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ㅣ 창비세계문학 68
제임스 조이스 지음, 성은애 옮김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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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제임스 조이스 작가의 소설이다. 내겐 한없이 낯선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그의 소설집을 사다놓고 일 년이나 묵혔다.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모르겠다. 어찌된 일인지 성급하고 위험한 편견이 파놓은 함정에 내발로 자발적으로 기어들어갔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더블린의 이미지는 암울한 잿빛이다. 이 또한 한권의 소설로 인해 생긴 고정된 이미지겠지만 아일랜드 그리고 더블린의 이미지는 무척 강했다. 그래서였을까. 제임스 조이스의 이야기도 무척 무거울 거라는 생각을 했던가보다. 이제는 이 어설픈 선입관에서 걸어나와야한다.

 

더블린 사람들은 중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제목처럼 더블린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어떤 환상이나 시적인 이미지를 쫒아가는 그런 것이 아닌, 그저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글로 옮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소설은 정치와 종교, 인간관계에서 돌출되는 다양한 부조리와,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 개개인이 삶을 바라보는 관점, 혹은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허우적거리며 하루하루 인내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모습을 꼼꼼한 시선과 상세한 묘사로 그려낸다. 소설이 자연주의 성향을 띄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자연주의에 대해서는 아는 게 그다지 없다. 그저 오래되고 낡아버린 내 기준에 의해서 보자면 이 소설집은 사실주의에 입각한 리얼리즘 경향의 소설이다. 한국소설로 보자면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나, 김승옥의 서울 1964 겨울을 떠올리게 했던 그런 글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너무 오래된 작품만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조금은 안됐다. 유행에 뒤처지는 걸 속일 수는 없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사는 게 참 녹녹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이 있는 곳에서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가게 되는가보다. 사는 게 남루하고 비루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 는 이 교과서적인 대답을 쓰고 있으면서도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에 빠진다. 교과서적이면서 틀에 박힌 표현들. 어딘지 모르게 꽤나 진부하게 다가온다. 그 까닭은 지금 이 순간 어느 정해진 형식에 박힌 의식들로 가득한 교과서를 보았던 것이 아닌, 문학작품인 소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것이 아닐까. 삶과 죽음. 모든 삶의 공식은 누구에게나 다르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삶의 진실을 마주하며 순간순간을 버텨내는 자가 진정 용기 있는 자라는 사실을 끄적이게 되는가싶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소개해보자. ‘두 건달’과 ‘하숙집’을 기억하고 싶은 이유를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두 건달’은 두 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가 등장하고 돈이라는 물질적인 것들이 오고가면서 암울한 뒷골목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준다. 묘한 긴장감과 함께 알 수 없는 자괴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라고 기억한다. 그런가하면 진정한 사랑의 가치와 가식적이거나 지나치게 보여주기 식의 인위적이면서도 과장된 사랑이 서로 충돌하는 것을 보았다고 해야할까. 단편 ‘하숙집’은 하나의 목적에 의해 가려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관계를 생각했다고 적어야 할 것 같다.

그런가하면 ‘가슴 아픈 사건’이라는 제목의 단편도 제목처럼 가슴이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어긋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 로 한줄평을 적으려한다. 조금은 억지스럽게 들리겠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아련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안타까움과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싶다.

 

인간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자의든 타의든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이 늘 따라다닌다. 지나고 나서 회상할 수 있는 모든 순간들은 결국 나의 선택들이 모아놓은 순간의 기록이고 역사일지도 모른다. 더블린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 더블린 사람들. 한번쯤 공감하며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보기엔 최선의 행동을 한 것이었다. 그가 비난받을 게 뭐가 있나? 이제 그녀가 가고 보니 그는 밤마다 그 방에 홀로 앉아 있던 그녀의 삶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해가 되었다. 그의 삶 또한 외로울 것이고 그러다가 그 또한 죽고, 존재하기를 멈추고, 추억이 될 것이다. -기억해주는 이가 있기나 하다면.]p166

 

 

[그 타락한, 몰래 한 사랑이 그를 절망감으로 꽉 채웠다. 그는 자기 삶의 청렴함을 갉아먹었다. 그는 삶의 향연으로부터 추방되어버린 상태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 인간이 그를 사랑한 것 같았는데, 그는 그네에게 삶과 행복을 주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치욕을, 죽음 같은 수치를 선고한 것이었다.......]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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