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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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한번은 그런 상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책에 등장하는 그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상상?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자주 조용한 카페를 찾아다니는가도 싶다.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조용한 카페. 가는 길이 소란스럽지 않으면 더 좋은 그런 곳 말이다. 12년 전부터 다니던 카페에 부쩍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주차장이 확장되고 주자 안내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테이블은 늘 만원이었고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서 있는 이들도 어색하지 않았던 그곳에서, 이제 다시 새로운 곳을 물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가. 그 새로운 곳이 책에 등장하는 그런 곳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김지혜 장편소설 책들의 부엌이다. 위로라는 단어, 격려라는 단어, 덤덤함이라는 의미, 스스로 이겨낸다는 의미들과 같은 몇 가지 상념을 적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이라는 글씨를 적는다. 책을 통해 과연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을까.

도시적인 삶 속에선 아이러니하게도 저마다 상처를 담고 살아가는가 싶다. 따지고 보자면 도시적인 삶이나 도시 외적인 삶이나 어떤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다를 것이겠지만, 가끔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나 외곽으로 길을 나서는 것을 보면 저마다 속속들이 사연은 하나둘씩 있기 마련이 아닌가 싶다.

 


유진은 그렇게 자신의 현실적인 고뇌를 끌어안은 채 시골에 내려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양리 북스 키친을 만들어간다. 오래된 한옥이 있었던 자리. 곳간채 창고에 통유리로 밝은 창을 내고, 객실과 함께 카페를 만들어가는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들이 생겨난다.

유진과 동생 시우, 고향을 지키는 청년 형준. 첫 손님으로 찾아들었던 다인, 시우의 친구들과 그들의 인연들. 그리고 소희. 수혁.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소양리를 찾아오는 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또 이어지며 소설은 진행되고 있었다. 구심점이 되는 소양리 북스 키친은, 한쪽 곁을 지켜내는 매화나무처럼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그들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는 듯했다. 틀린 답도 아니고 맞는 답도 아닌 그 어떤 것들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어차피 삶에 있어 정답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상처를 극복하는 힘은 결국 자기 자신에서부터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딘가에서 접해봤을 법한 친근한 느낌이 드는 까닭은 아마도 이 소설에서도 자주 언급된 책들. 혹은 언젠가 오래전에 읽었던 책들에 대한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게 되는 책인가 싶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를 천천히 생각하는 중이다.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 흐트러짐 없이 중심을 향해 정주행하듯 스토리가 이어지기에 자연스럽고 쉽게 읽힌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만 비유와 은유에 대한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됐던 순간이기도 하다. 과함이 아닌 적절한 순간에 활용정점으로 더 조화롭게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그런 비유. 그런 은유에 대한 생각들 말이다. 노파심을 뒤로하고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안정감이 느껴져서 좋았다는 것도 적어둔다.

 


마지막으로 책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문장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렇지. 스무 살 때 꿈꾸던 건 유치하고 비현실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겠어. 꿈이란 건 원래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거라서 자신을 더 근사한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에너지라는 걸. 인생의 미로에 읽히고 설킨 길에서 목적지를 잃어버렸을 때, 가만히 속삭여 주는 목소리 같은 거였어. 꿈이란 게 그런 거였어.”-p75

 


깊은 겨울의 시간을 걸어갈 때 언 발을 녹일 수 있는 따스함이, 누군가의 비난을 견뎌낼 수 있는 용기가, 이어지는 실패와 거절이 하루를 꾹 참고 지나 보낼 수 있는 인내가, 평생 누군가에게 사랑받은 흔적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사람은 불완전하고 사랑은 완전하니까.”-p254

 


삶이란 결국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아내서 자신에게 최적인 길을 설정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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