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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사춘기가 되면 엄마는 혼자서 눈물을 흘린다
에토 마키 지음, 김슬기 옮김 / 유노라이프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엄마는 혼자서 눈물을 흘린다
사춘기 딸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사실은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을 수도 , 혹은 그 무엇으로도 충분하지 않을만큼 알고 싶은 것도, 얻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너무나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를 키우는 데 방법이 따로 있기나 한건지에 대한 반복되는 의문에는 알 수 없다는 대답을 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처럼 무언가에 이끌려 책을 읽는 까닭은 사춘기 딸과 매일같이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 자신이 지쳐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엄마인 내가 힘들어하기 때문이라는 솔직한 심정을 끄적거린다.
부끄러운가. 아이가 사춘기가 접어들 시기에 엄마는 갱년기에 접어든다고 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얼핏 맞아 떨어진다. 어느해였던가 학교에서 한 강사님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사춘기 아이와 갱년기 엄마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요?. 사춘기와 갱년기 둘 중에 더 무서운 게 무엇일까요?"
정답은 갱년기라고 했다. 그 말을 이미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던 남편은 요즘 종종 말하곤 한다.
"당신은 아직 갱년기가 아니야...딸한테 매번 지고 있으니 말이지."
아들과 딸을 키운다. 적어도 현재만 들여다볼 때 사춘기란 거대한 장벽이 아들보다는 딸한테 먼저 도착한 듯하다. 그런데 요새 자꾸 아들이 드세지고 있다.
큰일이다. 두 아이가 모두 거대 장벽 앞에서 대치 중이니 집은 매일같이 교전과 보이기 위한 허울의 정전의 시공간을 넘나든다. 여기저기서 포화소리가 넘치고 화염이 사라지지 않는 것만 같다.
나는 가끔 내 입으로 매일같이 먼저 '살려줘! 휴전휴전!!' 을 외치고 포악을 떨고 있는건 아닌가, 걱정을 한다. 사실은 그 순간을 벗어나고자.. 집을 나오기도 한다.
책은 어떤 도움이 되었던 것일까? 책을 읽고 나서 한 마디로 요약을 하자면 '말을 잘 하자!'로 정리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상대의 기분과 감정을 배려해서 앞서지도 말 것이며, 너무 과하지도 말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잘 대처하듯이 말을 하라는 듯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절한 시기를 기다릴 것을 이야기한다. 기다림의 묘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뜻 안에는 부모 특히 엄마들의 '바람직한 행동의 방향과 흐름'이 언급되고 있어보인다.
저자는 성격이 서로 다른 두 딸을 키우며 경험했던 이야기와 함께 다양한 사춘기 시절의 딸들의 심리와 교육, 엄마와의 관계를 비롯해 아빠의 관계등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자. 책은 심리학적 접근으로 보는 관계형성에 대한 이야기. 적절한 규제와 약속. 그리고 그 의미와 가치를 서로 인정하며 목적과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학업과 관련한 성적 관리법. 신체적 변화에 따른 바른 성교육까지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각설하고 무엇보다도 이번 책에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적절한 말과 함께 이어지는 '관계형성'일 것이다.
각각의 장마다 어렵지 않게 간단하게 핵심을 잘 요약하고 있어 필요한 부부을 먼저 읽어봐도 무난하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와 닿았던 부분 몇 가지를 언급해보면 다음과 같다.
'딸이 온전히 믿는 사람은 엄마뿐이다'
-딸과의 전쟁은 괴롭지만, 딸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때는 지금뿐이라는 생각으로 체력을 비축해서 딸과 마주해야 합니다.p48-19' -
가슴이 울컥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온전히 믿는 사람은 엄마 뿐이라니. 세상의 모든 딸들은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엄마를 닮아가는 삶을 산다고 했던가. 지난밤 맘이 상해 톨아져 훌쩍거리면서 잠이 들었던 딸이, 아침에 다시 내 품을 파고드는걸 생각하며 수없이 반복했던 생각은 '사랑하는 미운 내딸'이었다.
'공감'이 안 되면 '이해'라도 하라.
-공감할 수 없다면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고 말이죠.p52
사실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말인데 현실적으로는 참 어려운 대처법이다. 늘 어른으로서의 엄마에게는 인내하기라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는 듯하다.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표현이기에.. 답답해져오면서도 어쩌면 세상의 모든 엄마는 이 문장 하나로 인해 다시 무릎을 꺾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 딸답다'는 말은 최고의 창찬
--너답다, 라는 말을 추천합니다. 이 말은 최고의 칭찬입니다.
혼내는 목적이 '전달'에 있다면, 칭찬의 목적은 '수용'과 '인정'에 있습니다. '너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p137
관계개선을 위한 일종의 화해무드 조성을 위한 조언의 일부라고 봐도 좋겠다. 언제까지나 적대감으로 대치할 수는 없는 것이 가족이고, 딸이고, 그리고 또 아들이지 않은가 말이다.
생각해보면 굳이 사춘기 속에서 힘들어하는 딸을 타이틀로 하지 않아도 될법한 책이다. 세상에는 딸만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딸과 아들 모두 함께 생각하며 읽어봐도 좋을듯 한 책이다.
딴은 지금 나와 내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각각의 상황에 맞게 정확한 도움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아마도 그런 책은 세상에 단 한권도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볍게 참고하며 읽어보면 좋겠다.