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
앨리슨 몽클레어 저자, 장성주 역자 / 시월이일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이번 책은 앨리슨 몽클레어의 작이다. 인터넷 서점을 찾아보니 작가의 소설 몇 작품이 원서로 출간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한글로 번한 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가도 싶다. 오롯하게 한 권만 번역작으로 소개되어 있었던 까닭이다. 작가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었는데 정보가 많지 않은 듯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의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시점으로 설정되어 있다. 주인공으로 두 명의 여인 아이리스 스파크스와 그웬덜린 베인브리지가 등장한다. 작품에서 눈여결 볼 만한 부분은 작품을 중심에서 이끌어가는 인물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성작가의 작품에서 주인공의 자리 및 사건과 주된 스토리를 끌고 가는 인물이 여성이라는 점에 대해서 주목할만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러한 점을 두고 구태여 페미니즘까지 논하지는 말자. 설사 작가가 어떤 의도로 두 명의 여성을 작품 전체에 등장시켰는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치켜 올라가더라도 말이다.

 


이야기는 위의 두 여성이 전쟁 직후 차린 결혼상담소를 찾아온 한 여성(틸리)이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정황상 결혼상담소를 찾아 틸리와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사람 미스터 트로워가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되면서, 두 사람을 연결해주려던 스파크스와 그웬이 진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성격적으로 본다면 스파크스는 활달하고 적극적인반면에 작품 초반 그웬은 매우 조심스럽고 소극적이며 소심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그웬의 이미지는 많은 부분 변화를 가져온다. 작품은 뭐랄까 겉으로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이 그려지지만, 내적으로는 각각의 인물들이 지닌 상처를 수면 위로 들추어내기도 한다. 그렇게 두 명의 여성은 자신들만의 내적 갈등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전쟁 중 특수활동을 비밀리에 진행해왔던 스파크스는 같은 동료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있었고, 타국에서 전사한 남편의 빈자리와 어린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긴 암울한 현실에서 힘겨워하는 그웬에게서는 여느 진실된 모성애가 느껴지기도 한다.

 


상처를 뛰어넘어 수동적인 인물에서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변화해가는 그웬. 직접 뛰어들었던 전쟁의 참혹한 상처를 끌어안은 스파크스까지 이들은 단순히 범죄를 해결해가는 주인공들이 아닌 어쩌면 당시대를 살아갔던 여성들의 보통의 모습 혹은 감추어지고 고의적으로 잊혀질 수밖에 없었던 모습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귀족이라는 신분과 평민 노동자라는 신분의 등장 역시 구시대적인 사상과 구태연한 의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새로운 사상의 대립각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두 대립각을 이루는 신분의 등장은 우연인지 작가의 의도된 필연인지 아니면 별의별 의미를 가져다 붙이기 좋아하는 내 소소한 생각들이 만들어낸 잡념인지는 잘 모르겠다.

 


시대적 배경이 전쟁 직후라는 점. 따라서 시대극처럼 아날로그식 감성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한 설정은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적절한 순간마다 삽입되고 있는 위트와 유머러스함이 소설의 재미를 더하는 책이다. 이쯤 되면 대중적으로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작품으로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래전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었던 어느 유명 여류 작가의 다소 무게감이 느껴지던 추리물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새로운 느낌을 맛볼 수 있는 책인가 싶기도 하다. 어렵지 않게 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