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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죽음 - 살아 숨 쉬는 현재를 위한 생각의 전환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평점 :
참 괜찮은 죽음
책을 읽는 동안에 가끔 충동에 빠지곤 한다. 빨리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 내지는 순간적인 충동이다. 책에 대한 느낌과 감흥 그리고 하나에 몰입해 생각하다가 떠오르는 여러 가지 경험과 생각들이 꾸역꾸역 좁은 방안에 들어차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생각해보면 그런 경험은 기분좋은 찰나적 경험이다.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을 것만 같은 난해한 책을 마주하고 앉아있는 순간과 비교를 한다면, 천국과 지옥의 이미지를 가져다 놓아야 할 것만 같다는 말이다.
헨리 마시의 ‘참 괜찮은 죽음’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다른 두꺼운 책을 같이 읽고 있었다. 주제도 다르고, 표현도 다르고, 저자에게서 느껴지는 태도와 분위기도 완전히 다른 정말이지 정반대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두 권의 책을 양손 안에 들고 교대로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그러니까 서로 이렇게도 다르구나’, 였다.
시집을 읽을 때면 시집을 읽을 책상에 앉아야 하고, 소설을 읽을 때는 그 옆 책상으로 옮겨야 하며, 다른 인문학 혹은 기타 다른 전공서적을 읽을 때마다 자리를 옮겨가며 책을 읽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기억난다. 뭐랄까. 그건 어쩌면 책에 대한 또는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다행이다. 헨리 마시의 이야기를 먼저 풀어놓을 수 있어서 이것마저도 참 다행이지 않은가 싶다.
저자는 신경외다. 책은 그의 경험과 의사로서 사유하는 그만의 철학과 정신이 담긴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딴은 지극히 공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일반 사람들은 잘 접하기 어려운 병원 에피소드이다. 그의 전공이 외과 특히 신경외과 쪽이다보니 대부분의 환자 이야기가 뇌와 연관되어 있으며, 특히 다양한 뇌종양 환자들의 사례를 많이 다루고 있었다.
저자 스스로가 의사의 자리에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의료인의 자리에서 느끼는 생각과 경험들이 주를 이룬다고 봐야 한다. 수술의 성공과 실패, 좌절과 희망, 또는 법적인 의료소송에 대한 이야기와 멀리 타국(우크라이나)에 나아가 자원봉사를 하는 이야기까지 이번 책은 저자 헨리 마시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다양한 삶의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나 의료진의 입장에서나 죽음이란 마주하기 어려운 난제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제목 ‘참 괜찮은 죽음’은 실제 저자 헨리가 자신의 노모의 죽음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상했던 철학적 개념이자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순간적으로 소멸하는 죽음을 끝내 이루지 못한다면 내 삶을 돌아보며 한마디는 남기고 싶다. 그 한마디가 고운 말이 되었으면 하기에, 지금의 삶을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P275
헨리 마시는 여느 의사보다 조금 더 인간적인 이미지로 각인된다. 수술실과 진료실에서 그는 때론 거칠고 잘 흥분하면서도 때론 지극히 인간적이고 여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그가 의사라는 자리에서 만났던 많은 환자들과 더불어 그 역시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늙고 약해지지만, 반면 삶의 지혜는 늘어간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경험의 수는 사람을 어른으로 성장시킨다는 말이 된다. 그 사람이 환자든 혹은 그가 의사든 어느 위치에 있든지간에 각자의 위치에서 시간은 사람을 버티고 이겨내게 하는 것이다.
제목 ‘참 괜찮은 죽음’의 상징성은 최후 마지막의 결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괜찮은 죽음을 위해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삶의 한 과정인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과 태도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더란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괜찮은 죽음을 결과론적으로 접근해 본다면 어떨까. 괜찮은 죽음의 기준은 역시나 아직도 모호하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부분이기에 그저 만족했다면 만족했었다, 라고 한다면 누가 어떤
말을 감히 물고 늘어질 수 있을까 싶은거다. 괜찮은 죽음은 과정이든 결론이든 결국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인가보다.
우크라이나에서 만난 어린 소녀 타냐와 어머니 카티아의 이야기와 의지할 곳 없는 알코올 중독자 이야기가 유독 기억에 자리한다. 하나는 모성애가 자극되었기 때문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생의 가장 밑바닥으로 내몰린 평범하고 나약한 한 사람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야기가 안에서 의사로서 책임감과 후회와 자아 성찰의 면모를 찾아볼 수 있는 책이다. 기타 의료체계처럼 같이 논할 부분도 많지만 이쯤에서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