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과 왕릉, 600년 조선문화를 걷다
한국역사인문교육원(미래학교) 지음 / 창해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궁궐과 왕릉, 600년 조선문화를 걷다.

-한 권으로 읽어보는 궁 이야기.

 

 

햇살은 영락없이 봄이다. 다만 황사와 미세먼지가 불어서 아쉽고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조금은 더 슬픈 시절이다. 그래도 햇살만큼은 넉넉하다. 34월을 시작으로 도시 근교 어느 지역쯤 봄바람에 취한 상춘객들로 인해 분주해질 무렵, 도심 한가운데서도 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고궁이 아닐까. 사실 궁이란 공간은 사계절 어느 시기에 찾아도 멋진 곳임에는 틀림없는 곳이긴하지만 말이다.

 

 

책은 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궁궐 그리고 궁궐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생각해보자. 궁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 물론 왕과 왕비, 또는 왕세자 내지는 세자빈과 같은 왕족이 주류를 이뤄 생활했던 곳이 우리가 알고 있는 궁이다. 그런데 책은 이들 이외에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의 삶을 보여준다. 궁녀와 내시들이 그들이다. 개인적으로 궁녀들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 잘 알려져왔다고 생각했지만, 환관이나 내시들에 대한 정보는 이번 책을 통해 더 새롭게 알게 된 것 같다. 내시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들의 생활과 정치적인 입지에서 보는 지위까지. 책에는 단순하지만은 않은 내시로서의 삶의 모습이 소개되어 있다. 양자를 들이면서까지 스스로가 선택한 내시가문을 유지해갔던 그들의 이중적 선택과 그 선택의 가치를 과연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까.

더불어 왕족을 곁에서 보필하는 자리라는 공통분모 차원에서 이들 궁녀와 내시를 비교했을 때도, 궁녀(상궁)보다는 내시가 더 높은 직위와 권력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책은 왕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순서대로 치자면 왕이 제일이다. 그렇기는 한데 왕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진 부분이지 않은가. 누군가가 조선시대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절대 왕은 하지 않겠다던 우스갯소리가 기억난다. 잠도 못자고 하루종일 격무에 시달리며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보다, 가난하지만 마음 편한 평민의 삶을 택하고 싶다던 그니의 말은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허튼소리는 아닌 듯하다. 빽빽한 왕의 일과는 개의치 않으니 무소불위의 권력이 좋다, 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당연 왕이 될 @@이다, 라는 말을 할 만하지 않을까. 물론 웃자고 하는 말이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사실 책은 궁과 관련해 사람의 이야기,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 조선의 건국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친 유학사상에 근저를 이루고 있는 사상과 여기에서 파생된 예()를 이야기한다. 단순히 나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활용되었는지 각각의 부분별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길례(吉禮)는 대사, 중사, 소사 등의 각종 제사를 말하고, 가례(嘉禮)는 국왕의 즉위, 책봉, 관례 국혼, 진연 등의 경축행사이며, 빈례(賓禮)는 사대교린 외교, 외국 사신 접대이고, (이하 생략)” p55

 

 

책은 조선의 궁에서 행해졌던 모든 예식이 국조오례의의 내용을 기반으로 삼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책은 국조오례의 편찬과 관련된 인물로 신숙주와 정척을 소개한다. 계유정난 같은 시대적 사건과 함께 늘 거론되던, 말 많고 탈 많은 인물 신숙주가 사실은 조선조 초기 역사에서 꽤 중요한 임무를 완성했다는 것은 어쩌면 또 하나의 아이러니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번 책은 여러 명의 저자가 궁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잡아 저술한 책이다. 어느정도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중복되는 내용이 없지 않다. 또한 조선 즉 우리의 역사가 어쩔 수 없이 중국의 정치 문화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는 한계를 다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물론 이 부분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해두자.

 

 

궁에서 시작되는 삶. 그리고 그 삶을 영위하는 순간들. 마지막 죽음(왕릉, 종묘)에 대한 이야기까지 책은 다양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 딴은 궁과 함께했던 모든 것들의 처음과 마무리를 보여주는 듯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각각의 내용마다 사진자료를 싣고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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