모습을 찾고 싶었다고 한다면 이상한 일이 되는 건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 일이었을까.

 


기록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임진년(1592) 정월 초 1(임술)부터 시작해 전사하기 전 무술년(1598) 1117일의 기록을 마지막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기록물에 대한 이야기로 책에는 나오지는 않지만 한자로 쓰여진 초고본과 정자편집으로 정조 때 쓰여진 이충무공전서 등과 관련한 내용은 참고로 읽어보면 좋겠다.

책은 옮긴이 장윤철에 의해 이순신의 친필 초고본을 대본으로 하고 초고본에 없는 부분은 이충무공전서의 일기로 보충했다는 내용을 알리고 있다.(p418 참고)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난중일기 안에서 이순신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다시 찾아가곤 했다. 무엇보다 일기의 기록으로 보이는 그의 이미지는 강하면서도 유연함을 공유한 인물로 보인다. 그는 늘 군비를 정비하고 훈련을 유지함으로 나태함에 빠지지 않게 스스로를 강하게 단련시켰던 인물이다. 군사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엄한 체벌과 동시에 인간적인 군장의 모습을 보인다. 군법을 어겼을 경우 가차 없는 형벌등(사형 내지는 곤장)을 시행했기도 했지만, 반면에 측은지심에서 우러나는 인간적인 면모도 자주 언급되곤 한다. 배불리 먹일 수 있게 고기와 술을 풀어주기도 하고, 부하에게 옷을 친히 내려주거나, 여인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했다는 이유로 벌을 주는 등 세심한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일기에서는 전쟁의 관련한 내용보다는 사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누가 찾아오고,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들. 아들과 조카와 무엇보다 자주 언급되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기록이 눈에 띈다. 고령의 어머니를 걱정하는 여느 평범한 아들의 모습이라고 할까. 또한 아내의 이야기도 두어 번 등장하는데 어머니에 대한 염려와 근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내용이기는 하지만 아내를 걱정하는 지아비의 모습도 눈에 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활을 쏘고 (체력과 혹은 인간관계까지 고려한 여러 의미의) 훈련을 지속해왔으나, 그는 자주 육체적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몸이 몹시 좋지 않다’, 라는 식의 표현이 매우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그는 늘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았나싶기도 하다. 늘 땀을 흘렸으며 배앓이로 인해 또 많은 생각들로 인해 잠을 설치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완벽하고자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는 자신의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미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비난과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일기 안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가소롭다,라는 표현은, 일기에 기록으로 남은 다른 표현으로 한탄스럽다, 라든지 한스럽다와 같은 표현보다 상대적으로 지나칠 정도로 자주 눈에 띈다. 특히 원균에 대한 이순신의 반감은 일기 곳곳에서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그날그날 날씨의 기록들. 바람의 방향과 강도. 업무와 관련한 일처리 상황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써내려간 요소들. 불안한 마음을 점괘로 풀어보고자 하는 마음들. 꿈에 의지하려는 모습들. 원망보다는 자신이 처한 자리에 대한 책임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던 순간순간들.

 


그의 일기 안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아마도 끝이 없을 것 같다. 전쟁이 아니었어도 그는 일생동안 책임감과 중압감을 지고 번민하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세상이 뒤바뀌고 환란이 닥쳐와도, 혼자만이라도 올곧게 인간답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이순신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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