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와이프 - 어느 날 나는 사라졌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에게서
킴벌리 벨 지음, 최영열 옮김 / 위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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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와이프

 


처음에는 그랬다. 그녀가 그 여자였을거라고 생각했다.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려는 여자. 베스가 그 여자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 역시 하나의 트릭이었을까.

이번 책은 킴벌리 벨의 소설 디어 와이프. 소설은 가해자의 폭력으로부터 탈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한 소설이다. 가해자인 남편의 시각, 피해자인 아내의 시각. 그리고 주변 인물로 아내의 쌍둥이 언니, 사건을 맡은 경찰 그리고 덧붙이자면 새로운 곳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들이 조금 등장한다.

 


부동산 중개인이었던 아내(사빈)는 남편(제프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오랜기간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이름을 바꾸고, 사용 중이던 핸드폰을 버리고, 그나마 바꾼 핸드폰마저 흔적을 은닉하려 한다. 돈은 무조건 흔적이 남지 않는 현금으로만 쓰고,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바꿔간다. 그렇게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녀의 고군분투 과정이 이어진다. 그녀의 가상 이름은 베스 머피였다. 금발로 염색을 하고 남편이 좋아하던 긴 머리를 짧게 잘라내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실은 늘 불안에 떨며 악몽에 시달리는 그녀다.

아내를 폭행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남편 제프리와 그런 제부를 증오하는 쌍둥이 언니의 대립각이, 어찌보면 이 소설이 지니고 있는 트릭에 큰 축을 이룬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반전이라는 단어를 말하기 전까지 말이다.

 


한편 경찰로 등장하는 마커스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소설의 전반과 후반에 따라 양상이 많이 달라진다. 생각해보면 사건 해결을 위한 마커스 형사의 집요한 접근이 작가의 트릭에 믿음을 주기도 하지만, 허점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마커스가 성급하게 혼자만의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이미지도 그렇고, 또한가지 사건을 해결해가는 인물을 지나치게 중심 인물처럼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갖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개연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이 끝나갈 때까지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마커스를 계속 등장시키는 작가의 의도가 의심스럽기도 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나는 범인 추종에 실패했다. 작가가 만들어놓은 트릭에 결국은 헤어나지 못한 순간이다. 사빈이 살해된 채 시체로 발견되고, 그 방송을 멀리서 접하게 되는 베스. 그리고 마지막까지 범인을 쫒는 마커스의 독백 부분에서 갑자기 튕겨나오는 거친 욕설 부분에서 소설은 급반전의 물살을 타게 된다.

 


이제는 소설의 마지막부분을 좀 생각해보자. 주인공 베스는 도망치는 게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는 가해자를 유인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단순히 가해자의 사과를 받기 위해서였을까?만을 생각하니 갑자기 소설이 너무 가벼워보일 것만 같다. 아니다. 작가는 좀 더 의미 있는 마무리를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자리에 모아두었는지도 모른다. 잔인할 수도 있어보이는 이 장면에서 우리의 주인공 베스는 누구보다도 용감했다는 말을 적어보려 한다.

도망만이 아닌 당당하게 맞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 인물의 심리적 변화에 조금은 더 진중한 시선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개인적인 사담이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세간의 평이 있어서 말이다. 세간의 평가 중 현대인의 결혼생활에 언급한 대목이 눈에 띈다. 문득 소설 속에서 묘사되고 있는 폭력의 장면들이 흘러간다. 머리채를 잡혀 끌려다니고, 손가락이 부러지고, 주먹으로든, 손등으로든, 손바닥으로든 가격을 당하고, 사사건건 언어 폭력에 시달리고, 위협당하는 삶이 그저 그런 식의 현대인의 결혼생활이라는 언어적 표현으로 대체 가능한 걸까? 라는 시비를 붙이고 싶은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더란 말이다. 어쨌든 세간의 평가 중에는 괜찮은 것도, 괜찮지 않은 것도 있기 마련이다.

 


결론이다. 작가적 시점이 아닌 인물의 시점으로 봤을 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가운데 스릴러도 역시 빛이 났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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