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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거짓말을 먹는 나무
세상에 어떤 나무가 거짓말을 먹고 자랄 수 있을까. 이건 넌센스다. 그런데 책의 제목은 분명 ‘거짓말을 먹는 나무’였다. 언젠가 음악을 듣고 자라는 식물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는데, 매일아침마다 일정한 햇빛과 물 그리고 양분과 함께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면 나무가 그에 반응해서 더 좋은 성장률을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식물이 외부 환경에 반응하는 것일까.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책의 제목치고는 신선하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작가의 상상력이란 어디까지일까.
책의 저자는 ‘프랜시스 하딩’으로 1973년 영국출생이다. 표지에 실린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검은 중절모 비슷한 모자를 쓰고 있으며 두 뺨이 다소 붉게 물들어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영국의 빅토리아시대라고 한다. 빅토리아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갑자기 궁금해져 찾아보니 영국의 큰 전환기인 듯했다.
이 시기에는 아마도 정치 경제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개혁과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는 시기인 동시에, 과거의 개념과 사상이 새로운 것들과의 충돌로 인해 소소하게는 개인들에게 있어서 혼란의 시기였을 법하다.
책 전반을 통해 드러나는 빅토리아시대와 같은 특이한 시대적 배경은 소설 ‘거짓말을 먹는 나무’의 분위기를 장악하며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책에 등장하는 자연주의 분위기라든지 과학자들의 등장. 종교와 과학의 대립에서 볼 수 있는 갈등과 함께 고고학의 발굴 같은 과정도 같은 맥락에서 들여다보면 좋을 것 같다.
각설하고 이제 주인공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주인공 페이스는 열 네살 소녀다. 그녀는 목사이자 자연과학자인 아버지(에라스무스 선더리), 허영과 백치미를 무기로 삼는 어머니(머틀 선더리), 외삼촌(마일스) 그리고 어린 남동생(하워드 선더리)과 함께 새로운 지역 베인 섬으로 이주를 하게 된다. 표면적으로 이들의 이주는 고고학과 관련해 발굴 작업이 한참 진행 중인 ‘베인’ 섬으로부터의 초대에 응한 경우였다. 그러나 현실은 아버지이자 목사인 에라스무스 선더리에게 쏟아지는 스캔들과 다양한 억측을 포함한 사회적 멸시로부터의 도피 행각으로 설명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베인 섬에서 아버지는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섬사람들이 페이스의 아버지인 에라스무스 선더리가 자살했다고 판단해 교회묘지에 안장하는 일조차 반대하며 섬을 사이에 두고 내부인과 외부인들과의 갈등은 고조된다.
소설은 주인공 소녀 페이스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가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또한 아버지의 죽음의 빌미가 되는 동시에 살인자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도움을 주는 대상이 바로 거짓말을 먹는 나무로 등장한다.
음흉하고 음산하며 두렵고 딴은 신비롭기까지한 이 나무는 사람들의 거짓말을 먹고 자란다. 거짓말을 영양분으로 삼아 열매를 맺고 거짓말을 한 대가로 소원을 들어주는? 열매를 선사하게 된다. 아버지의 일기장에서 나무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 페이스도 아버지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거짓말을 만들어 나무에게 들려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받아내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작품에서도 자연주의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것이라는 표현을 자주 언급하고는 있지만, 사실 ‘거짓말을 먹는 나무’는 작가가 의도하는 상징성의 하나라고 봐야 한다. 사람들은 사는 동안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자신의 이득이나 욕심을 위해, 혹은 타인에 대한 복수심이나, 거대한 반항심으로 인해 화살의 촉이 나 아닌 타인을 향하든 나를 향하든 거짓말의 독을 담은 화살은 어디에서나 쏘아 올려진다. 그리고 그 행위의 주체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거짓말은 도처에 존재하고, 거짓말을 했던 대상도 거짓말을 들어야 하는 대상도 주변에 너무나 많다. 생각해보면 거짓말을 듣고 있는 존재는 사람만이 아닌 나무도 될 수 있고, 유리컵이 될 수도 있으며, 소파에 있는 인형도 될 수 있고, 손가락에서 빼둔 반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작품에서는 나무와 그 열매라는 연결성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심. 배신과 수많은 갈등. 패배에 따른 복수심과 같은 미묘하면서도 복잡한 심리와 거짓말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야만 했다. 작가 프랜시스 하딩의 작품 ‘거짓말을 먹는 나무’는 거짓말이라는 의문스럽고 은밀하며 비밀스러운 인간의 감추고 싶은 행동과 심리로 접근해 인간 내면의 모순된 감정을 건드리는 듯하다.
추리물인 듯 판타지물인 듯하면서도 사건 전개가 빠르고 집중하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