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목욕탕
마쓰오 유미 지음, 이수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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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목욕탕

 


발랄한 작품이다. 마쓰오 유미라는 일본 작가의 작품인데 작가가 60년생이라는 안내가 실린 책날개 글귀가 눈길을 끈다. 일본 작가여서가 아니라, 작가의 출생연도 때문이었던가보다.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인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접해보지 않은 점이 한계라면 한계일지도 모른다. 단 한 권의 책으로 작가를 평가할 수는 없는 문제이니 말이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이번 마쓰오 유미의 수상한 목욕탕이라는 소설을 발랄하다고 표현하고자 한다. 시작은 그러하다. 그리고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가보면 첫인상은 예상과는 달랐다는 점을 상기한다.

코로나 영향으로 따뜻한 입욕을 하지 못한지가 꽤 된 것 같다. 목욕탕이라니. 목욕탕의 이미지는 요즘의 찜질방과는 또다른 이미지로 기억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개인의 추억과 개인의 빛바랜 기억에 의해 재해석되는 공간적 배경이기도 한 목욕탕이라니. 사람들은 어떤 인상을 받으며 이 책을 접하게 될까. 문득 그런 생각을 먼저 떠올렸던 것 같다.

 


여기 두 명의 여자. 언니와 동생이 등장한다. 부모를 모두 여의고 의지할 곳 없는 자매에게 뜻밖에 소식이 전해지는데 양자로 입양되어 성장한 어머니의 친 오빠, 즉 자매의 외삼촌(스나다 씨)의 소식이었다. 번잡하지 않은 동네에 낡은 목욕탕을 꾸려가던 외삼촌의 죽음이 이 자매의 인생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유산으로 목욕탕과 함께 이를 계속 유지해 줄 것을 자매에게 유언으로 남긴 외삼촌. 그렇게 동생 사오와 나 사쿠마는 목욕탕 뒤에 아담한 집에 기거하면서 두 명의 직원과 함께 목욕탕을 계속 꾸려가게 된다.

 


아기자기한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일본의 한적한 뒷골목의 분위기를 풍기는 순간들과 나이드신 분들의 여유롭고 천천한 걸음거리가 눈에 보이는 듯한 상황들. 소박하지만 솔직함 그리고 자잘한 연륜들이 자매와 소통하며 이야기가 이어지는 듯해서 그 순간만큼은 책이 이 얼마나 이뻐보이던지.

그런데 책은 급회전을 시도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제목이 수상한 목욕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그래도 말이다. 이런 전개는 고지식한 내 성격으로는 익숙하지 않은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mz 세대의 lte급 적응이 내게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가보다.


 

외계인? 정령? 마물? 귀신? 죽은 자와의 대화라.....

판타지 소설로 봐야 하는건가. 선과 악의 대립. 그렇게 인간의 삶에 조용히 스며드는 또다른 존재들. 사건은 생각보다 얌전히? 끝났고 거기다가 어떤 면에서는 미약함의 결말로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책은 발랄하다. 물론 결말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몫이다.


 

뜨끈뜨끈한 탕에 들어가 양손을 마주모아 물을 움켜쥐고 물총을 쏘아본 적이 있는가? 어른들은 왜 뜨거운 탕 안에 들어가면서. . 거 시원하다! 라는 감탄사를 내었던 것일까. 뜨거움과 차가움의 차이를 정말 몰라서 그랬던 것일까. 그랬던 많은 질문들을 이제 더이상 읊조리지 않는 나는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

 


환상의 판타지 소설조차 옛날이야기로 어린이 친구들에게 들려준다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그런 분위기와 내공을 겸비하지는 못했겠지만. 생각해보자. 따뜻한 온탕에 둘러앉아 수런수런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들 가만히 유쾌해지지 않을까. 그중에 하나 정도는 신기하고 황당한 이야기여도 좋겠다싶다.

 

 


지극한 사담이다. 문득 목욕하는 여인이라는 제목의 커다란 그림이 붙어있던, 어린시절 갔었던 목욕탕 한 벽면이 생각이 나는 순간이다. 풍성하게 늘어진 여인의 흰 뱃살과 주름진 옆구리와 매끈하게 이어지던 튼실한 허벅지. 그리고 부끄러운 듯 살짝 가려진 가슴골과 상기되어 붉어진 두 볼을 한 그림 속 여인의 모습이 생각난다. 시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아무래도 어린 꼬마 시절의 시선 때문이겠지. 희고 부드럽고 물컹거릴 것만 같았던 .... 태초에 인간은 목욕을 사랑하던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

갑자기 찜질방이 아닌 진짜 목욕탕에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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