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 오늘은 색연필 컬러링북
김정희 지음 / 도서출판 큰그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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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색연필 컬러링북 화투

 


컬러링북에 대한 기록은 처음인가보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는 그림을 배우러 다니기도 했었는데, 코로나가 시작되는 동시에 그림으로 이어진 인연을 모두 정리했었다. 그 때 그 순간에는 물론 외부로부터 몰려오는 환경에서 기인했던 일들이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자신에 의사가 커지면서 늘 자주 비유하듯, 나는 동굴로 들어가 나오지 않고 있는 중이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사람은 사람을 만남으로써 생기를 얻는 법인데 생각해보니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몇 개월 전쯤 몇 년을 잊었던 이에게 문자를 보냈던 적이 있다. 내게 그림을 가르쳐주었던 지인. 그녀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덤덤히 머물러주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거리를 두고 동굴로 들어가버린 나는, 그런 내가 또 생각이 많아졌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상하게도 책이든 그림이든 컬리링북이든, 영화든 왜 내 이야기는 시종 늘 한결같이 비슷비슷한 걸까. 후후 이야기는 그렇게 계속되고 또 이어지기 때문인가.

이번 컬리링북의 제목은 화투다. 화투라는 말이 꽃들의 전쟁이라는 의미는 처음 알게 되었던가싶다. 그런 뜻이 있었구나. 저자의 말을 찾아 읽다보면 화투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또다른 어떤 것들을 찾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저자의 말을 좀 들어보자.

 


화투 속에는 계절에 따른 매화, 벚꽃, 난초, 모란, 국화, 오동, 소나무 등 열두 가지의 그림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화투의 화려한 꽃들과 우리 옛 그림 속의 우아한 대상들을 제 나름대로 어우러지게 표현해 보았습니다.”- 저자의 말 중 부분 인용

 


이제 잠시 세속적이고 거친 상념일랑은 내려놓고 책에 집중해볼 일이다. 책을 낸 김정희가 만들어낸 화투를 품은 세상은, 동글동글 밝은 보름달을 연상시킨다. 갑자기 뜬금없이 보름달 타령인가 싶지만, 실은 어제가 보름이어서 달무리를 휘감은 둥글 달을 보았기 때문이기도하다. 그렇기도 하고 김정희의 그림체가 모나지 않고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생각해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또 그녀가 미리 선보이고 있는 색감은 어떤가. 이미지와 색감은 전통 민화에서 출발했을 법하지만, 김정희의 이번 창작물은 전통의 그것보다 조금 더 여리고 온화하며 은은하게 깊이감이 돋보이는 분위기이다.

 


이번 책은 책을 접하는 이들에게 길을 보여주는 듯, 미리 색을 입힌 이미지들이 왼쪽에 자리하고 오른쪽에 색 없는 이미지가 같이 실린 구성이다. 덕분에 어떤 색으로 칠할지 고민하는 이에게는 그 나름의 고충과 수고로움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는 해방감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물론 각자의 선택에 맞게 좋아하는 색감으로 또다른 세상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 그것이 당연 예술이 갖는 열린 방향성이지 않은가 말이다.

 


색을 칠하면서 들었던 몇가지 생각들은 기타 다른 컬러링북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던 초보자의 입장에서 나온 사적인 생각들일 것이다.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경험치가 쌓여야될 일인가보다.

우선 생각했던 것은 색연필의 종류와 종이의 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쇄되어 나온 색연필의 질감? 이렇게 표현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여튼 작가가 먼저 표현한 색연필의 표현들은 색연필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드러나는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색연필은 수성과 유성 색연필들인데, 각각의 색연필마다 색감과 표현할 수 있는 질이 다르다는 데 생각의 꼭지점이 만들어지더란 말이다. 비슷한 색감을 찾아보기 위해 이런저런 색들을 교합해봐도 마음에 드는 색감을 찾기는 어려웠다. 아마 다른 회사의 색연필 세트가 있었더라면 조금 더 비슷한, 혹은 조금은 더 마음에 드는 색을 발견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또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종이의 질도 중요해보이더라. 인쇄된 질감이 아닌, 본연의 거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고 있는 질감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은 지극히 사사로운 욕심이었다.

 


자주 언급하는 이야기이지만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그 사람의 성향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반면 또다른 누군가는 본연의 성향을 감추고 창작을 한다고도 하더라. 생각해보니 개인적으로는 전자의 의견에 동조를 하는 입장이다. 일부러 그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렇게 되더라, 는 말이 더 와닿기도 하는 순간이다. 이번 화투컬러링북을 앞에 두고 세 모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함께 색칠을 하면서도 나는 그 생각을 다시 불러들였던 것을 기억한다.

땀이 많은 딸 아이는 손에 땀이 나서 수채 색연필로 예쁘게 칠한 그림이 번져 울상을 짓기도 했으며, 전혀 솜씨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아들이 그 큰 덩치를 구겨 앉아 색을 입히는 것 보면서 녀석의 또다른 이면을 볼 수 있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대개 쓱싹쓱싹 빠르게 색칠하는 반면 나는 매순간 느렸다. 색을 입히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명암을 이어가는 것도 정말 조심스러워해서 스스로 자주 피곤해하곤 했었다. 엄마가 지쳐있으면 아이들이 와서 조금씩 공백을 메워갔다. 그리고 이제 그중에서도 번짐이 그나마 덜한 우리들의 완성작 하나를 여기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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