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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이주형 지음 / Storehouse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요즘은 거실 바닥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뱅이책상을 끼고 책을 읽는다. 거실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연결시켜 놓은 결과인 것 같기는 한데 나름 장단점이 있다.
시작부터 조용히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이런 게 아닐까. 바닥에 앉은 자세로 너무 오래 버티지는 말자는 것. 고관절과 점액낭염을 걱정해야 할 일들이 생기기도 하더라. 그래서 어제부터 아들 방을 빌려 책도 보고 끄적거리는 중이다.
이주형의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책은 에세이다. 평범하면서도 어쩐지 친근하게 다가선다. 한때는 소설만 눈에 들어오고, 또 한 시절에는 시집만 들어오더니, 이도저도 아닌 어느 시기에는 그저 인문학만 들어오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괜스레 에세이만 읽고 싶어진다. 무언가 위로받고 싶은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일까.
책에는 짧지만 여운이 긴 이야기들이 실렸다. 굳이 평범한 일상의 에세이를 읽는 이유를 물어본다면, 쉽게는 그저 위로받고 싶은 속 좁은 심리를 운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과 답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일상이, 내가 견디고 버텨내야 하는 일상의 모습들이, 비겁하게 오로지 내게만 비수를 들고 들이대는 것만은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다소 자의적이다. 그렇지만 평범한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쩐지 안도감이 들고 또 공감대가 생겨난다. 사는 게 뭐 벌건가. 다 거기서 거기지.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50을 넘긴 중년의 삶을 살아간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쓸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며,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주지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그의 중학생 아들이, 택배기사가, 나이드신 아버지가, 후배와 일면식 없는 젊은이와 울고 있는 여인도 등장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작가 자신이 등장한다.
한편으로 그가 마주하는 상황은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어느 순간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와 오버랩 된다. 작가가 말하는 이야기가 아직 아물지 않은 내 상처를 건드린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결국은 작가의 토닥거림처럼 모든 것은 지나가고 흘러갈 일들이었을 뿐이었을까. 그랬던가 보다.
조근조근 나직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에서 용기를 찾게 되고, 희망을 보여주는 듯했다. 문득 이런 사람 한명쯤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이 들수록 좋은 사람이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
조금은 거리를 두고
적당하게
과하지 않게
조금씩 다가가는 것이 현명하지요.
이것이 참 어려워요.
적당한 거리와 적절한 선이 사람마다 달라서 늘 어렵고
힘들지만 한편으로 그 다름으로 인해 또 이해하고 용서하게 되니 참 아이러니긴 합니다.
(-p111 약간의 거리를 두고. 부분 발췌-)
”
어제 짧은 편지 두 통을 보냈다. 내게 편지를 써보는 게 어떠니, 제안을 했던 이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가까이 다가서고 싶지만, 자꾸 밀어내는 느낌이 들어 다가서기 어렵다고.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편지를 받은 누군가는 당황했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귀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들에게도 내게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그는 아니 그들은 이미 그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린 다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계속 걸어갈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그 거리감. 적절한 선이 지금 사춘기 남매에게 무엇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두 녀석의 싸움이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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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인생을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요.
초보인데 잘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이상하죠.
그렇게 생각하면 초보라서 오히려 다행인 것 같네요.
초행길인데 오늘 하루 잘 건너오느라 수고하셨어요
오늘 하루 살아내느라 고생하셨어요.
p159
오늘을 견뎌줄 위로의 말 한마디.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