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은수를 텍스트T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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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은수를

 



일본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의 판타지 소설이다. 매력적인 소설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뻗어나가는 걸까. 규모가 그다지 큰 것은 아니지만 작은 소품 같은 이미지는 또 아니었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라고 해두자.

한 권의 책에는 어떤 은수를이라는 작품과 함께 히나와 히나마지막으로 마녀의 딸들이라는 작품이 실렸다.

 


먼저 어떤 은수를, 이라는 작품을 살펴보자. 여기에 등장하는 은수라는 것은 인간의 영혼을 먹고 자라는 환상의 존재라고 보면 좋겠다. 은수는 은빛 짐승이라고 소개된다.


 

-‘은빛 짐승이라는 뜻의 은수. 돌의 알에서 태어나 주인이 될 인간이 바라는 대로 성장한다. 돌의 정령이라고도 불리며, 생물과 광물 중간에 해당하는 존재라고 한다.-p15

 


소설 속에는 많은 재물의 소유자인 이시와타리 세이잔과 은수가게의 남매 그리고 5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 5명은 각자 은수의 알을 부활시키는 특별한 임무를 받게 된다. 인간의 호기심과 욕망 그리고 환상의 실체로서 은수는 태어나고 그렇게 또 죽어간다.

주인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태어나는 다섯 가지의 은수들은 마치 안데르센 동화 내지는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들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들은 어찌보면 순수하게 태어났으나 인간의 이기심과 개인적이면서도 불안전한 사욕으로 망가지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은수의 알을 가져오는 알 사냥꾼의 존재는 세계와 세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등장한다. 감추어진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 환상적인 이야기가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은수는 인간의 속마음을 드러내게 하지……. 은수와 만난 자는 모두……미쳤을지도 몰라.”- p157

 


한없이 나약하고 비굴해보이지만 그런 모습들 때문에라도 절대적으로 더 인간다울 수밖에 없다는 역설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작품인가. 여운을 길게 붙잡아두고 싶은 작품이다.



히나와 히나는 두 번째 실린 작품이다.

죄를 짓고 무인도에 등대지기로 잡혀 온 18살 청년 요키와 그의 여자? 히나들의 이야기이다. 히나는 고향에서 어렸을 때부터 같이 성장했고 미래를 약속한 연인이었지만 요키를 버리고 부와 순간의 사랑을 선택하게 된다. 그 결과 요키는 죄인의 신분으로 추락한다.

파도에 떠밀려온 동물의 뼈를 갈아 칼을 만들어 히나에게 복수를 결심하는데, 어느날 그 앞에 또다른 히나의 존재가 등장하게 된다.

그가 오랜시간 정성을 다해 만든 칼은 히나에게 복수하기 위한 집념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그가 칼을 포기했을 때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된다는 스토리로 해석했다. 그런데 이 해석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마녀의 딸들은 익숙한 영화 몇 편을 연상시켰던 이야기다. 마녀에게 바쳐진 여자아이. 아이는 키아라는 이름으로 어머니인 마녀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소설 속 흥미로운 구성은 키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아이들의 존재가 여럿? 등장한다는 점이다. 여덟 번째 키아, 일곱 번째 키아, 여섯 번째 키아. 이처럼 말이다. 이 아이들은 같은 키아?로 성장하다가 여러 이유로 버림을 받는다.

 


마녀가 등장하고, 마녀가 키우는 딸이 등장하고 뭐랄까 사랑이라는 이름의 모성애와 때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는 듯한 배신감?이 묘하게 교차되며 등장하기도 한다. 역경을 극복해가는 인물의 스토리는 일종의 성장소설 같기도 하지만, 각설하고 이번 마녀의 딸들이 보여주고 있는 감정들은 인간의 여러 가지 감정선을 건드리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판타지 소설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집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흡입력이 좋았던 것 같다는 소감을 마지막으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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